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아파서 윗도리 입기도 힘드니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11.1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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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검사로 오십견 진단하는 시대 곧 도래 주사 한 대로 치료하는 방법도 개발

어깨가 뭉치거나 결리면 자식들에게 주무르거나 두드리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풀리면 다행이지만 통증이 며칠씩 이어지면 슬슬 불안해진다. 유상학씨(53)도 최근 어깨 통증을 참지 못하고 병원을 찾았다. 그는 “어느 날 아침 머리를 감는데 자지러질 정도로 어깨가 아팠다”며 “처음에는 잠을 잘못 자서 그랬거니 생각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가시지 않아 병원을 찾았더니 오십견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오십견은 주로 50대가 걸린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실제로는 50대뿐만 아니라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나타나고, 인구의 약 2%가 이 질환에 시달릴 정도로 흔하다.

ⓒ 시사저널 임준선
오십견 증상은 통증으로 시작한다. 일상에서 어깨를 움직여야 할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설거지 등은 단순한 팔 동작만으로 가능하다. 어깨를 움직일 일이 예전보다 줄어들면서 굳어진 어깨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어느 날 갑자기, 옷을 입거나 머리를 감거나 등이 가려워 손으로 긁으려다가 ‘억’ 소리를 낼 정도로 어깨에 강한 통증을 느낀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어깨 근육이 삐끗하며 손상되는 순간이다. 어깨 부위에 염증이 생겼거나 인대에 칼슘이 쌓여도 통증이 생긴다.

통증은 서서히 진행되므로 초기에는 일상에 큰 불편이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더 심해지는데 특히 누워 있을 때 통증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아픈 어깨 쪽으로 누울 때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을 느낀다. 이쯤 되면 병원을 찾아 주사를 한 대 맞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통증이 사라지는 까닭에 다시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3~9개월에 걸쳐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시기가 오십견 1기다.

오십견 3단계 ‘통증-운동장애-회복’

이후 통증은 사라지지만 어깨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십견 1기 때는 증상이 곧 나을 것으로 생각하다가 어깨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가 돼야 심각성을 깨닫는 환자가 많다. 세수는 물론 밥을 먹을 때 숟가락을 들어 올리기도 힘들고 화장실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팔을 무리하게 움직이면 아파서, 환자는 어깨를 더 사용하지 않는다. 즉, 운동장애가 생기는 단계인 오십견 2기는 4~12개월간 이어진다.

오십견 3기는 통증과 운동장애가 서서히 회복되는 시기다. 오십견의 90%는 이런 증상을 나타낸 후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어깨를 움직이지 못하는 기간이 1~2년 이어지기도 하고 심지어 수술을 받아야 치료될 정도로 심해진다. 자연 회복이 되지 않는 10%가 문제인데 이런 환자를 미리 구별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김상준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수술과 같은 특별한 원인으로 어깨가 아픈 사람이라면 구별하기도 쉽고 치료도 수월하겠지만 뚜렷한 원인도 없이 오십견이 심해지는 환자를 미리 알기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별다른 외상없이 어깨가 아프고 그로 말미암아 팔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질환이 오십견이다. 어깨가 얼어붙은 듯이 움직이지 않는 질환이라는 뜻으로 동결견(frozen shoulder)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명칭은 약 80년 전에 붙여졌지만 아직도 오십견의 원인과 증상은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이런 이유로 오십견을 질환으로 보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다른 질환에 의한 증상으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올해 세계 각국에서 오십견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료 경험을 풀어놓았다. 여전히 뚜렷한 원인과 증상이 나오지 않아 오십견에는 배제 진단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십견이라고 단정할 만큼 딱 부러진 증상이 없으니 다른 질환으로 인한 증상을 모두 배제하고 남은 증상일 때를 오십견으로 진단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가 병원에 가면, 의사는 통증만으로 오십견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환자의 어깨를 움직여보면서 운동장애가 있는지를 살핀다. 이후 통증과 운동장애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을 점검한다. 목의 신경이 눌려 있거나, 단순히 근육이 뭉쳤거나, 내부 장기에 이상이 생겨도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오십견과 가장 혼동하기 쉬운 질환은 회전근개 파열이다. 어깨를 감싸고 있는 4개 근육(회전근개)이 손상되면 오십견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이 근육은 팔을 움직이는 기능과 관련돼 있는데, 어떤 이유로든 손상을 받으면 근력이 약해져서 환자 스스로 팔을 들어 올리지 못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오십견의 증상과 닮았다.

