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준 측이 수차례 위증 부탁했으나 거절했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3.12.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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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 재판에서 증언…진위 여부 놓고 공방 예상

조용기·조희준 부자 배임·탈세 사건 재판이 거듭될수록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부친인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조 목사의 잘못을 자신이 뒤집어썼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조 목사는 측근인 박 아무개 장로(전 영산기독문화원 사무국장)와 김 아무개 장로(전 여의도 순복음교회 총무국장)가 모든 일을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증인으로 나온 박 장로와 김 장로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교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조용기 목사 부자가 주식 거래 주도”

12월2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425호 법정에서 열린 11차 공판에는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이 증인으로 나와 주목을 받았다. 차 전 대변인은 2002년 7월부터 2003년 6월까지 조 전 회장이 대주주인 넥스트미디어홀딩스(NMH)의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현재 진행 중인 조 목사 부자 재판과 관련해 교회 인사들의 증언이 엇갈리면서 차 전 대변인이 무슨 증언을 할지 교회뿐 아니라 언론의 관심이 고조됐다.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이 12월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와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의 배임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차 전 대변인은 2일 공판에서 “조 목사 부자가 배임 혐의로 검찰에 동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것은 결국 두 사람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회장이 이사장이던 영산기독교문화원(문화원)은 2002년 12월 아이서비스 주식 25만주를 적정가보다 3~4배 높은 가격으로 순복음교회에 매각하면서 배임 혐의 등으로 조 목사 부자가 동시에 재판을 받고 있다. 교회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2002년 11월 말에 작성된 아이서비스 매입 제안서에는 이미 매각 가격(217억4600만원)이 결정된 상태였다. 적정가보다 4배 가까이 비쌌던 주당 가격(8만6984원)은 전체 매입 가격에서 주식 수를 나눠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식의 적정가를 산정하기 위한 조치도 없다. 매입 제안서를 작성한 주체도 명확하지 않았다. 교회 총무국장이었던 김 아무개 장로는 “문화원 사무국장이던 박 아무개 장로와 차 전 대변인이 매입 제안서를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며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 조 목사에게 결재를 올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아무개 장로는 “교회가 아이서비스 주식을 매입한다는 사실을 몰랐고, 매입 제안서 내용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차 전 대변인은 이들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박 아무개 장로를 만난 자리에서 ‘조 목사와 조 전 회장 간에 이야기가 잘돼서 아이서비스 주식을 교회에서 사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박 장로가 김 아무개 장로를 만나러 가자고 해서 인사차 따라간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장로를 만나니 ‘목사님에게 말 들었다. 서류 놓고 가면 된다’는 말을 했다”며 “이런 점을 종합해볼 때 아버지인 조 목사와 조 전 회장이 합의해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목사와 조 전 회장의 변호인들은 “차 전 대변인이 NMH의 대표이사를 맡았을 당시 아래 직원이 문화원의 청산을 맡았던 만큼 주식 거래에 관여한 것 아니냐”고 여러 차례 질문 공세를 펼쳤다. NMH의 법무팀장 이 아무개씨는 증언에서 “문화원 청산 절차를 진행하면서 박 아무개 장로와 차영 당시 대표 등에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차 전 대변인은 “조 전 회장은 2001년 구속 이후 NMH의 경영권을 빼앗겼지만 여전히 60%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매일 회사에 출근했다”며 “대표에 취임한 후 ‘영산문화원은 폭탄이니 절대 연루되지 말라’는 조언을 여러 차례 들었다. NMH는 재단 청산에 관여하지 않았고, 관여할 이유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공판 증언 과정에서 차 전 대변인은 “조 전 회장에게 여러 차례 위증을 부탁받았다”며 “조 전 회장이 지난해 말 검찰에 구속되자 변호인과 측근인 이 아무개씨를 통해 ‘내가 NMH 대표로 아이서비스 주식 매매를 주도했다’고 증언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차 전 대변인은 밝혔다. 차 전 대변인은 공판 도중 조 전 회장의 변호인을 상대로 “어찌 한 입으로 두말을 하느냐”며 강하게 따지기도 했다.

2월 초 조 목사 가족 만나 친자 인정받아

차 전 대변인의 측근인 박 아무개씨는 “(차 전 대변인이 조 전 회장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진행하면서 (차 전 대변인이) 조 전 회장뿐 아니라 조 목사에게도 실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씨에 따르면 올해 초 조 목사의 차남인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조 목사가 차 전 대변인의 아들을 보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었다. 약속 장소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도착했는데, 조 목사뿐 아니라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조민제 회장, 삼남 조승제 인터내셔날클럽매니지먼트그룹 대표까지 나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조 목사는 “희준이가 ‘내 아들이 맞다’고 인정해서 만나러 왔다. 아내와 상의해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호적 문제 역시 조민제 회장에게 해결할 것을 지시했고 조 전 회장의 변호인 역시 이 장면을 모두 목격했다고 차 전 대변인 측은 주장했다.

하지만 조 전 회장이 지난 6월 집행유예로 석방되면서 입장이 바뀌었다고 한다. 조 전 회장은 “난 모른다”고 차 전 대변인 측 주장을 일축했다. 친자 확인 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조 전 회장의 변호인은 “아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차 전 대변인의 측근인 박씨는 “(조 전 회장의) 아들이라는 증거와 증인은 셀 수 없이 많다”며 “결국 조 목사 가족 모임은 차 전 대변인에게 위증을 부탁하기 위한 것으로 차 전 대변인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영 “CJ에서 빌린 25억원 내가 해결했다” 


지난 12월2일 11차 공판에 참여한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은 NMH 대표이사에 취임한 배경과 조용기 일가와의 관계 등에 대해 세세히 털어놓았다. 차 전 대변인이 조용기 목사를 처음 만난 것은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직후였다. 당시 차 전 대변인은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이었고, 조 전 회장을 통해 “조 목사가 여사님(이희호)을 접견하고 싶어 한다”는 부탁을 받고 청와대 관저로 가서 면담을 주선했다.

NHM 대표로 취임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난 직후였다. 월드컵과 9월 아시아 경기대회 준비로 피로가 누적된 데다, 남편마저 직장을 그만두게 돼 집안 경제를 책임져야 할 상황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요청해 비서관직을 그만두자 삼성 등 여러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조 전 회장 역시 NMH의 대표이사를 제안했고 이를 수락했다.

NMH 대표에 취임하고 보니 자금 사정이 말이 아니었다. 직원들의 급여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NMH는 당시 LPGA 경기를 한국 최초로 개최하게 됐다. CJ그룹으로부터 25억원을 받았는데 대표이사 취임 전 해인 2001년 미국 9·11 테러 여파로 경기가 취소됐다. CJ그룹이 25억원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남은 돈이 없는 상태였다. 차 전 대변인은 “조 전 회장이 이재현 CJ 회장을 만나볼 것을 제안했고 이 회장을 만나 ‘LPGA 경기를 꼭 개최하겠다’고 해서 겨우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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