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 내연녀에게 15억 줬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3.11.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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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모임 주장…교회 측 “유언비어 불과, 법적 대응 하겠다”

“교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답답하다.” 11월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난 여의도순복음교회 인사가 한 말이다. 이날 회관에서는 30명의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장로모임)’ 주최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조용기 목사와 그 일가가 5000억원대의 교회 헌금을 사적으로 빼돌렸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조 목사의 여자 문제도 거론됐다. 장로모임 측은 “조 목사가 2004년 입막음용으로 내연녀에게 15억원을 지급했는데 출처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조 목사 측 인사 10여 명이 난입해 곳곳에서 멱살잡이가 벌어졌다. 30여 분간의 소동 끝에 기자회견이 재개됐지만 긴장된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기자회견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교회 측은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내용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조 목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유언비어 수준의 소문을 재각색한 것에 불과하다.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11월14일 서울 종로구 기독회관에서 조용기 목사 일가 퇴진 촉구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조용기 목사를 지지하는 장로들이 방해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조용기 목사 여자 문제 처음 공개

교회 안팎에서는 “순복음교회가 갈 데까지 갔다”며 사태의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조 목사 일가나 순복음교회를 둘러싼 다툼과 갈등이 적지 않았다. 조 목사 일가와 장로들 간에 고소·고발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 목사의 여자 문제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복음교회의 한 장로는 “교회 내에서 조 목사 일가의 사생활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였다”며 “조 목사의 여자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만큼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지난 6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2002년 12월 장남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소유한 영산기독문화원의 아이서비스 주식 25만주를 3~4배 비싼 값에 사들이도록 교회에 지시한 혐의(배임)였다. 헐값의 주식을 비싸게 매입한 것이 증여로 보이지 않도록 허위 서류를 국세청에 제출해 39억원의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2년 말에는 조희준 전 회장이 아이서비스 주식 매각 과정에서 교회에 150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배임)로 기소됐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들 부자에 대한 공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 과정에서 민감한 문제도 튀어나왔다. 조희준씨의 변호인은 지난 11월11일 진행된 4차 공판에서 “조 목사가 논현동에 거주하던 시절 최 아무개씨를 통해 58억원의 비자금을 차명 관리한 의혹이 있다”며 “(조 목사와) 최씨와의 관계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최씨는 조 목사의 비서실장인 최 아무개씨의 여동생으로 알려졌다. 조희준씨 측이 무죄를 주장하며 그 책임을 아버지인 조 목사에게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조 목사와 최 여인의 관계, 58억원의 실체를 두고 양측의 공방이 예상된다.

그동안 조 목사 일가를 둘러싼 비리 의혹은 여러 건 불거졌다. 여의도 교회 장로 50여 명은 2011년 조 목사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14개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교회는 의혹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벌였다. 2012년 5월과 11월, 1·2차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 목사 부자가 기소된 아이서비스 주식 고가 매입과 영산아트홀 헐값 매각 혐의 등은 이때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특별위원회는 2013년 2월 석연찮은 이유로 해체됐고 추가 조사 역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그런데 11월14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의혹들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우선 주목되는 것이 여의도 CCMM빌딩의 건축비 990억원의 행방이다. CCMM빌딩은 1998년 순복음교회가 순복음선교회에 1634억원의 공사비를 지원해 완공됐다. 두산건설이 1138억원의 공사를 담당했고, 조희준씨가 설립한 NMC(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와 FMK(현 아이서비스)가 각각 285억원, 166억원의 공사를 맡았다. 하지만 관련 도급 계약서나 입찰 서류가 전혀 없어 공사비의 적정성에 의문이 일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 시사저널 구윤성
장로모임 “사라진 1600억원 검찰 고발 검토”

더군다나 건물 완공 이후 순복음교회 경리국에 상환된 돈은 643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991억원은 예수금 명목으로 묶여 있는 상태다. 김상준 순복음교회 감사위원장은 2012년 10월 당회장에 보고한 문건에서 “선교회에서는 순복음교회의 출연금이라고 주장하나 643억원만 상환한 것에 대한 해명이 없다”며 “건축비가 과다 청구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일부 토지 대토에 따른 가지급금으로 반납한 2억원을 예수금 상환으로 허위 처리한 정황도 나왔다. 김상준 위원장은 “분양 대금으로 즉시 예수금 상환 처리를 하지 않아 자금 유용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 목사의 삼남 조승제씨가 운영하는 인터내셔널클럽매니지먼트그룹(ICMG)과 선교회 간 거래 역시 의문이다. ICMG는 현재 CCMM빌딩에서 스포츠센터와 12층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자본금 90억원으로 2000년 조희준씨를 거쳐 2003년 9월부터 조승제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2000년 4월 순복음선교회로부터 CCMM빌딩 3개 층을 295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회사는 결손금 66억3000만원에 단기 차입금이 950억원에 달하는 부실기업이었다. ICMG의 재무 상태로는 295억원을 조달하는 게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순복음선교회는 매매 대금을 완납하기도 전에 건물 소유주를 변경해주었다. ICMG는 이 건물을 담보로 211억원을 대출받았다. 부족한 63억3400만원은 순복음교회 대여금으로 채웠다. 순복음교회는 거래가 있은 지 1년 6개월이 지나 ICMG에 자금을 빌려준 것처럼 회계장부를 변경했다. 특히 순복음선교회는 CCMM빌딩을 385억원에 매각하고, 매각 대금은 교회에 상환하는 조건으로 문화관광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실제로는 295억원에 매각했으니까 ICMG에 90억원의 차익을 안긴 셈이다.

