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궁합부터 맞춰볼까”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12.0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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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보다 여성이 더 관대한 혼전 성관계

성(性)에 대한 인식이 개방화된 시대다. 결혼이라는 제도에는 얽매이고 싶지 않지만,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클럽에 가서 하룻밤 상대를 찾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다. 남편은 싫지만 섹스 파트너를 찾아 밖에서 헤매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그냥 산다는 등 과거와는 달리 솔직하게 성욕을 표현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성을 단순히 낭만적인 사랑의 표현으로 보지 않고 성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는 긍정적 체험으로 승화시킨 사례도 다양하다. 도도하던 여자가 하룻밤을 지낸 후 돌연 남자에게 매달리는 사연, 뻣뻣한 본처가 허리 아래 일에 능한 직업여성에게 남편을 빼앗긴 이야기 등도 숱하게 들을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상대와의 속궁합을 알기 위해 결혼 전의 성관계는 물론이고 혼전 임신을 일종의 혼수품이라며 자랑스럽게 알리는 사람도 많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혼전 성관계는 민감하면서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과연 결혼 상대와의 혼전 성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여성 과반 “결혼 상대와 혼전 관계는 필수”

결혼하기 전 상대와 쉽게 성관계를 즐길 수 있는 것은 피임약 덕분이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임신할 경우 그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어 여성들은 섹스 파트너를 까다롭게 골라왔을 뿐 아니라, 많은 여성이 혼전 관계에 거부감을 느껴왔다. 그러나 이제는 피임약으로 무장한 일부 여성이 성관계를 통해 더 많은 즐거움을 만끽하려 한다.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친한 이성 친구와 하룻밤을 보낸 경우 ‘그냥 없던 일로 한다’는 의견이 62%나 된다. 이는 결혼 상대의 혼전 성경험에 대해 관대하다는 얘기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관대하다. 배우자감의 ‘혼전 성경험에 대한 남녀별 수용 한도’를 보면 남성의 경우 ‘없어야 한다’는 대답이 63.2%로 단연 높았고, ‘1?2명까지는 수용’이 30.8%로 뒤를 이었다. ‘3?4명과의 경험도 수용’은 6.0%로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다수 남성은 ‘자녀를 잉태해야 하는 자신의 배우자가 끝까지 순결을 유지해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희망 사항’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여성은 ‘1?2명까지 수용’이 58.1%로 과반을 넘었고, ‘없어야 한다’(22.1%)와 ‘3?4명까지 수용’(19.8%)이 비슷한 비중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런 결과로 젊은 세대의 생각을 읽어보면,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하지만 성관계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첫 경험 시기 늦을수록 나중 삶에 유리

현대의 남성과 여성은 결혼 상대와의 혼전 성관계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 물음에서는 남녀의 생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남성은 72.2%가 안 해도 상관없다는 입장인 데 반해, 여성은 절반 이상인 57.0%가 ‘그렇다, 즉 필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이성 관계를 여성이 주도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혼 경험이 있는 ‘돌싱(돌아온 싱글)’의 경우, ‘일단 호감이 있다면 가능하다’(남 62.9%, 여 53.1%)는 의견이 더 많았다. 결혼 전까지 성관계는 반대한다고 답한 돌싱 남성은 1.7%, 여성은 4.9%로 소수에 그쳤다.

그렇다면 배우자감과의 혼전 성관계가 필수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부부 성 만족도(속궁합)가 부부 생활에 중요하기 때문’(남 64.7%, 여 69.7%)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돌싱 남녀의 경우에는 모두 혼전 성관계에 대해 관대하고, 부부 사이의 속궁합을 중시했다. 현대의 젊은 세대는 서로 간의 믿음과 사랑이 바탕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혼전 성관계에 대해 꽤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첫 경험을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혼전 순결을 절대적인 미덕으로 생각하기에는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빗장이 열린 지 오래다. 결혼 전에 누구를 만났고, 처녀냐 총각이냐를 따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건 ‘혼후 순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고등학생들조차도 이성 교제를 하며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이 친구들 앞이나 공공장소에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스킨십을 즐기는 이유는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연인들의 모습 등을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풋풋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생일과 같은 기념일에 친구들 앞에서 자랑하거나 이성 친구가 있으면 인기가 많아 보일 것 같다는 생각에서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고, 큰 의미 없이 이미지를 생각해서 사귄다는 얘기다.

그러나 부모는 자녀가 너무 이른 시기에 성에 눈을 뜨게 될까 봐 걱정한다. 이런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다. 청소년의 성 경험은 늦을수록 어른이 된 후의 삶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늦은 시기에 첫 경험을 한 청소년은 어른이 된 뒤에 교육이나 소득 수준이 높고, 연애 상대의 수도 많지 않았다. 또 이들이 결혼했을 경우 관계에 대한 만족도도 더 높았다. 이는 상대가 아주 만족스러울 때까지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는 성격인 사람이 첫 경험도 늦고, 정신적·감정적으로 성숙한 상태에서 첫 경험을 하는 게 연애와 관련된 기술을 더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의미다.

 

성관계 잦으면 나이보다 젊어 보여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성관계는 젊음과 건강의 샘물’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성관계는 사람들을 젊어 보이게 한다는 것. 실제 나이보다 7?8년 젊어 보이는 사람들은 일반인보다 성관계를 2배가량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남성이 1년에 성관계를 원래보다 3배로 늘렸더니 신체 연령이 1.8년 젊어졌다. 여기에 만족감이 높은 성관계를 하자 8년까지 젊어졌다. 이제는 섹스가 음지의 무언가가 아니라는 얘기다.

성관계를 30분 할 경우 약 300㎉가 소모된다. 이는 4km 이상 달리는 것과 같은 효과다. 심폐 기능을 향상시켜 심장병이나 뇌졸중 위험을 줄이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온몸 구석구석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된다. 일주일에 1, 2회 섹스를 하면 면역 글로블린A의 분비량이 증가해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강해진다. 때문에 몸이 건강해지는 건 당연하다.

매주 성관계를 갖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월경 주기가 더 일정하고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도 증가해 골다공증과 골절을 예방한다. 남성 전립샘도 건강하게 유지된다. 성관계를 꾸준히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의학적으로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성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부부간의 성생활에 문제가 생겨도 쉬쉬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막상 성 기능이 예전 같지 않아지면 속으로 끙끙 앓는 것이 중년 부부다. 그게 얼마나 고민스러운지는 겪어본 사람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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