어둠의 비즈니스는 멈추지 않는다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3.07.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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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현장 취재로 드러난 세계 인체 조직 밀매 실태

이만하면 꽤나 심각한 괴담이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괴담에 휘둘려온 우리 사회였지만 요즘에는 ‘장기(臟器) 적출 괴담’으로 흉흉하다. 6월20일 페이스북을 통해 ‘건국대 앞 장기 적출 괴담’이 빠르게 퍼졌다. “건국대 앞 술집에서 합석한 여성들에게 속아 장기를 적출당할 뻔했다”는 내용의 글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남자의 이야기는 이랬다. ‘술자리가 끝난 뒤 여성과 모텔로 갔다. 그런데 갑자기 건장한 남성들이 들이닥쳐 자신을 끌고 가려고 했다. 겨우 빠져나왔다.’

이 글은 지명이나 가게 상호 등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글을 퍼가는 사람들에게 신뢰도가 높았다. 온라인에서 문제가 되자 경찰이 직접 사실 확인에 나섰다. 건국대 인근 광진경찰서와 성동경찰서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없다”고 직접 해명에 나섰을 정도다.

‘건국대 앞 장기 적출 괴담’ 인터넷 급속 확산

장기 적출 괴담은 이번에 처음 퍼진 일은 아니다. 잊을 만하면 되살아나는 끝이 없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이 괴담을 현실처럼 받아들이는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는 전제 때문이다. ‘장기를 이식받으려는 대기자는 많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장기는 아주 비싸게 거래된다’는 사실 말이다.

괴담은 ‘장기’를 다룬다. 하지만 실제로 장기보다는 시신의 몸에서 수집하는 ‘인체 조직’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인체 조직은 피부, 뼈, 연골, 인대 등을 말하는데 출처는 다름 아닌 ‘죽은 사람’이다. 인체 조직은 합법적인 시장만 봤을 때 수요가 너무 많아 공급이 절대 따라가지 못한다. 인체 조직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이유다. ‘메디컬트랜스크립션’ 자료에 따르면 국제 암시장에서 피부는 1제곱인치당 10달러, 혈액은 1파인트(0.473리터)당 33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두피는 607달러, 치아 두개골은 1200달러, 안구는 1525달러에 팔린다.

인체 조직의 주요 공급처는 제3세계다. 주요 소비자는 서구 등 제1세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레드마켓, 인체 부품 산업의 시장> 저자인 스콧 키니 기자는 “인체 조직 시장은 글로벌 불균형 때문에 생긴 하나의 ‘증상’이다. 생명을 바라보는 가치관 차이도 원인이다. 자본주의가 최고조에 오른 미국에서 가난한 사람의 생명은 부유한 사람의 생명보다 싸다. 제1세계와 제3세계 사이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인체 조직의 주요 소비국이다. 지난해 9월 식약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40개 인체 조직 은행을 통해 유통되는 인체 조직은 27만1707개다. 이 중 73%인 19만8818개는 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골관절 이식, 임플란트 이식 등이 급증해 수요가 많아졌다. 뼈 다음이 피부다. 화상 치료에 사용되지만 요즘은 성형 등에 주로 쓰이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반면 인체 조직의 국내 자급률은 형편없다. 인체 조직은 원래 사망자나 뇌사자에게 기증을 받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2010년을 기준으로 국내 기증자는 137명에 불과하다. 수집한 인체 조직도 고작 3574건이다. 따라서 국내에 돌고 도는 인체 조직 중 절대 다수는 해외에서 수입된 것인 셈이다.

예를 들어 시신에서 피부, 뼈, 힘줄, 연골을 수집했다고 치자. 이런 인체 조직이 사용되는 분야는 우리 생활과 동떨어진 곳이 아니다. 누구나 고민할 법한 치과 임플란트, 미용 성형, 스포츠 의료용 제품 원재료로 쓰인다. 그런데 인체 조직의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수요를 늘리기 위해 인체 조직을 불법적으로 입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모를 인체 조직 유통으로 부작용 초래

최근 조세 회피처를 폭로하면서 잘 알려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지난해 세계 11개국에서 8개월간 취재한 결과물 ‘Skin & Bone’을 발표했다. 내용은 인체 조직 거래의 불투명한 실태를 담고 있다. ICIJ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취재와 함께 정보공개 청구를 활용했다. 이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미국에서 2002년 이후 인체 조직 이식을 한 뒤 부작용이 생겨 감염된 사례가 1352건에 달하고 이 중 40명이 사망한 사실을 밝혀냈다.

원래 인체 조직을 기증이 아닌 금전적으로 거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대다수 국가가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유족의 동의에 따라 시신이 제공되거나 비영리로 운영되는 인체 조직 은행 등에 기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게 투명한 시스템에서 이뤄지는 인체 조직 유통 형태다.

