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으로 식도·후두 염증 제압한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09.1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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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한 방울로 진단법 개발 중…과식·야식 피해야

신물이 넘어오는 증상을 보이는 병이 위·식도 역류 질환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쉬운데 자칫 식도암과 같은 큰 병으로 커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지난해 330만명(2010년 당뇨 환자 수 350만명)을 넘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최근에는 약뿐만 아니라 수술로 치료하는 방법도 나오기 시작했다.

직장인 박진수씨(50)는 지난해 몇 개월 동안 가슴이 타는 듯한 증상을 느꼈다. 쓰리다 못해 강한 가슴 통증을 겪으며 심장에 이상이 생긴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위·식도 역류 질환으로 나왔다. 위장의 내용물이 위산과 함께 식도로 역류하는 병이다. 강한 산성을 띠는 위산이 역류하면서 대개 명치끝에서 목구멍 쪽으로 가슴 쓰림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들은 이 증상을 ‘가슴이 쓰리다’ ‘화끈거린다’ ‘따갑다’ ‘뜨겁다’ 등으로 표현한다. 일부 환자는 협심증으로 오인할 정도로 심한 가슴 통증을 경험한다. 이 통증은 어깨뼈(견갑골) 사이, 목이나 팔 쪽으로 뻗어나가기도 한다.

위·식도 역류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명치 윗부분 가슴에서 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 시사저널 최준필
위액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기 때문에 시고 쓴맛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흔히 신물이 넘어온다고 표현하는 이 증상은 식사 직후나 누운 자세에서 쉽게 나타난다. 그 외에 만성 헛기침, 목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 구토, 충치, 쉰 목소리,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증상, 천식, 폐렴 등도 동반된다. 증상이 없더라도 위산 역류로 식도 점막이 손상된 경우도 위·식도 역류 질환으로 본다.

위장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이유는 식도와 위장 사이에 있는 근육(하부 식도 조임근 또는 괄약근)에 말썽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식도를 통해 위장으로 흘러간다. 이후에 식도 조임근이 닫히면서 위장에 있는 내용물이 역류하지 않도록 한다. 어떤 이유로든 그 조임근이 헐거워져서 제 기능을 못하면 위 속의 내용물이 식도 쪽으로 역류한다. 위장의 압력이 높아지면 이런 현상이 더욱 쉽게 나타난다. 평소 과식하는 편이거나 특히 야식을 즐기는 사람의 위장 압력이 높다.

위장 내용물이 식도로 올라오면 식도는 그것을 다시 위장으로 내려보내고, 타액(침)에 의해 위산도 중화된다. 이와 같은 자연 방어 체계에 문제가 생겨도 위·식도 역류 질환이 생긴다. 역류 현상은 정상인에게도 짧은 시간 동안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역류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 위·식도 역류 질환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김상균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일주일에 2번 이상, 6개월 중 3개월 이상에 걸쳐 증상이 나타나면 위·식도 역류 질환을 의심하고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액이 식도와 후두에 염증 일으켜

문제는 강한 산성에 대해 아무런 방어막이 없는 식도가 위액에 노출된다는 데 있다. 특히 위산이 계속 식도를 자극하면서 염증이 생기고, 심하면 궤양이나 출혈도 생긴다. 식도에 염증이 생긴 상태, 즉 역류성 식도염이 장기간 반복되면 식도가 극도로 좁아져(식도 협착)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지경이 된다. 위·식도 역류 질환 가운데 50% 정도는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킨다. 식도 점막이 위 점막으로 바뀌는 병(바레트 식도)이 생겨 식도암 위험성이 커지기도 한다.

위액이 후두까지 침범해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목이 칼칼하고 따가운 증상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은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위·식도 역류 질환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은 경우다. 김 교수는 “위·식도 역류는 식도를 훼손해 역류성 식도염, 식도 협착이 생기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며 “대부분은 심해지기 전에 치료하지만 전체의 1% 미만은 식도암으로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가슴 쓰림, 위산 역류 등 이 병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별다른 검사 없이 위산 분비 억제제를 투여한다. 환자가 이 약을 복용한 후 증상이 호전되면 위·식도 역류 질환으로 확진한다.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셈이다.

이 약으로도 증세가 좋아지지 않거나 구토·출혈 등 다른 증상이 있으면 내시경 검사, 24시간 식도 산도 검사를 받는다. 내시경 검사는 식도염의 정도와 범위를 눈으로 확인하고 다른 질환 여부도 살피기 위함이다. 24시간 식도 산도 검사는 환자의 식도에 관을 넣어 24시간 동안 산도를 측정한다.

