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스포츠 /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정상 직행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3.09.16 14:40
  • 호수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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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박지성, 2·3위로 영향력 여전…손연재·박인비 10위 안에

스포츠 스타의 영향력 순위는 대체로 성적과 비례한다. 박지성·김연아·박태환·추신수·박찬호 등 세계적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인 선수들이 매년 상위권을 차지했다. 올해 조사에서는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1위에 올랐다. 류현진은 6년간 3600만 달러(계약금 500만 달러 포함)를 받고 지난해 말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한국 야구 역사에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선수는 류현진이 처음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류현진의 공이 ‘빅리그’에서도 통할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많았다. 그를 한화로 데려와 에이스로 키운 김인식 전 한화 감독조차도 “10승과 평균자책 3점대 중반 정도만 해도 성공”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기우였다. 류현진은 9월12일 현재 올 시즌 26차례 선발로 나와 167이닝을 던지면서 13승5패, 평균자책점 3.02, 탈삼진 139개를 기록 중이다.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8위, 평균자책 공동 10위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페이스대로라면 평균자책 2점대도 가능할 것으로 야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3승만 더하면 지난해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가 세운 아시아 신인 투수 최다승과도 타이가 된다. 인상적인 투구를 펼치며 올 시즌 강력한 메이저리그 신인왕 후보로도 올랐다. 국내 스포츠팬들은 류현진이 승수를 보탤 때마다 열광한다. “요즘은 류현진 경기 보는 재미로 산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린다. 이런 이유로 류현진은 스포츠 스타 영향력 조사에서 올해 처음 10위권에 진입했음에도 단숨에 정상에 올랐다. 전문가 지목률은 63.3%로 2위와 25%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 시사저널 포토·시사저널 박은숙·최준필
2위와 3위는 ‘피겨퀸’ 김연아와 ‘캡틴’ 박지성이 차지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까지 1위 자리를 뺏고 빼앗기는 경쟁 관계였다. 하지만 김연아는 경기 출전 횟수가 적고 박지성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서 순위가 밀렸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국민 여동생’이란 애칭을 얻었다. 하지만 이후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TV 프로그램이나 광고에만 출연하면서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김연아는 세간의 우려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최근 열린 2013 ISU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김연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다. 현재는 외부 일정을 생략한 채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연아는 39.7%의 지목률로 2년 연속 2위를 차지했다.

ⓒ 연합뉴스
추신수 지난해 8위서 4위로 ‘껑충’

박지성도 최근 친정팀인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에 복귀하면서 부활을 준비 중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시절 박지성은 ‘산소 탱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그라운드를 누비며 여러 차례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박지성은 2012년 ‘맨유’라는 화려한 간판을 내려놓고 퀸즈파크 레인저스(QPR)로 이적했다. 하지만 “경기력이 예년만 못하다”는 현지 언론의 혹평을 받았다. QPR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잔류에 실패하면서 축구팬들의 실망감이 더했다. 박지성은 최근 8년 만에 친정팀인 아인트호벤에 복귀했다. 복귀 두 경기 만에 첫 골을 성공시키면서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박지성의 순위는 지난해 1위에서 올해 3위로 두 계단 내려앉았다. 전문가 지목률 역시 72.3%에서 33%로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이 꼽은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 4위는 미국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고 있는 ‘추추 트레인’ 추신수가 차지했다. 추신수는 현재 타율 2할9푼1리(522타수 152안타)를 기록 중이다. 출루율은 4할2푼5리로 내셔널리그 2위다. 지난 8월28일에는 ‘호타준족’의 상징인 100(홈런)-10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도루 3개만 더 보태면 시즌 20-20 클럽에도 가입하게 된다. 이 때문에 2013시즌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추신수를 영입하기 위해 시카고 컵스, 뉴욕 메츠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추신수의 뒤를 이어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과 ‘국민 요정’ 손연재(리듬체조), 박찬호(야구), 박인비(골프), 박태환(수영), 이대호(야구) 등이 10위권에 들었다. 손연재, 박인비 등은 올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처음으로 10위권에 포함됐다. 박태환은 그동안 박지성·김연아 등과 함께 ‘빅3’를 형성했지만, 올해는 9위로 밀려났다. 지목률도 지난해 34.7%에서 올해 3.5%로 떨어졌다. 10위권 밖에는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과 손흥민(축구), 이승엽(야구), 박세리(골프), 기성용(축구), 김성근(야구), 박주영(축구) 등이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이 2012년 12월1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네드 콜레티 LA 다저스 단장(왼쪽), 공동구단주 매직 존슨(오른쪽)과 포즈를 취했다. ⓒ 연합뉴스
류현진은 2006년 프로에 입문할 때만 해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주요 구단은 류현진의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 류현진은 인천 동산고 출신으로 1차 지명 당시 연고팀인 SK 와이번스를 원했지만 외면당했다. 2차 지명 때도 우선권이 있던 롯데는 류현진과 광주일고 출신 나승현을 저울질하다 나승현을 선택했다.

결국 류현진은 2006년 2차 지명 두 번째 지명권을 가졌던 한화의 품에 안겼다. 류현진은 첫 시즌에 18승6패 평균자책점 2.23, 탈삼진 204개로 투수 부문 3관왕에 올랐다. 신인왕은 물론 정규 시즌 MVP도 차지했다. ‘괴물 투수’라는 별명도 이때 만들어졌다.

류현진은 국내 무대에서 7년 동안 뛰며 190경기 1269이닝을 소화하며 98승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올렸다. 27차례 완투를 했고, 8번의 완봉승을 거뒀다. 데뷔 첫해를 포함해 총 5차례 탈삼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는 프로 입단 때와 정반대 상황이 됐다. 류현진의 활약을 눈여겨본 LA 다저스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가장 많은 입찰 금액을 적어내 독점 협상권을 따냈다. 이후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LA 다저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빅리그에 진출했다. 연봉은 옵션을 포함하면 한 시즌 6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류현진은 대한민국 야구선수 중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첫 케이스다. 한국 야구는 그동안 박찬호를 시작으로 김병현, 서재응, 구대성, 조진호, 이상훈, 최희섭, 추신수 등 적지 않은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대부분이 아마추어 시절에 스카우트되거나 마이너리그를 거쳤다. 최소한 일본 리그라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메이저리그가 한국 야구를 그만큼 낮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류현진의 성공은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야구계에서는 “제2, 제3의 류현진이 탄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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