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우리 둘 사이
  • 김현일 대기자 ()
  • 승인 2013.12.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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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에 대한 민주당의 ‘착잡’ ‘관망’ 시선

‘안철수 신당’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눈길은 한마디로 ‘착잡’과 ‘관망’이다. 결국은 ‘한 식구’가 되어야 할 세력이기에 착잡하고, ‘잘될 가능성이 커서’ 예의 주시를 전제한 관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민주당이라고 통칭하지만 김한길 대표를 축으로 하는 온건파와 친노·486, 시민사회 출신 등이 뭉친 강경파는 그간 이해와 추구하는 바가 달라 사사건건 충돌해왔는데, 이 대목에서는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익 계산이 가시화되면 달라지겠으나, 안철수 의원이 창당 선언을 한 이 시점에서는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가능한 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설령 입에 올리더라도 험한 비판은 피한다. 그저 “파급력은 크지 않다” “당내 이탈자도 많지 않을 것” “새 정치라고 하지만 분가 수준의 창당”이라는 비판 정도다. 민주당을 뿌리째 뒤흔들 수도 있는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보면 이쯤은 비판이라고 일컫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이런 ‘미묘하고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 내년 6월의 지방선거에서 신당 출현은 악재 중의 악재이기 때문이다. 또 선거에서 민주당과 신당이 어떤 제휴 내지 연대의 모양새를 갖더라도 민주당에 악영향은 불가피하며, 종국에는 양자 간 통합 논의가 진행될 것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민주당의 근본을 깰 수도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11월23일 안희정 충남도지사(왼쪽)의 출판기념회에서 안철수 의원과 안 지사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망은 엇갈리나 파괴력 클 듯

‘파급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절하 논평도 실은 파괴력·파급력이 ‘크다’는 우려의 다른 표현이라고 보는 게 적확하다. 김영환 의원 등은 “당장은 동조 이탈자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고, 그래서 ‘크지 않다’고 말할지 모르나, 신당이 지방선거에서 호남 광역단체장 두 자리를 꿰차 호남 맹주로 등장하면 국면은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지지율 등에 미루어 광주와 전북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했다. 당장 우려하는 ‘탈당 도미노’는 없겠으나 한순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강경 그룹으로 분류되는 ㅇ의원은 “중간의 우여곡절이 무엇이고 어떤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든 결국 민주당과 합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여기에는 원내 다수를 차지하는 강경파 입장으로서는 ‘합당’만이 ‘김한길-안철수 모두를 잡는’ 호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은근히 깔려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친노 적자로 ‘올라선’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은 공연한 설화를 피하기 위해 말을 아끼고 있다.

민주당의 우려 섞인 시선들은 지지율 추이 등에 미루어 괜한 호들갑이 아니다. ‘안철수 신당’은 태동 전부터 민주당을 압도해왔다. 예컨대 여러 기관의 지지 정당 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47% 대 민주 23%’ 안팎이었다. 그런데 태어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을 대입하면 ‘40 대 13 대 17(신당)’ 비율로 나타난다. 여당 지지표의 약 7%, 야당 지지표의 약 10%를 신당이 뺏어가는 양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서 11월2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은 27.3%로 민주당(12.1%)을 두 배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나는 등 존재조차 하지 않는 ‘안철수 신당’의 위력은 대단한 게 사실이다. 이는 여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염증을 대변하는 것이고, 정치판은 정치 혐오감을 더욱 중증으로 몰고 가는 중이다.

물론 ‘안철수 신당’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신당’이라 봤자 정치판에 들어오는 순간 참신성은 사라지고 리더십이 결여된 ‘구당(舊黨)’ 형태만 남을 것이라는 혹평도 있다. ‘안철수 현상’은 말 그대로 ‘현상’일 뿐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정치인으로서 자질·함량 등에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험구다. 주변에서 뜸이나 들이다 바람을 타고 등장했기에 정체성도 없고, 또 그런 만큼 그런 식으로 사라질 거라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민주당 3선 의원은 “안철수 현상이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면 대선 후 6개월 이전에 수그러들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1년 넘게 지속되고 오히려 약간씩이나마 세를 더하는 상황은 허상이 아님을 방증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현실을 오도해서는 정말 큰 패착을 초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해 대선 때 안철수 후보와 야권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던 당시 문재인 후보. ⓒ 문재인 제공
“호남 중 두 곳 승리하면 야권 패자 가능”

다른 ㅅ의원은 한국 유권자를 보수 6, 진보 4로 파악하는 것을 거부하며 “새누리당 지지층인 4를 제외한 나머지 6은 비판층이다. 진보에 가깝다. 그런데 민주당은 지금 2밖에 못 건지고 있다. 그만큼 안 의원이 챙길 수 있는 영역이 넓다는 것이고, 여러 여론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며 신당의 폭발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저 안철수 의원의 리더십이 관건일 따름이라는 지적이다. 안 의원의 등장이 정치와 IT라는 상황의 산물인 것처럼 그의 어눌함과 뜨뜻미지근함도 큰 장애가 안 된다는 말이다.

민주당 내 책사라고 할 만한 의원들이 추정하는 안철수 신당의 행로를 종합하면 이렇다.

“신당의 조직이나 정책, 민주당 이탈자 수준,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 정당 공천 배제 여부 등이 세 확산에 중요한 요소가 되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신당을 아무리 깎아내려도, 신당 진로를 방해해도, 나름의 기반을 다질 여지는 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신당은 민주당 후보의 낙선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 신당이 ‘칼’을 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단계에서 민주당과 신당의 제휴는 틀림없이 있을 것이고, 이 단계에서 민주당은 많은 양보가 불가피하다.”

“‘이석기 사태’ 여파로 유권자들의 보수화 강도가 높아진 것도 촉진제다. 신당은 전국 각지에 조직을 다지고 추스를 필요가 없다. 전략 지역만 잘 선정해 집중 공략하면 된다. 과거의 제3당과는 출생 배경과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기에 운영의 묘만 살려도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선택과 결단의 타이밍이 중요할 뿐이다. 광역단체장 후보 단일화는 선택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신당은 지지도가 높은 호남 지역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광주와 전북 석권은 충분히 가능하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민주당이 부진할 경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는 자명하다. 신당이 수도권의 서울·인천·경기 중 경기도를, 영남에서 부산 등의 할애를 요구한다면 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신당이 호남 2개 지역을 차지하고 수도권과 부산에서 2위만 하더라도 야권의 맹주가 누가 될지는 뻔하다.”

제3당이 성공한 사례는 현대 한국 정치사에서 없었다. 1992년 대선 때 생긴 정주영 총재의 국민당도 그랬다. 정주영 총재도 비판적 보수·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안철수 신당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신당은 여기에 더해 야권과 특히 호남이라는 지역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과거 ‘제3당’들과는 바탕과 가용 동력이 다르다는 말이다. 이래서 ‘안철수 신당’을 주목하게 된다. 안 의원이 적대 세력과 경쟁자들의 무차별 공세와 견제를 여하히 돌파하고 견디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 지형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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