위·식도 역류 질환 환자 10명 가운데 9명은 4~8주 정도 매일 위산 분비 억제제를 복용하면 완치된다. 그러나 약을 먹고 완치된 사람이라도 80%는 6개월 이내에 재발한다. 이런 환자는 수년 동안 약을 먹으면서 증상을 조절한다. 이들 중 일부는 약을 끊어도 될 정도로 치료되지만, 약 복용을 중단하면 병이 재발하는 탓에 사실상 평생 약을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위·식도 역류 질환은 약물 치료가 기본이라서 약을 개선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약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줄어드는데, 최근에는 하루에 두 차례 효과를 보이는 약도 개발됐다. 또 10~20년 동안 약을 복용하는 사람에게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는 약 개발과 관련된 연구도 한창이다. 이풍렬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위산 분비 억제제를 오랜 기간 사용하면 위산이 없어서 영양분 흡수 장애나 감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약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는 어디까지나 증상을 완화하는 정도다. 위장 내용물의 역류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한때 신경 질환에 사용하던 약이 이론상으로 식도 조임근 기능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지럼증이나 메스꺼움 같은 부작용이 심해 사용에 제한적이다. 이 교수는 “식도 조임근의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에 이상이 있을 것으로 보고, 그 점을 해결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위액이 식도나 후두에 어떻게 염증을 일으키는지를 밝히려는 연구도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다. 위산뿐만 아니라 다른 소화효소도 염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간에서 분비돼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는 소화액인 담즙이 위로 나와서 식도까지 역류하는데, 이 담즙은 알칼리성임에도 식도를 부식시킨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서 개발한 항염증 치료제가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가슴이 타는 듯한 증상의 원인도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심장 혈관이 막혀 피가 잘 통하지 않으면 협심증이 생겨 심한 통증이 생기는 것처럼, 식도가 경련을 일으키면 혈류가 떨어지면서 통증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식도의 혈류를 측정하는 검사법을 개발하고 있다.

직장인 장인수씨(47)는 최근 목에 통증을 느껴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은 느낌과 목소리가 쉬는 듯한 증상도 생겼다. 호흡기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생각했지만 진단 결과 위·식도 역류 질환으로 인한 후두염으로 판명 났다. 위산이 식도를 타고 넘어와 후두를 오랫동안 자극한 결과라는 것이다.

식도 조임근이 잘 닫히지 않으면 위장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한다. ⓒ 일러스트 정현철
감기로 오해하기 쉬워 주의 요구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목감기로 여겨서 진료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감기로 알고 병원을 찾은 환자 가운데 30~40%는 위·식도 역류 질환이라고 한다. 내시경·후두경 검사 등이 있지만 완벽한 진단 방법은 마땅치 않다. 현재 검사법은 환자에게 번거롭기도 하다. 앞으로는 침 한 방울로 후두염을 진단하는 방법이 나올 전망이다. 이 교수는 “외국에서 후두의 산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개발됐는데, 이 검사법으로 인·후두에서 위산을 발견하면 위산이 후두로 역류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며 “위에서만 분비되는 소화효소(펩신)를 타액에서 측정하는 검사도 개발돼, 이 검사법이 국내에 들어오면 역류성 후두염 진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식도 역류 질환이 약으로 치료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들을 위한 수술이 최근 일부 병원에서 시도되고 있다. 약을 잘 먹지 못하거나, 약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식도 협착 또는 바레트 식도가 생겼거나, 천식과 같은 합병증이 있는 사람이 수술 치료 대상이다. 위·식도 역류 질환 환자의 10~20%가 여기에 해당한다. 수술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이것이 기본 치료법으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 교수는 “위·식도 역류 질환의 일부를 복강경 수술(복부를 절개하지 않고 몇 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하는 방법)로 치료하려는 시도가 막 도입됐다. 그런데 수술 자체의 위험성도 있고 너무 심하게 식도 조임근을 좁히면 음식물 섭취에 문제가 생기고, 헐겁게 조이면 수술의 의미가 없다”며 “수술 치료는 앞으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남은 문제는 재발이다. 재발률이 높은 이유는 환자가 기존 생활 습관과 식습관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과식하던 사람이 먹던 식사량을 줄이기 어렵고, 24시간 영업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야식을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교수는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식도가 심하게 부식되는 사례가 적은데, 이는 서양인과의 식습관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한국 사람의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식도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다음 호에는 백내장 편이 이어집니다.


높이면 위 내용물의 역류를 예방할 수 있다.

● 위장 내용물이 역류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꽉 조이는 옷은 피한다.

●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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