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마로·뿌까·졸라맨 누가 벼락출세하게 했나
  • 김중태│IT문화원 원장 ()
  • 승인 2014.01.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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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애니메이션 등장으로 국내 캐릭터 산업 급성장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만화영화를 말한다. 한국의 경우 1950년대 말의 럭키치약, 1960년대의 진로소주 TV 광고에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이 등장했다. 1967년에 선보인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인 <홍길동>을 필두로 국내 애니메이션의 본격적인 역사가 열린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애니메이션은 종이에 그린 원화를 투명한 셀에 옮겨 그린 후에 배경과 함께 촬영해 만드는 ‘셀 애니메이션’을 가리킨다. 이는  제작 도구나 기법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뉜다. 진흙으로 모델을 만들어 제작하는 ‘클레이 모델 애니메이션’, 빛의 투사를 이용한 ‘라이팅 애니메이션’, 셀이 아닌 종이에 배경까지 그리는 ‘페이퍼 애니메이션’, 그림자를 활용하는 ‘실루엣 애니메이션’, 필름을 긁어서 만드는 ‘핸드메이드 애니메이션’,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조합하는 ‘합성 애니메이션’, 컴퓨터로 제작하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다. 이 중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한 분야로 어도비(Adobe)사의 플래시라는 파일 형식을 이용해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

플래시(Flash)는 원래 그리기 프로그램인 스마트스케치(SmartSketch)라는 이름으로, 퓨처웨이브소프트웨어(FutureWave Software)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다. 1995년에 스마트스케치에는 ‘퓨처스플래시 애니메이터(FutureSplash Animator)’라는 이름의 셀 기반 애니메이션 지원 기능이 추가되는데, 벡터 기반 방식의 그래픽을 빠르게 만들 수 있고 그래픽 재생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1996년 퓨처웨이브를 인수한 곳은 매크로미디어였다. 매크로미디어는 인수 후에 퓨처스플래시(FutureSplash)라는 지원 기능 이름을 플래시(Flash)로 바꾸었다.

플래시는 사용하기 쉬운 데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IE5(인터넷 익스플로러5)에 번들 계약을 체결하면서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배포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에서는 경쟁자인 썬의 자바를 막기 위해 플래시를 적극 지원했다. 그러자 어도비는 2005년에 매크로미디어를 인수해 플래시를 어도비 제품으로 만든다.

플래시 애니와 함께 한국 캐릭터 산업 부상

플래시는 인터넷에서 화려한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 효과를 내는 데 최적의 도구로 각광받으며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제작도 쉽고 일반 동영상보다 압축 비율이 뛰어나 용량도 적게 차지하며 크게 확대하더라도 이미지가 깨지거나 거칠어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마우스를 이용해 쌍방향으로 동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확연히 다르다. 플래시의 등장은 애니메이션 산업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러닝타임이 짧아 인터넷을 통해 감상하는 작품이 많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제작의 용이성 때문에 자본이 적은 한국에서 특히 각광받았다. 2000년 전후, 인터넷 캐릭터로 뜬 애니메이션의 대다수가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사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뜨기 전까지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암흑기에 가까울 정도였다. 만화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일 자체가 거의 없었다. 국산 만화 캐릭터는 아기 공룡 둘리가 전부였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히트하면서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 산업과 캐릭터 산업의 역사가 새롭게 펼쳐졌다.

가장 히트한 캐릭터인 엽기 토끼 ‘마시마로’의 경우 문화관광부에서 2001년을 마감하면서 평가한 문화 콘텐츠 중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열풍을 일으킨다. 둘리 이후 가장 성공한 캐릭터가 된 마시마로는 김재인 감독이 플래시를 이용해 만든 플래시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것으로, 만화의 제목은 ‘마시마로의 숲 이야기’다. 하지만 마시마로라는 원래 이름보다 엽기 토끼라는 호칭이 더 유명해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당시 한국의 문화 코드가 ‘엽기’였는데, 마시마로는 여기에 맞는 스토리텔링을 갖춘 애니메이션이다. 순한 동물의 대명사인 토끼가 조폭처럼 무섭게 구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보였고 뒤를 예측하기 힘든 기발한 줄거리, 폭력성과 상반되는 귀여운 캐릭터 등으로 인기를 끌면서 인형·옷 등 각종 캐릭터 상품이 쏟아졌다. 마시마로 인형은 출시된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판매량이 100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권에서 마시마로의 인기는 대단했다.

‘졸라맨’ 스타급 대접받으며 TV 광고 등장

마시마로 다음에 뜬 캐릭터인 ‘졸라맨’은 ‘김득헌의 디지털 스페이스’에서 만든 여러 애니메이션 캐릭터 가운데 하나로 2000년부터 제작됐다. 졸라맨의 특징은 막대기처럼 보이는 캐릭터와 컴퓨터 음성 변조 기능을 이용해 만든 ‘졸라 맨~~’이라고 하는 독특한 목소리다. 단순한 선으로 표현된 캐릭터지만 매일 50만명이 사이트에 접속할 정도로 졸라맨의 인기 또한 엄청났다. 졸라맨은 인기에 힘입어 TV 광고에도 출연하는데, 사이버 캐릭터가 CF에 등장해 모델료를 받은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졸라맨은 단발 CF 출연료만으로 1억원을 받았다. 거의 스타급 대접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다른 국산 캐릭터가 약 3%의 로열티를, 일본 인기 캐릭터인 디지몬 캐릭터가 6~8%의 로열티를 받았는데, 졸라맨은 10~15%의 로열티를 받은 것이다.

졸라맨 외에도 우비소년(woobiboy.intz.com)·뿌까·홀맨·힘맨·재동이네·스토리알·미니비·라면보이 등 다양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등장하는데, 이 중에서 국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캐릭터는 ‘뿌까’다. 뿌까는 대한민국 캐릭터 디자인 회사 ‘부즈 캐릭터 시스템즈’가 내놓은 캐릭터로 2000년 1월에 발표된다. 2002년 2월에 일본·홍콩·타이완·태국 등과 계약을 체결하고 해외 진출을 시작한다. 2002년 말에는 일본 후지 TV에 뿌까 애니메이션이 방영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2006년에는 유럽 전 지역에서 방송되는 등 전 세계로 진출한 캐릭터가 됐다. 뿌까의 경우 2002년에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2005년에는 14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당시 120개국에서 인기를 끄는 캐릭터로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특정 회사의 소프트웨어에 머무르지 않고 쌍방향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한국에서는 한국산 캐릭터의 세계화를 이끄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성장한 한국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산업은 앞으로 컴퓨터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시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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