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부자 지도를 바꾸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02.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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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9만원대…보유 주식 가치 1조3000억대 치솟아

국내 모바일 산업계의 대표 주자인 카카오의 몸값이 뛰고 있다. 덕분에 카카오 오너인 김범수 의장의 주식 보유 평가액도 국내 10대 주식 부호 안에 들 정도로 뛰어올랐다.

2015년 5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카카오 주식의 장외 거래 가격은 주당 9만원 선이다. 말레이시아의 재벌로 알려진 버자야 그룹이 지난 1월 카카오 지분 0.4%를 장외 시장에서 110억원에 사들이면서 이 가격이 형성됐다. 상장을 준비 중인 카카오 입장에선 액면가(500원)의 180배에 거래됐다는 사실 자체가 고무적인 뉴스임에 틀림없다.

2011~12년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카카오의 위력은 주식 거래 가격에 그대로 반영됐다. 중국 텐센트는 2012년 4월 720억원을 카카오에 투자하면서 500원짜리 주식을 주당 2만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10월 카카오가 우리사주 25만주를 삼성증권을 통해 처분했을 때 거래 가격은 주당 7만9560원이었다.

ⓒ 카카오 제공
돈방석에 앉았지만 내일이 불안하다

‘최신 거래가’인 주당 9만원으로 계산하면 김범수 의장의 주식 평가액은 1조3000억원대로 뛰어오른다. 김 의장은 카카오의 지분 30.9%와 개인 회사인 ㈜아이위서비스를 통해 24.5%의 지분을 갖고 있어 모두 55.4%의 지분을 보유한 1대 주주다.

김 의장의 주식 평가액은 국내 10위권 부자에 해당한다. 재벌닷컴이 1월29일 기준으로 발표한 국내 상장사 부호 11위가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1조2863억원)이고, 12위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1조2773억원)이다. 벤처 부호 중 최고 순위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으로 15위(1조878억원)였다. 모바일이라는 새 시장을 선도한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톡 하나로 국내 10위권 부자로 단숨에 뛰어오른 것이다.

이는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돼 국내 상장사 부호 순위에선 빠지는 김정주 NXC 회장의 주식 평가액(1조9020억원, 지난해 6월 기준)에 견줄 만한 액수다. 김 의장이 모바일을 앞세워 부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카카오의 기업공개(IPO)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올해에도 그동안 보여왔던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주당 9만원 이상으로 주가가 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카카오가 지난 2011~12년에 보여준 성장성을 뛰어넘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지금이 최고 주가로 기록될 수도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카오는 상장 가능성을 부인했으나 곧 방침을 바꿨다. 카카오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카카오의 경쟁자는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라인, 외국에서는 미국의 왓츠앱과 중국의 위챗(텐센트)이다. 라인은 국내 시장에 국한할 경우 카카오에 뒤진 후발 주자지만 일본을 중심으로 3억3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아시아 시장)에서 카카오를 앞서고 있다. 특히 타이완·태국 등 일본 문화의 영향력이 큰 시장에서 가입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카카오 측은 이 대목에서 자금 확보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카카오 홍보 담당자는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규모 마케팅 비용에서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고 사정을 전했다. 해외 시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프로모션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카카오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케팅에 돈을 쓰겠다는 신호다. 카카오는 지난 3년간 큰 폭으로 성장했다. ‘무료 모바일메신저 서비스로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세간의 의구심을 모바일 게임 플랫홈과 플러스 친구로 보란 듯이 잠재우며 신화를 써왔다.

하지만 지난해는 카카오에게 성장과 미래에의 불안을 동시에 가져다준 한 해였다. 카카오 성장의 밑받침이 된 양적 성장(가입자 증가세)이 한풀 꺾인 것이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의 거의 전부가 카카오를 쓰는 형편이라 국내에서 가입자 수를 늘리기 어려워진 것. 필연적으로 해외로 진출해야 하지만 라인이 대규모 마케팅을 통해 일본·타이완·태국을 휩쓸었다.

게다가 카카오 게임을 잇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 카카오 페이지(유료 콘텐츠 판매 서비스)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증권가에선 카카오의 2013년 매출액이 2500억원 선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2000억원 선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업체였다면 이런 실적 발표는 ‘어닝 쇼크’에 해당한다.

네이버와 2차 모바일 대전 치열

물론 카카오는 해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보여줬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2011년 18억원 매출에 1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카카오는 2012년 462억원 매출에 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3년 매출액이 2000억원 선이라고 해도 전해에 비해 4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2011~12년에 보여준 성장세에 비하면 더뎌진 것이라 성장성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이미 라인이 주도권을 쥔 타이완이나 중국 영향권인 홍콩·싱가포르보다는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사실 라인의 국내 존재감은 미미하다. 네이버 쪽에서도 국내 사용자 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 수가 4억명을 넘어선 미국 로컬 서비스인 왓츠앱과 중국 로컬 서비스인 위챗의 가입자 수와 비슷한 규모가 된 후 국내에 재진입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2012년부터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일본 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 회장직을 맡아 라인 글로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한게임과 네이버를 합병시켜 NHN으로 유선인터넷 시장의 최종 승자 자리에 함께 올랐다. 그러나 회사를 차지한 것은 이해진 의장. NHN을 나온 김 의장은 발 빠르게 모바일로 움직여 초반에 국내 모바일 산업을 휩쓸었다. 국내에서 모바일을 선점당한 이 의장은 일본 시장을 통해 라인으로 다시 승기를 잡아나가고 있다. 2~3년 후 라인을 일본이나 미국에 상장할 경우 이 의장의 주식 평가액은 삼성이나 현대차그룹 오너에 버금갈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주식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할 경우 카카오의 화력도 세질 것이다.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벌일 김범수-이해진 의장의 대회전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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