ⓒ 일러스트 정현철
나와 타인이 내 팔 못 들어 올리면 오십견 의심

이 두 질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른 사람이 환자의 팔을 들어 올릴 수 있느냐에 있다. 회전근개 파열 환자는 자신의 팔을 스스로 들어올리기가 쉽지 않지만 다른 사람은 그 팔을 움직일 수 있다. 오십견이 생긴 팔은 통증이 심해서 환자는 물론 다른 사람도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즉 다른 사람이 환자의 팔을 무리 없이 들어 올리면 회전근개 파열이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오십견이다.

회전근개 파열은 오십견의 간접적 원인이기도 하다. 어차피 어깨관절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굳어지는 것이다. 이는 물리치료로 완치할 수 있다. 어깨 조직에 칼슘이 쌓여도(석회화) 오십견이 생긴다. 요석을 깨듯이 어깨 인대에 쌓인 칼슘 덩어리에 초음파 등으로 충격을 줘서 부순 후 주삿바늘로 칼슘 가루를 뽑아냄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다른 질환을 배제한 후 오십견이 의심되면 환자는 더 자세한 검사를 받는다. 초음파 검사나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통해 어깨관절 부위를 둘러싼 조직에 염증이 생겼는지, 조직이 서로 달라붙어서(유착) 어깨가 잘 움직이지 않는지를 확인한다. 요즘은 MRI로 진단하는 병원이 많다.

앞으로는 혈액검사만으로도 오십견을 진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많은 학자가 환자의 어깨 조직을 채취해서 세포를 관찰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오십견의 원인을 찾는 데에 모두 실패했다. 그런데 최근 오십견의 원인 물질을 국내 연구팀이 발견해서 눈길을 끌었다. 김양수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이 오십견 환자 55명과 일반인 25명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했더니 특정 물질(아이캄-1, ICAM-1)의 수치에서 차이가 관찰됐다. 오십견 환자의 혈액에서는 이 물질이 밀리리터(㎖)당 633나노그램(ng) 나왔지만 일반인에서는 358나노그램 검출됐다. 이 물질이 오십견 환자에서 75%나 높게 발견된 것이다.

더 정확한 검사를 위해 어깨 조직의 세포를 살폈더니 역시 오십견 환자에서 이 물질의 수치가 높게 집계됐다. 또 건강한 세포에 이 물질을 주입하니 염증이나 근육이 굳는 증상이 나타났다. 단백질의 일종인 아이캄-1은 몸속에서 염증·감염·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검사의 효율성이나 비용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지만 피검사로 오십견을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김상준 교수는 “오십견을 혈액검사로 진단할 수 있는 직전까지 왔다”며 “더 나아가 이 질환에 대한 맞춤 치료제 개발에도 기초 자료를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십견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을 받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오십견 환자 가운데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한 사람은 흔치 않다. 수술을 받은 환자는 오십견이라기보다는 어깨 인대가 찢어지거나 끊어져서 어깨를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찢어진 인대도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붙는다. 인대가 끊어져서 일상생활에 심한 지장을 받을 때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의들은 조언이다. 수술 후 어깨를 한동안 사용하지 못하는데 이 시기에 어깨 근육이 심하게 굳어져서 수술 이전보다 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오십견 환자는 대부분 물리치료를 받으면 완치된다”며 “손으로 마사지하듯 굳어진 어깨 인대를 펴주는 치료(도수치료)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재발 방지법은 어깨 근력 운동

