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러브샷’ ‘독주’로 돌아와
  • 엄민우·조해수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3.07.16 15: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현-MB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김종신 전 정권 수사로 확대될 수도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결국 이전 정권까지 치고 올라갈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시사저널>이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검찰 고위 관계자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정치권 내 소식 빠른 정보통들 사이에서는 이미 몇 달 전부터 “CJ 등 대기업 수사 다음에는 원전과 관련한 전 정권의 비리가 이슈가 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돌았다. 이번 김 전 사장에 대한 수사는 그 신호탄이고 ‘올 것이 온 것’이란 반응이다.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내놓는 것은 정치권 인사들뿐이 아니다. 업계에서도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김 전 사장은 한국전력(한전) 출신이다. 1972년 무렵부터 시작해 2001년 출범한 한수원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30년 가까운 시간을 한전에서 보냈다. 그는 한전 내부에선 그다지 ‘튀지 않는 코스’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를 아는 일부 인사는 “공대 출신치고는 보기 드물게 정치적 감각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김 전 사장의 한 회사 동기는 “약 30년 전 한전 신입사원 연수 때 연수를 마치는 자리에서 한 친구가 한 말씀 드리겠다고 하면서 종이에 무언가를 써왔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내용이 담긴 일종의 연설문이었는데 그걸 준비한 사람이 바로 김종신이었다”고 말했다.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7월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출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참여정부 시절 영부인과의 인연 회자되기도

공기업 직원으로 시작한 그가 여러 정권을 거치며 한수원 사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까. <시사저널>은 그와 비슷한 시기에 한전에 입사해 함께 근무했던 ㄱ씨를 직접 만나 김 전 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ㄱ씨 또한 한전에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인물이다. 서로의 경조사에도 참석하며 수십 년을 한 회사에서 일했던 그는 김 전 사장의 역대 정권과의 친분설 및 내부 평판 등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전해주었다.

김 전 사장은 한전에 입사해 원자력기술실, 원자력발전처 등 원자력 관련 부서에서 주로 일했다. 이른바 한전 내 ‘원자력통’이었던 셈이다. ㄱ씨에 따르면 이 원자력통들은 과거부터 ‘원자력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을 갖고 이를 외치고 다녔다고 한다.

ㄱ씨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별 특이점 없이 남들과 비슷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2001년 한수원이 출범하며 자리를 옮기게 됐다. 비록 조직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한전맨’으로 일하던 그는 김대중 정권 때 조직을 떠났다. ㄱ씨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그가 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부하 직원이 회사 돈을 유용한 사건에 휘말렸는데 그 일과 관련해서 회사를 나갔다.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장문의 글을 직원들에게 보내고 떠났다”고 전했다.

그렇게 떠난 그는 노무현 정권 때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되어 전력업계에 복귀했다. 이후 한수원 사장 자리까지 오르게 되는데, 이를 두고 회사 내부에서는 영부인과의 인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퍼졌다. ㄱ씨의 이야기다. “회사를 좋지 않게 나갔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 다시 사장이 돼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정말 수가 센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한수원 사장은 청와대 입김 없이는 앉기 힘든 자리다. 내부에서는 대통령과의 관계보다 당시 영부인과 같은 고향(경남 마산)인 점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엄밀히 말하면 김종신 전 사장은 노무현 정권에서 사장으로 임명된 인사다. 하지만 그는 대표적인 ‘MB(이명박)맨’으로 불린다. 업계에서는 특히 김 전 사장과 MB의 교회 인연에 주목한다. 김 전 사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한수원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명함 한구석에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요 나의 산성이시로다’라는 성경 구절을 써놓았을 정도다.

그는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명성교회 장로 출신이다. 명성교회는 소망교회·순복음교회 등과 함께 대표적인 대형 교회로 분류된다. 김 전 사장과 함께 일했던 한 인사는 “명성교회와 소망교회의 장로들은 서로 왕래가 있다고 하는데 그 인연으로 MB에 줄을 댔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정설”이라고 전했다.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으로 대표되는 MB 정권 인사 중 ‘교회’ 인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소망교회 장로다.

명성교회의 김삼환 목사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2009년 명성교회의 새 성전 입당 예배 때도 MB가 청와대의 한 수석을 통해 친히 축사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성교회에는 공기업 및 공공기관 수장을 지낸 인사가 몇 명 더 있다. 명성교회에 다니는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 유정석 전 인천종합에너지 사장,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역시 김 전 사장과 더불어 MB 정권 시절 공공기관의 장을 지냈다.

“MB와 김종신은 ‘윈윈’하는 동지적 관계”

김 전 사장의 정치적 행보는 MB 정권 들어 더욱 뚜렷해진다. 그의 정치적 감각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때도 이 무렵이라는 것이다. 2009년 한전컨소시엄은 UAE(아랍에미리트연합)가 발주한 원자력발전 사업을 수주했다. 원전 4기의 설계, 건설 및 준공 등과 관련해 일괄 수출 계약을 한 것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원전 수출이었다. UAE 원전 수주는 다른 무엇보다도 MB 정권에 가장 큰 호재였다. UAE 원전 수주 후 MB 정권의 지지율은 크게 치솟았다. 출범한 지 1년 8개월 만에 처음 50%를 넘어섰다. 그만큼 UAE 원전 수주는 당시 MB 정권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자랑거리이자 ‘터닝 포인트’였다. 여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이가 바로 김종신 전 사장이다. 김 전 사장은 결국 그 공로를 인정받아 MB 정부로 정권이 넘어간 이후에도 사장을 연임하며 살아남았다. 업계에는 이를 두고 ‘대단한 처세술’이라는 말이 돌았다.

MB 정부의 정책은 원전에 크게 기대고 있었다. MB가 내놓은 녹색 성장도 원전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원전은 MB 정부의 정책을 실현 가능케 하는 기본 조건이자 지지율을 끌어올려주는 펌프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이 펌프를 구축하고 홍보한 이가 김 전 사장이다. 그가 정작 노무현 정권보다 MB 정권 인사로 더 부각되는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었다. “MB와 김종신은 말 그대로 원전으로 ‘윈윈’할 수 있는 동지적 관계였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김 전 사장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그는 10여 차례 이상 언론과 인터뷰하며 원전의 중요성과 경제성 등을 강조했다. 심지어 청소년들이 보는 매체도 마다하지 않고 인터뷰에 나서 국내 원자력 기술 홍보에 나섰다. ‘원자력통 김종신’의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준 것이다.

원전 바람을 타고 승승장구하던 그는 정권이 바뀌며 결국 수사받는 처지가 됐다. 이미 김 전 사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업체가 MB 정권과 관련돼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청와대 보고 문건에도 이러한 내용이 명확하게 담겨 있다. 앞서 언급했듯 김 전 사장 수사는 MB 정권에만 그치지 않고, 노무현 정권까지 그 파급이 미칠 수 있다. 김 전 사장 수사의 파장이 검찰의 이전 정권 수사 확대로 미칠지를 알려주는 가늠자가 되는 셈이다. 

 

▶ 대학생 기사 공모전,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에 참가하세요. 등록금을 드립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