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산업’의 봉으로 전락한 미스코리아
  • 하재근│문화평론가 ()
  • 승인 2013.11.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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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미인대회 난립… 비리 폭로 끊이지 않아

그동안 미스코리아 관련 의혹이 종종 불거졌었다. 진은 5억원, 선은 3억원, 미는 1억원이 든다는 등 소문은 무성했지만 증거가 드러나지 않아서 항상 ‘카더라 통신’에 머물러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구체적인 폭로가 나와 화제가 됐다. 대회에 출전했지만 입상하지 못한 후보자 두 명의 어머니가 항목별로 사용한 돈의 액수와 통장 사본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한 후보자의 경우 헤어·메이크업 교육비로만 회당 150만~275만원씩 총 3525만원을 썼다. 미용용품 구입에 200여 만원, 마사지 비용 500만원, 메이크업 비용 350만원, 건강보조식품 구입비 230만원, 심사위원 매수비 4000만원 등 총 1억여 원을 썼다. 또 다른 후보자는 드레스 1벌 1000만원, 마사지 3차례 1800만원, 성형수술비 수천만 원 등 2억원 이상을 썼다고 한다.

큰 파문이 일자 미스코리아대회 조직위원회는 비리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사건의 전말에 대해 “비뚤어진 일부 후보자 부모의 과욕과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브로커들의 농간, 사적 이익을 챙기려는 내부 직원이 결탁해 은밀하게 벌인 비리”라며, 해당 직원을 해고 조치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다. 미스코리아 대회 자체는 투명하게 치러진다는 주장이다. 즉 대회 자체는 공정한데, 일부 참가자와 직원의 욕심이 문제라는 것이다. 미스코리아 측 관계자는 “1억~2억원씩 돈을 썼는데도 입상하지 못한 것만 봐도 대회가 얼마나 공정한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2년 7월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2012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연합뉴스
성형 미인 많아 ‘메스코리아’ 오명도

하지만 네티즌의 반응은 싸늘하다. ‘1억~2억원을 썼는데도 입상을 못한 것이 아니라, 그 정도밖에 안 썼기 때문에 밀려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일부 미스코리아 수상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회는 공정하게 치러지며 자신들은 많은 돈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각각의 입장이 엇갈리지만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언제나 그렇듯이 사태의 전모는 미궁에 빠졌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그동안 계속해서 논란을 일으켜왔다. 1990년에 당선자가 주최 측에 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방송에서 퇴출된 사건이 있었다. 1993년엔 당사자와 그 어머니가 불구속되고, 돈을 받은 주최 측 간부와 이에 관여한 미용실 원장이 구속된 일도 있었다. 채점 오류로 심사가 다시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21세기에만 20여 명의 미스코리아를 배출했다는 서울 강남의 한 미용실에선 등록비에 스킨케어, 메이크업, 성형수술 등 서울 대회 예선에 드는 기본 비용만 3000만원을 요구한다는 의혹이 기사화된 적도 있다. 낙태 스캔들로 자격을 박탈당한 2007년 미스코리아 미 김주연의 어머니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몇천만 원 정도 드는 것이 아니라 안동에 있는 아파트도 팔았다. 드레스 한 벌을 1시간 대여하는 데 400만~500만원, 머리와 메이크업 한 번에 60만~70만원 등 전부 돈이다”라며 “경북 예선 때부터 개인 사비 들여 당선된 건데 박탈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미스코리아로 뽑히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진’보다 ‘선’이나 ‘미’가 더 아름다워 보인다는 미모 논란도 해마다 일어난다. 최근 들어 미스코리아에선 지성미가 강조되는데, 지성미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의문과 함께 미모 논란이 더 거세졌다. 그 때문에 미스코리아 당선자는 악플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서울 출신이 유난히 많이 뽑히는 것도 논란을 일으킨다.

미모와 더불어 요즘 특히 거세지는 건 성형 논란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매체에서 한국 미스코리아 후보자들의 얼굴이 다 비슷해 보인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2012년 미스코리아 진 김유미가 성형 의혹으로 네티즌의 집중적인 악플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제는 미스코리아가 아닌 메스코리아’라는 지적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미스코리아는 여성의 몸을 과도하게 상품화한다는 점 때문에 1950년대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1990년대 말에 여성주의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안티 미스코리아’ 운동이 시작됐고, 결국 2002년부터 지상파 방송국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하지만 케이블TV를 통해 행사가 계속 방영되면서 각종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전국에서 치러지는 미인대회가 연간 100여 개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미인대회가 난립하다 보니 대회에 대한 불신이 점차 가중된다. 공정한 진행에 대한 신뢰도 약하고, 준비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고, 미인으로 뽑히고 나서도 네티즌의 웃음거리가 될 위험이 있는 총체적 난국인 것이다. 그럼에도 미인대회를 꿈꾸는 여성은 여전히 많다. 왜 그러는 것일까?

여성들이 미인대회 수상 꿈꾸는 이유

미인대회 수상엔 스타 등용문이라는 의미가 있다. 1977년 김성희, 1988년 김성령 등이 연예계에서 활약하면서 서서히 미스코리아와 연예계의 상관관계가 커졌고 1990년대 이후 고현정, 오현경, 염정아 등을 통해 ‘미스코리아=스타’란 공식이 생겨났다. 요즘엔 지성미가 강조되면서 아나운서 등용문이란 얘기도 나온다. 연예계 스타에 대한 열망은 무한하기 때문에 미인대회 열기도 뜨거울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인 이유도 있다. 바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인 인정 욕구다. 우리 사회는 미인대회 수상자에게 왕관을 씌우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화려한 무대에서 왕관을 수여하는 것은, 그 사람이 최고의 여성이라고 사회가 인증해준다는 뜻이다. 어렸을 때부터 미스코리아의 화려한 무대를 보며 자란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도 그 화려한 무대에 올라 인정받으려는 욕망을 갖게 된다.

TV를 통해 미스코리아를 대하는 남성들의 선망 어린 시선도 그런 시선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여성의 욕망을 부추긴다. 자녀의 예체능 교육이나 유학비에 몇억 원씩 쓰는 시대다. 있는 집 부모라면 딸에게 왕관을 씌워주기 위해 몇억 원을 충분히 쓸 수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고의 여성을 외모를 평가해서 뽑는 데는 문제가 있다. 사회가 여성을 오직 외모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미인대회가 기승을 부리고, 그런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최고가 되기 위해 미인대회로 내몰린다. 미인대회 열풍이 강한 베네수엘라에선 여성들이 소득의 20%를 외모 관리에 쓰고, 연간 10명 이상이 보톡스 부작용으로 사망한다. 여성의 외모에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가 여성들을 ‘뷰티 산업’의 봉으로, 외모 강박증 환자로 만드는 것이다. 미인대회는 바로 그런 사회의 상징적인 장치이자 들끓는 욕망의 집결지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경쟁 과열로 온갖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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