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리더 100] 김빛내리 교수 5년 연속 1위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10.2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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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가장 근접한 ‘국가대표 과학자’…정재승·이상엽·현택환 순

미래 한국의 과학을 이끌고 갈 인물은 누구일까. 그 꼭짓점에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45)가 있다. <시사저널>이 매년 선정하는 ‘차세대 리더’ 과학 분야에서 김 교수는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았다. 올해도 그는 수많은 50세 미만의 젊은 과학자 중에서 단연 손꼽혔다. 전체 응답 중 49%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김 교수가 무엇을 연구하는지는 몰라도 그의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학계와 의학계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그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는 인정받는 과학자다. 그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순전히 연구 결과만으로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연구라는 것도 일반인에게 생소한 마이크로 RNA(작은 리보핵산) 분야다. 이 물질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생성되며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 뉴시스
김 교수가 이 분야를 연구하기 전까지만 해도 마이크로 RNA는 유전 물질인 DNA에 비해 미미한 존재로 알려졌다. 이 물질이 세포 내에서 유전자가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조절한다는 사실을 김 교수가 밝혀낸 이후 마이크로 RNA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암이나 당뇨가 생길 수 있다. 또 유전병의 20%는 RNA 결함으로 발생한다. 이런 연구 결과는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암이 생기는 과정에서 마이크로 RNA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혀내면 암 치료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이 물질이 어떻게 김 교수를 세계적인 학자로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그가 거의 처음으로 시작했고, 그의 연구 결과가 암과 같은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으로 그는 노벨생리의학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로 꼽힌다.

그가 이 분야 연구를 결심한 때는 유학 시절이었다. 1969년 전라남도 영광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1992년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미생물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8년 동안 해외 유학 생활을 했다. 1998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무렵부터 마이크로 RNA 연구에 매달렸고, 10여 년 만에 세계적인 과학자 반열에 올랐다.

연구비 없어 수억 원 빚지기도

그렇다고 그가 탄탄대로만 달려온 것은 아니다. 자칫 가정주부로 남을 뻔한 위기가 있었다. 박사 학위를 딴 이후 결혼과 출산으로 1년 반 동안 연구실을 떠났던 적이 있다. 실력이 출중한 여자 선배들도 정작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불안감에 휩싸였다. 당장 상용화해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응용과학에 치중하는 국내 과학계 분위기 탓에 기초 과학자는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연구자로서의 꿈을 접고 사법고시를 준비할 생각도 했다. 가족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연구실로 복귀했지만, 현실은 또 그를 가로막았다. 김 교수가 연구를 시작한 2001년 당시만 해도 RNA 분야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에 전무하다시피 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과학자의 심정은 막막했다. 결과가 불투명한 연구에 연구비를 대줄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연구비를 받지 못하자 연구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 비용을 갚지 못해 수억 원의 빚더미에 앉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릴 때부터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2002년 사람 몸속에 있는 마이크로 RNA가 세포 속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2008년에는 특정 마이크로 RNA가 암 발생과 연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9년에는 사람의 성장과 관련된 마이크로 RNA를 발견했다. 세계가 깜짝 놀랄 연구 결과를 한 번도 아니고 꾸준히 발표했다. 그의 논문은 <셀(cell)>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저널에 실렸다. 논문이 우수할수록 다른 과학자들이 연구할 때 자주 인용하는데 그의 논문은 1만회 이상 인용됐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유럽분자생물학기구(EMBO) 회원이자 해당 저널의 편집위원으로 선출됐고, 세계 3대 과학 학술지인 <셀(cell)>의 편집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많은 상을 받은 김 교수는 올해에도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국가대표 과학자에게 주는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국가과학자인 김 교수는 매년 정부로부터 최대 100억원의 연구비를 받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과학자지만 의학 발전의 기초를 다지고 있는 김 교수는 <시사저널>이 선정한 차세대 리더 의학 부문에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이 부문 5위였던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김빛내리 교수에 이어 2위로 올랐다. 그 뒤를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백성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정하웅 KAIST 물리학과 교수 등이 이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5위에 오른 것이 이채롭다. 서울대 컴퓨터공학 학사, KAIST 전산학 석사 출신이지만 그는 과학자가 아니라 기업인이다. 그가 보유한 주식 가치가 최근 1조원을 넘어 1조원대 주식 부호 대열에 올랐다는 소식이 나왔다. 


가장 만나고 싶은 인물 
김빛내리 교수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14%의 지지를 받아 가장 만나고 싶은 과학자로 뽑혔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 분야에서 7%의 호응을 얻어 2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스티븐 호킹(영국 물리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김택진 NC소프트 대표, 정하웅 KAIST 물리학과 교수,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순이다. 지난해 1위를 차지한 알버트 아인슈타인(독일 출신 물리학자)은 올해 10위로 밀렸다.


 
 

가장 선호하는 매체 
<전자신문>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14%의 지지를 받아 가장 만나고 싶은 과학자로 뽑혔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 분야에서 7%의 호응을 얻어 2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스티븐 호킹(영국 물리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김택진 NC소프트 대표, 정하웅 KAIST 물리학과 교수,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순이다. 지난해 1위를 차지한 알버트 아인슈타인(독일 출신 물리학자)은 올해 10위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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