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두산 처지고 넥센·LG 신바람 냈다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3.07.1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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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전반기 결산…삼성 ‘예상대로’, 롯데 ‘예상 넘어’

프로야구가 전반기를 소화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예년과 달리 우여곡절이 덜한 가운데 시즌을 차분히 진행했다. 하지만 4강 싸움은 역대 어느 시즌보다 치열했다. 1위부터 6위까지의 승차가 5경기 이내다. 여기다 승률 5할 이상인 팀이 6개 팀이나 됐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전반기 종료 시 이처럼 많은 팀이 승률 5할을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시사저널>이 하위 SK, NC, 한화를 제외한 6개 팀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과연 LG가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살펴봤다.

삼성은 역시 삼성이었다. 대구에서 열린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2연패로 우울한 스타트를 끊었지만, 전반기 내내 넥센과 1위 싸움을 펼쳤다. 탄탄한 선발진과 국내 최고의 불펜진, 여기다 ‘최형우-이승엽’이 버틴 타선이 제 역할을 다한 덕분이다. 한국시리즈 2연패에 빛나는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도 변한 게 없다.

하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야구계의 시선은 지난해처럼 낙관적이지 않다. 조용준 MBC SPORTS+ 해설위원은 삼성을 가장 강력한 정규 시즌 1위 후보로 꼽으면서도 “불안 요소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허약한 선발진이다.

7월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NC 경기에서 10회 말 끝내기 안타를 날린 LG 이진영이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반기 1위 삼성의 구멍은 선발진

조 위원은 “장원삼·배영수·윤성환 등 토종 선발 3인은 여전히 안정된 투구를 선보였다”고 평했다. 그러나 “아네우리 로드리게스와 릭 밴덴헐크 두 외국인 선발은 평균자책 4점대 이상으로 후반기에도 두 선수가 부진하다면 삼성 투수진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반기 삼성의 1위 독주를 견제한 넥센은 후반기에도 삼성의 목덜미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전망은 밝다.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 클린업 트리오와 문우람·김지수 등 젊은 타자가 버틴 타선은 후반기에도 위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투수진 역시 전반기 후반부터 브랜든 나이트와 김병현, 강윤구가 살아나며 탄탄해졌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4강 진출이 아니라 무시험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것”이라며 정규 시즌 1위에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염 감독의 욕심이 현실화하려면 더는 돌발변수가 나와선 안 된다. 넥센은 선수들의 음주운전과 심판과의 대립, 치명적 오심 등 돌발변수로 8연패를 당하며 ‘악몽의 6월’을 보낸 바 있다. 염 감독은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표현했지만, 예방주사는 즉시 효과가 나지 않는다. 일정 기간이 지나야 한다. 만약 8월에 또 한 번 돌발변수가 발생한다면 넥센은 지난해처럼 전반기 2위에서 후반기 6위로 떨어지는 비운의 주인공이 될지 모른다.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빛나는 롯데는 올 시즌 전만 해도 “4강 진출이 어려울 것”이란 소릴 들었다. 김주찬(KIA)·홍성흔(두산) 두 FA 거물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며 타선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전반기 롯데의 팀 타율은 리그 중위권이었고 장타는 한화에 이어 가장 적었다. 가뜩이나 팀 내 3할 타자는 손아섭뿐이고, 1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롯데는 탄탄한 투수진과 정훈·신본기 등 젊은 야수의 분전 덕분에 전반기를 승률 5할 이상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서도 타선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6년 연속 포스트시즌은 어려울지 모른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전통적으로 롯데는 한창 체력이 소진되는 7월 이후 홈런과 2루타 등 장타를 통해 대량 득점을 했던 팀”이라며 “투수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기에도 ‘똑딱이 타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경기 후반 역전을 허용하는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IA와 두산은 어떨까. 두 팀은 시즌 전만 해도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혔다. 원체 팀 전력이 좋고, 스프링캠프를 잘 마무리해선지 야구계는 “KIA와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을지 모른다”는 섣부른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두 팀은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하며 상위 4개팀을 압박했을 뿐 인상적인 활약은 펼치지 못했다.

이 위원은 “KIA는 서재응·윤석민 두 선발 투수가 살아나고, 부상 중인 양현종이 건강하게 복귀해야 4강 진출을 노릴 수 있다”며 “앤서니 르루를 대신할 확실한 마무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 역시 투수진 부활이 관건이다. 전반기 두산은 팀 타율 1위로 막강한 타선을 자랑했다. 하지만 투수진은 한화 다음으로 최악이었다. 팀 평균자책이 4점대 중반에 이른다. 한 야구인은 “두산 김진욱 감독이 투수들에게 확실한 보직 부여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LG,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전반기 가장 돋보이는 팀은 단연 LG다. LG는 5월28일까지 7위에 그쳤다. 이때만 해도 야구계엔 “올 시즌도 LG의 4강 진출은 틀렸다”는 예상이 많았다. 심지어 “LG가 김기태 감독을 밀어내고 전직 감독 아무개씨를 새 사령탑으로 앉히려 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LG는 6월 들어 승승장구하며 몰라보게 달라졌다. 7월5~7일 넥센에 불의의 3연패를 당하기 전까지 9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35일 동안 연패를 기록하지 않았다. LG의 극적인 변화 뒤엔 막강한 투수진이 버티고 있다. 전반기 LG 투수진은 팀 평균자책 3점대 후반을 기록했고, 불펜진 평균자책도 3점대 초반으로 삼성 불펜진보다 좋았다. 타선에서는 이병규·박용택·이진영·정성훈 등 베테랑들이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하며 투수들이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팀으로 변신했다.

DTD 이론은 ‘Down Team is Down(떨어질 팀은 떨어진다)’의 약자로, 해마다 시즌 초 반짝 상위권을 유지하다가 결국 4강 진출에 실패한 팀을 일컫는 말이다. LG가 대표적이다. 2002년 이후 LG는 시즌 초반 상위권을 달리다 후반기부터 갑자기 팀 전력이 약해지며 항상 하위권으로 시즌을 끝냈다.

지난해에도 6월 하순까지 승승장구했지만 7월 이후 연전 연패를 기록하며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DTD 이론에서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무엇일까. 박재홍 MBC SPORTS+ 해설위원은 “과거 LG가 후반기 때 무너진 건 선수층이 얇아 주전이 부상을 당했을 경우 대체 선수가 없던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맞는 말이다. LG는 문선재·김용의, ‘작은’ 이병규 등 야수진에서 주전급 백업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투수진에서도 정찬헌·김선규·유원상 등이 대기하며 주전 불펜진이 무너질 때 언제든 등판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박 위원은 “무엇보다 ‘올 시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의지가 매우 강력하고 팀 결속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평했다.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 DTD 이론을 극복하면 LG는 향후 2, 3년간 계속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강팀이 될 것”이라며 “올 시즌이 LG의 재도약 원년이 되도록 후반기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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