염증이 있을 때는 초음파로 정확한 부위를 찾아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해 치료한다. 관절 부위가 들러붙은 경우라면 생리식염수를 주입해 부풀린 다음 터뜨리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최근에 보톡스로 치료하는 방법이 나왔지만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다. 김 교수는 “물리치료나 수술 등으로 치료할 수 있으나 재발이 잘되는 점이 오십견의 특징”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꾸준한 어깨 운동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오십견 재발과 예방을 위해서는 어깨의 근력과 지구력을 키우는 운동이 필수다. 긴 봉이나 막대기를 양손에 들고 허리 아래부터 가슴 부위까지 들어올리기, 양손을 등 뒤로 해서 수건을 잡고 등을 닦듯이 위아래로 움직이기, 침대에 엎드리고 누워서 오십견이 생긴 팔을 침대 밖으로 내린 후 가벼운 아령 따위를 들고 진자처럼 앞뒤로 흔드는 운동이 일반적인 어깨 강화 운동이다.

주변에 아무런 도구가 없을 때는, 서서 어깨를 시계추처럼 늘어뜨리고 팔을 좌우 또는 앞뒤로 흔들거나 원을 그리는 회전운동을 하루에 세 번 정도 하면 적당하다. 아픈 팔을 펴서 머리 쪽으로 올리는 동작이나 팔을 어깨와 같은 높이로 편 상태에서 어깨를 돌리는 운동도 좋다.

운동하기 전에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목욕을 하면 어깨 근육이 부드러워져서 운동 효과가 배가된다. 운동은 어깨 통증을 견딜 만할 정도로 해야 한다. 통증을 억지로 참으며 무리하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교수는 “오십견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므로 운동을 피하고 휴식을 취하는 편이 좋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어깨가 심하게 아프지 않은 범위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며 “작은 움직임에도 통증이 심하면 비스테로이드계 진통·소염제를 맞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어깨에서 줄기세포 발견

줄기세포를 치료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있다. 2007년 어깨 인대에도 줄기세포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인대에 칼슘이 쌓여 어깨가 딱딱하게 굳어졌을 때 줄기세포가 새로운 인대로 분화하면 추가 치료가 필요 없다. 이 줄기세포가 항상 어깨 인대로 변하면 좋겠는데 오히려 딱딱하게 굳어지거나(석회화) 지방으로 분화하는 등 자기 마음대로다. 그래서 줄기세포가 인대로만 분화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가 한창이다.

이보다 먼저 기대할 만한 치료는 주사법이다. 주사 한 대로 굳은 어깨를 풀어주는 약물에 대한 개발이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김상준 교수는 “나도 연구 중이지만 굳은 어깨 조직을 풀어주는 약물을 개발하는 연구가 많다”며 “그런 효과를 보이는 효소 약물이 꽤 많은데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크게 나오지 않아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혁신적인 치료법이 나오기 전까지 오십견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환의 원인이 뚜렷하면 예방법도 명확하다. 예컨대 짠 음식을 자주 먹는 식습관이 위암의 원인이라면 음식을 싱겁게 먹는 것이 위암 예방법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오십견은 원인이 불분명해서 예방법도 뾰족한 게 없다. 다만 위험 요인을 피하는 노력이 예방법이라면 예방법이다.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 당뇨다. 당뇨로 오십견이 생길 위험성은 건강할 때보다 5배 증가한다. 당뇨 환자의 10~36%는 오십견으로 고생한다. 그 외에 목 디스크, 갑상선 질환, 파킨슨병, 심장병, 뇌졸중 등에서도 오십견이 비교적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깨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서 오십견이 잘 생길 것 같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관련이 없다. 반대로 어깨를 자주 쓰는 사람이 이 질환에 잘 걸린다는 근거도 없다. 또 여자가 남자보다 오십견에 취약하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깨가 찌뿌드드하면 침을 맞거나 마사지를 받고 호전되기를 바란다. 이런 치료가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명심할 점이 있다. 비전문가가 마사지하다가 인대가 더 손상되거나 심할 경우 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날 수 있다. 침술도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음 호에는 두통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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