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목사 ‘말 바꾸기’가 사태 키웠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3.11.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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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의 난’ 등 분쟁 때마다 입장 번복…장로모임 “회개하고 물러나야”

조용기 원로목사의 내연녀 문제로까지 비화된 여의도순복음교회 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 조 목사 측은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장로모임)’의 11월14일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장로모임의 장로들도 “허위 사실이 있다면 달게 처벌받겠다”며 강력하게 대처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분쟁이 있을 때마다 조 목사가 말을 바꿔 일을 키웠다”며 “결국은 조 목사의 리더십 부재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태의 발단은 201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만 해도 순복음교회는 모범적인 교회 개혁 사례로 평가받았다. 조 목사는 2008년 5월 담임목사직을 이영훈 목사에게 넘기고 은퇴를 선언했다.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이영훈 담임목사 체제로 교체된 만큼 성도들의 자부심도 컸다. 그동안 외부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던 문제들도 대폭 뜯어고쳤다.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교회 재산 대부분을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에 편입시켰다. 21개의 지성전(제자교회)과 <국민일보>도 모두 독립시켰다.

하지만 조 목사 가족들의 생각은 달랐다. 장남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2010년 8월 노승숙 <국민일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노 회장은 조 목사의 차남인 조민제 당시 <국민일보> 사장의 장인이다. 언론에 알려진 세칭 ‘왕자의 난’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후 장남과 차남 간에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11월14일 기독회관에서 열린 조용기 목사 일가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하상옥 장로가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처음엔 모범적 교회 개혁 사례 꼽혀

분쟁 초기만 해도 조 목사는 사돈인 노 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장남을 불러 “왜 가족 간에 분쟁을 만드느냐”고 꾸짖기도 했다. 노 회장의 사임도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분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조 목사가 입장을 바꿨다. 그는 노 회장을 불러 가족의 화합을 위해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얼마 후 노 회장은 사내 게시판에 사퇴 의사를 밝히고 조용히 물러났지만 분쟁은 좀체 가라앉지 않았다.

조 목사는 2010년 10월 <국민일보> 발행인 겸 회장에 취임했다. ‘가족 간 분쟁’으로 치닫던 여의도순복음교회 사태를 봉합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조 목사는 당초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을 차기 <국민일보> 회장 겸 발행인으로 추천했다. <국민일보> 최대 주주인 국민문화재단의 이사직도 김 총장에게 양보했다. 그런데 이사회의 반대로 김 총장의 <국민일보> 입성이 무산되자 측근을 불러 “법적 절차를 보완해서 이사회를 재소집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순복음교회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오해가 풀리면 분쟁이 해결될 것으로 봤다. 조 목사에 대한 반발도 크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가족 간 분쟁이 조 목사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총장과 두 아들이 하나 둘씩 교회 관련 단체에 이름을 올리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조 목사가 2008년 은퇴하면서 “교회 관련 직책에서 친인척들을 배제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총장과 조희준씨가 사랑과행복나눔재단 이사에 취임하면서 장로나 성도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허동진 장로회장은 전체 장로회의에서 “김성혜 총장이 교회와 관련된 일에서 모두 손을 떼고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불똥이 조 목사에게 튀는 것은 당연했다. “조용기 목사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거친 말까지 나왔다.

순복음교회 최고 의결기구인 당회 운영위원회도 2009년 초 조 목사 가족들의 역할을 대폭 제한하기로 했다. 김성혜 총장은 한세대와 해외 선교만 맡게 했다. 조희준씨도 엘림복지타운 또는 교회 관련 기관 중 한 곳만 선택하게 했다. 조민제 사장은 <국민일보>만 맡게 했다.

조용기 목사도 신도들에게 ‘큰절 사죄’를 했다. 그는 “가족 문제로 교회 내부의 분란이 확산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 교회 관련 직책을 모두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 총장과 조희준씨 등도 사랑과행복나눔재단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듯했다.

신도 48만명으로 세계 최대 단일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 시사저널 포토
조 목사 가족이 교회 요직 독점하며 분쟁 확산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조 목사가 부인과 장남의 사퇴서를 반려한 것이다. 이후 임시이사회를 통해 조 목사가 명예직인 총재로 추대됐고, 김성혜 총장은 공동 이사장에 선임됐다. 순복음교회는 무효를 주장하며 별도의 임시이사회를 개최했고, 570억원이 분산 예치된 다섯 개 통장에 대해서도 예금 지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조 목사가 가처분 소송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아직까지도 법정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조 목사는 “장로들이 무리하게 나가면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떠나 따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자필 메모를 이영훈 당회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순복음교회의 한 장로는 “중요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조 목사가) 말을 번복했다”며 “믿고 따르던 장로들로부터 고발당해 재판을 받는 것도 결국 조 목사가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14일 기자회견장에서도 비슷한 성토가 이어졌다. 하상옥 장로는 “가족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조 목사를 만나 상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집에만 갔다 오면 입장을 뒤집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14년 전에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가 출교와 제명까지 당했다. 그는 “조 목사와 화해하고 교회로 돌아왔지만 부패는 더욱 가중됐다”고 밝혔다. 당시 조 목사는 “여러분이 교회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하나님이 나에게 채찍질하시는 것이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하 장로는 14년이 지나도록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교회의 재정이 파탄에 이르도록 조 목사 일가가 돈을 가져갔다”며 “조 목사가 회개하고 물러나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영훈 담임목사에게 일을 맡겼지만 인사나 재정 어느 하나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장로모임에서는 외부 세력이 여전히 교회 업무에 개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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