그런데 인체 조직 사업은 급성장했지만 인체 조직 거래를 감시하는 법률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인체 조직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불투명하면 당연히 부작용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인체 조직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시신에 대한 무자비함이 자행되기도 하고 출처가 불명확한 인체 조직을 이식받은 사람이 병을 얻어 더 큰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ICIJ는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취재했다. 여기서는 인체 조직의 수집 자체가 불법적이었다. 한 어머니는 경찰이 준 목록을 차마 다 읽어 내려갈 수가 없었다. ‘갈비뼈 2개, 아킬레스건 2개, 좌우의 팔꿈치와 고막, 치아 2개….’ 이것은 사라진 아들의 신체였다. 35세의 젊은 아들은 간질 발작으로 사망했다. 사망한 아들을 살펴본 지역 법의학기관 관계자는 어머니에게 “약간의 인체 조직을 적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24일 우크라이나 경찰은 이 지역 법의학국의 미니밴을 압수수색하면서 아이스박스를 하나 발견했다. 여기에는 ‘약간의’ 인체 조직이 아니라 커다란 신체의 일부분들이 냉동 상태로 들어 있었다. 아이스박스에 달린 꼬리표에는 행선지가 적혀 있었는데 독일에 위치한 한 미국계 기업의 공장이었다. 이 기업은 미국에서만 2011년 한 해 동안 1억69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상장까지 한 곳이다.

우크라이나처럼 인체 조직을 공급하는 곳으로 유명한 곳은 동유럽이다. 앞의 사례처럼 의료 관련 공공기관이 먼저 개입한다. 유족에게 아주 소량의 인체 조직을 수집하는 데 대한 동의를 얻지만 여기서 ‘동의’는 일종의 말속임일 뿐이다. 동의를 빙자해 인체 조직을 무단으로 대량 확보하면서 불법적인 인체 조직의 유통이 시작된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2008년에도 다른 법의학 시설에서 매달 1000개 이상의 인체 조직이 제3자를 통해 불법적으로 미국 의료업체의 공장에 넘어간 것을 밝혀내고 수사했다. 앞선 사건의 경우 불법 유통에 가담한 관련자를 모두 잡아들였지만 주범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인 의사가 판결 전에 갑자기 사망하면서 사건의 실체는 미궁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인체 조직의 최대 시장은 미국이다. 연간 200만개가량의 인체 조직이나 가공 제품이 판매되는데 지난 10년 동안 판매량이 2배 늘어났다. 미국에서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각막은 눈이 먼 사람에게 빛을 주고, 힘줄과 인대를 재활용한 제품은 프로스포츠 선수의 부활을 가능하게 해줬다. 성형에 이용하는 피부는 시체 한 구에서 예술적인 직사각형 모양으로 추출되는데 많이 수집할 경우 5580㎠까지 모을 수 있다. 이런 피부는 세균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수분을 없애고 갈아버린 뒤 암 환자의 유방 재건술 등에 사용한다.

한국도 해외에서 수집한 인체 조직 불법 유통

이처럼 불투명하게 유통된 인체 조직에 대한 경고는 심각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CDC는 “인체 조직을 사용하는 제품에는 간염이나 에이즈(HIV) 등 감염 위험이 따른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는 혈액에 관한 규제는 엄격한 편이지만, 시신에서 인체 조직을 채취해 만드는 가공품의 경우 규제법이 전무한 상태다. CDC의 매트 키나토 박사는 전 세계적인 감시 체계의 필요성을 호소하며 “인체 조직의 감염을 찾아낼 수 있는 전 지구적인 시스템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어떨까. 지난해 10월 식약청(현 식약처)이 민주당 김용익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Skin & Bone’에 등장하는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에서 수집한 인체 조직이 독일과 미국의 인체 조직 기업을 통해 국내로 들여온 것은 1만8394개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관리를 잘하더라도 인체 조직의 출처가 불확실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조직을 수집한 후 아무리 초저온 상태로 관리를 해도 애초의 시신 자체에 감염이 있다면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인체 조직이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월7일 의학연구용으로 기증받은 시신 등에서 뼈, 피부 등을 적출해 성형수술용 의료용품을 제작한 의료용품 제작업체 ㅎ사 대표와 대학병원 성형외과 교수 등이 적발됐다. ㅎ사는 서울과 대전에 세척실, 가공실, 초저온 냉동기 등을 설치해놓고 의학 연구용으로 기증받은 시신에서 수집한 인체 조직을 이용해 이식용 피부 조직을 제작해 성형외과나 피부과에 공급했다. 문제는 이들이 인체 조직 수집에 사용한 시신들 중에서 패혈증 유발균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2차 감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위험,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이 기사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디지털 뉴스북 ‘SKIN & BONE’을 참고로 작성됐습니다.


제목 그대로입니다.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정보, 혹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습니다. 정보공개 청구를 하셔도 좋고, 이미 공개되었지만 묻혀 있던 정보도 좋습니다. <시사저널>에 보내주십시오. 점검과 개선이 필요한 정보는 취재를 덧붙여 <시사저널>에 싣겠습니다.

 

응모 분야
① 정보 공개  ② 정보 찾기

응모 대상
① 정보 공개 : 2013년 1월~12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얻은 자료
② 정보 찾기 : 2013년 1월~12월 정보공개 시스템에 공개된 자료

접수 방법 : 이메일 혹은 등기우편으로 접수

제출 서류
①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정보 공개), 혹은 정보공개 시스템에서 받은 파일(정보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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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실 곳 : open@sisapress.com /
(140-737)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302번지 <시사저널> 편집국

응모 마감 : 2013년 10월31일

문의 : (02)3703-7024 / khg@sisapress.com

시상 : 대상 300만원 및 상패, 우수상 100만원 및 상패,
           장려상 50만원 및 상패

주최 : <시사저널>·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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