그 의문은 3년 후에 밝혀졌다. 순복음선교회는 2003년 372억원에 건물을 되샀다. 결론적으로 선교회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빌딩을 다시 사면서 77억원의 손해를 감수한 것이다. 순복음선교회가 ICMG로부터 헬스 기계를 70억원에 사서 재대여하고, 2001년과 2002년에 131억원을 빌려준 것에 대한 이유도 불분명하다. “조 목사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거래”라고 장로모임 측은 주장하고 있다. 하상옥 장로는 “교회에 상환되지 않은 공사비 990억원까지 합하면 1600억원 정도가 사라졌다”며 “그동안 여러 차례 교회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 이 문제 역시 추가로 검찰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용기 목사 개인 문제도 거론됐다. 장로모임이 공개한 조 목사의 월급 및 판공비는 매월 75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퇴직금 200억원과 지난 2004~08년 5년 동안 연 120억원씩 600억원의 특별선교비를 받았는데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하상옥 장로는 “누군가가 돈을 가지고 나갔는데 용처가 밝혀지지 않았다”며 “결국 사법 당국에 고발해야 용처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로모임은 공익법인 사랑과행복나눔재단(현 영산조용기자선재단)의 탈취 의혹도 언급했다. 순복음교회는 2008년 4월 교회 재정 570억원을 출연해 이 재단을 설립했다. 조용기 목사 은퇴 후 제2기 사역을 지원하기 위한 용도였다. 처음에는 교회가 추천한 인사들로 운영됐다. 하지만 조 목사 아들들의 재산권 다툼인 이른바 ‘왕자의 난’이 터진 2010년 8월 이후 조 목사 가족들이 재단의 요직을 장악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2010년 8월 조희준씨가 상임이사 취임을 시도했다가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로부터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후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이 사랑과행복나눔재단 회장에 취임하고, 조희준씨 역시 대표 사무국장에 이름을 올렸다.

공익법인 사랑과행복나눔재단 탈취 의혹

조 목사 가족이 다시 재단의 요직을 차지하면서 교회 내부의 우려가 커졌다. 조 목사 일가는 정관을 개정해 이전에는 없던 회장과 대표 사무국장이라는 직책까지 만들었다. 순복음교회는 2011년 4월 당회를 열어 가족들의 역할을 제한하기로 했다. 가족과 측근들도 당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임서를 냈다. 재단 이사장이던 조 목사의 서명까지 받았다. 그런데 임시이사회를 며칠 앞두고 조 목사는 돌연 이사장직을 내놓았다. 가족들이 제출한 사직서도 반려해 후유증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책팀장을 지낸 이진오 목사는 “조 목사는 성도들 앞에서 큰절을 하며 사죄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현재는 재단 명칭을 영산조용기자선재단으로 바꾸고 일가족이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님이 물러나라 않는 한 그만둘 생각 없다”  
조용기 목사, 10월 예배에서 밝혀

11월14일의 장로모임 기자회견에 대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즉각 반발했다. 교회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기자회견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형사 사건의 고발인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증언이 일관되지 못하는 등 문제가 드러나자 재판부에 무언의 시위를 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서도 “조 목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 측은 “기자회견 내용은 이미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향후 적절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용기 원로목사는 지난 10월 말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진행된 예배에서 “하나님이나 이영훈 목사, 여기 있는 성도가 물러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면 4부 예배를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교회 주변에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조 목사가 4부 예배를 언급한 것 자체가 최근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목사 측 방해로 기자회견 ‘난장판’  


조용기 목사의 비리 의혹과 관련한 11월14일 기자회견은 처음부터 난항이었다. 본지 취재진이 한국기독교회관 2층에 들어서자 강당 앞에 기자회견 관련 자료가 쌓여 있었다. 일부 인사들이 자료를 가져가려 했지만, 주최 측에서 기자 신분증을 요구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강당 안에 들어서자 100여 명이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중 절반 이상이 교회 측 관계자로 추정됐다. 단상 위에는 장로모임의 김석균·하상옥·김대진 장로와 이진오 목사가 앉아 있었다.

오후 2시 정각에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자마자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조용기 목사 측 신도 10여 명이 단상 위로 뛰어들었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없도록 코드를 뽑았다. “세계적인 사람을 이러면 안 된다”며 고함쳤고, 이를 저지하려는 장로들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조 목사 측의 한 여성 권사는 “(조용기) 목사님을 보필하진 못할망정 비수를 꽂아도 되냐”며 고함을 쳤다.

수십 명이 뒤엉켜 멱살잡이를 하는 바람에 많은 교인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결국 일부 장로들이 “경찰을 불러라”고 소리쳤고, 10여 분 후 경찰 두 명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신도들의 몸싸움은 그치지 않았다. 경찰은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현장을 떠났다.

조 목사 측 신도들은 사진기자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 한 신도는 본지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움켜쥐며 파손하려 했다. 방송사 카메라도 여러 차례 밀쳤다. 조 목사 측이 취재를 강하게 방해한 것이다.

30여 분 후 사회자가 “오늘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진행하기 힘들다”고 하자, 난동을 부리던 신도들이 단상 밑으로 내려왔고 몸싸움도 중단됐다. 그제야 하상옥 장로가 발언했다. 하 장로의 발언 중간에도 조 목사 측 신도 한 명이 소리를 지르다 퇴장했다. 장로모임 측 신자 몇몇은 하 장로의 연설 중간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몸싸움으로 시간이 많이 지연된 탓에 이날 기자회견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30분 만에 끝났다. 이혜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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