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파는 전문 비즈니스맨 길러야
  •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선임연구위원 ()
  • 승인 2014.01.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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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기 시장, 열강 전통 업체들이 독점 국내 제조업체들 해외 마케팅 능력 떨어져

지난해 말 방위산업(방산)계는 후끈 달아올랐다. 바로 FA-50의 수출 소식 때문이었다. 최초의 전투기 수출인 데다가 한 번에 11억3000만 달러(약 1조1870억원)어치를 팔아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앞으로 25년간 정비나 부속품 수급 등 다양한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향후 후속 군수 지원을 위한 추가 계약만 해도 10억 달러에 이른다. 이번 수출로 모두 21억여 달러를 단번에 벌어들인 셈이다.

방산 수출은 흔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져 있다. 전투기 1대를 판매하는 게 중형차 1000대를 판매한 이익을 웃돈다고 하니 많은 사람이 흥분할 만하다. 이런 추론에 기초해 지난 정부는 방위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던 당시 방산 수출액은 10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정권 막바지였던 2012년의 수출액은 23억 달러를 넘어섰다. 두 배가 넘는 가파른 성장이었다.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2013년 10월2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ADEX 2013’ 개막식에서 첨단 무기를 관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우리나라의 수출 총액은 연간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13년 수출 총액은 약 5597억 달러에 이른다. 방산 수출액이 약 34억 달러이니 총 수출액의 0.6%에 불과하다. 전투기 수출이 자동차 수출에 비해 1000배의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하지만, 이라크에 판매한 전투기는 겨우 24대에 그친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 해에 무려 300여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수출액이 700억 달러를 넘는다.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7900여만대에 이르지만, 세계의 전투기는 모두 1만500여 대로 매년 200~300여 대가 교체되고 있을 뿐이다. 자동차는 5~10년 정도면 교체되지만 전투기는 한 번 사면 보통 25년을 운용한다. 한마디로 소비재 시장과 방산 시장은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게다가 주요 플레이어들이 모두 정해져 있다. 일례로 전투기 시장의 경우 록히드마틴·보잉·EADS·수호이 등 전통적인 전투기 제조업체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한 해 4600억 달러로 조선 산업의 3배이고 반도체보다도 50% 이상 큰 항공 시장은 항공 선진국들이 독점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가 수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틈새시장을 노렸기 때문이다. 중간 이상의 성능을 갖춘 미들급 전투기 시장의 경우 우리는 도전할 상품조차 없다. 이번에 우리가 수출한 FA-50은 미들급보다 낮은 로우급 전투기다. 가격도 300억원대로 저렴해 이라크와 같은 고객을 잡을 수 있었다.

방위산업은 국가 간 총력전

하지만 싸다고 해서 방산 장비가 팔리는 건 아니다. 전투기·탱크·군함 같은 무기 체계는 한 나라의 존망을 좌우하는 중요한 장비다. 이런 장비를 단순한 가격 비교를 통해 사는 나라는 없다. 또한 아무한테나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적국뿐만 아니라 장래에 적이 될 국가에 내 나라를 위협할 무기를 팔 수는 없는 일이다.

국가 대 국가의 거래가 방산 수출이다. 파는 나라와 사는 나라가 서로 믿을 수 있고 친해야 거래 분위기가 조성된다. 즉, 정치·외교·군사 삼박자가 딱딱 들어맞아야 본격적인 판촉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사는 나라의 내부 사정도 중요하다. 구매국의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구매 계획이 흔들리기 일쑤다.

판매국과 구매국의 내·외부 사정을 모두 감안하다 보니, 사업이 하나 진행되려면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마케팅부터 수주까지 5년에서 10년은 기본이다. 미국 유수의 한 항공기 제조업체는 인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지사장이 10년 이상 현지에서 바닥 영업부터 시작해 약 20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겨우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한번 판매가 되면, 해당 장비는 보통 20~30년을 운용하므로 부품 판매나 정비 서비스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여기에 한 국가의 무기 구매는 계획 자체를 공공연하게 알릴 성격의 것이 아니란 점도 문제다. 국가 안보와 관련되기 때문에 당연히 보안이 중시되며, 세부적인 사업 정보나 구매국 정부 담당자와의 접촉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 방위 사업은 수조 원 규모의 국책 사업이라서 구매국에서는 품질 보증이나 산업 협력 등 다양한 요구를 하게 된다. 이러한 요구는 방산업체 차원에서는 대응할 수 없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절대로 쉬운 싸움이 아니다

비싼 가격을 주고 사온 전투기나 군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제조업체가 책임지지 못하고 망해버린다면 구매한 국가로서는 낭패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판매국 정부의 보증을 요청한다. 어차피 국가 대 국가의 신뢰 거래 성격이 강하므로, 구매 주체와 판매 주체가 모두 국가가 되는 거래 방식이 방산 수출에서는 선호된다. 그러한 거래 방식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이 사용하는 FMS(대외 군사 판매)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이러한 거래 방식을 취할 법적 근거가 없어 고민이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초계함 구매를 위해 우리 정부에 정부 간 계약 체결을 요청했으나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방사청이 계약 주체가 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상당히 큰 계약 건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우리의 첨단 장비가 무단으로 카피되지 않도록 기술 통제를 할 필요도 있는데, 정부 간 거래 방식을 사용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한국판 FMS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총력 태세를 갖추고 제도를 정비한다고 해도 역시 방산 수출은 어렵다. 무엇보다도 현지 사정에 밝아야 하는데, 정부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현지 비즈니스 수행에서도 전문성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대다수 국가에 무관을 파견하고 있는데, 보통 임기가 2년인 무관이 5~10년 걸리는 방산 수출을 효율적으로 협조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설사 구매국 정부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아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해도, 많은 방산 기업이 해외 판매에 정통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국내 수요만을 바라보고 회사 구조를 만들어놓다 보니 해외 마케팅 능력이 떨어진다. 결국 해외에 많은 지사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 계열 상사들이 중계 업무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사들 중에도 방산 수출 전문 인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더욱 어려운 것은 시장 상황이다. 1990년대 냉전 종식으로 세계 방산 시장은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가, 2000년대 대테러 전쟁이 시작되면서 호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를 시작하면서 무기 체계에 대한 수요는 감소했고, 지난해 시퀘스터를 맞아 국방 예산이 급감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방 예산 감축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대다수 국가가 국방 예산을 줄이고 있다.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대테러 전쟁이 한창이던 호황기에 미국 시장 이외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방산 대기업들이 동남아·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의 방산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지난 5~6년간 우리 방산 수출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왔다. 특히 방산 시장이 얼어붙어가는 상황에서 낸 성과라서 의미가 크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대통령이 영업을 해줄 수는 없다. 수많은 해외 경쟁자에 대항할 수 있도록 방사청과 방산업계가 더욱 많은 노력을 할 때 방위산업이 진정한 신성장 동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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