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응수 대목장이 숭례문 기증목 빼돌렸다”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4.02.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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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기증한 송 아무개씨 충격 증언

숭례문 부실 공사 의혹의 중심에 숭례문 복구 과정에서 목공사를 총괄한 신응수 대목장이 있다. 최근 숭례문 복구공사에 쓰일 금강송(금강형 소나무)이 러시아산 소나무로 바꿔치기 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신 대목장은 경찰의 집중 조사 대상이 됐다. 신 대목장을 둘러싼 의혹은 꼬리를 물고 있다. 급기야 신 대목장이 금강송뿐만 아니라 숭례문 복구공사에 기증된 소나무까지 빼돌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기증목을 빼돌리기까지 신 대목장이 고안한 ‘교묘한 수법’도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기자는 2월14일 숭례문에 소나무를 기증한 송 아무개씨를 직접 만나 신 대목장이 기증목을 빼돌렸다는 의혹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 그가 숭례문에 소나무를 기증한 것은 5년 전인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숭례문 복구공사 현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송씨의 증언과 당시의 언론 보도 및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신 대목장의 숭례문 소나무 빼돌리기 의혹을 재구성했다.

2009년 3월2일 숭례문 복원에 기증된 안면도 소나무 338개가 운반 차량에 옮겨지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2008년 2월10일 숭례문은 방화 사건으로 인해 문루 상층의 90%, 1층의 10%가 소실됐다. 당시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잿더미로 내려앉았다는 소식에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 한편으로는 숭례문 복구를 위한 성원이 이어졌다. 불타버린 숭례문 기둥에 쓸 지름 1m 이상의 소나무를 구할 수 없어 난관에 부딪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전국에서 나무를 기증하겠다는 이들이 나타난 것이다. 화재 직후 숭례문 복구단 측에 소나무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가 166명에 이른다. 송씨도 이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송씨가 숭례문 복구공사에 나무를 선뜻 내놓게 된 것은 당시 ‘숭례문 복구를 위해 충남 태안의 안면도 소나무가 주목받고 있다. 이 지역에는 80~120년생 소나무들이 17만 그루나 되지만 국립공원관리법 적용을 받는 안면도 소나무를 베려면 자치단체장 허가 절차 등을 거쳐야 해 난제다’라는 내용의 보도를 접했기 때문이다. 태안 안면도 창기·승언·중장리 일대에 서식하는 ‘안면송’은 조선 시대에는 경복궁 등 궁궐을 짓는 데 쓰인 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옹이가 적고 고운 적색 빛을 띠고 있으며 쭉쭉 뻗으며 자라기 때문에 품질이 우수한 소나무로 분류된다.

2008년 당시 송씨는 7년 동안 응달에서 말린 안면송 수백 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대부분 지름 1m가 넘는 대형목이었다. 그는 ‘숭례문 복구공사를 도우면서 안면도의 소나무림을 보호하자’는 생각에 자신이 관리한 안면송을 기증하겠다고 문화재청에 편지를 보냈다. 이후 문화재청 직원, 도편수, 대목장 등 많은 사람이 그의 나무를 살펴보고 갔다.

기자 당시 보관하고 있던 안면송의 상태는 어땠나.

송씨 2009년 2월 말 내가 보관하고 있던 안면송을 본 한 대목장은 ‘바로 가져다 기둥에 써도 될 정도로 대단히 좋은 나무’라고 했다. ‘큰 나무인데도 건조 상태가 좋아 갈라짐조차 없다’며 극찬했다. 그 당시 업자들이 찾아와 나무를 팔라고 하면서 4억~5억원을 주겠다고 했지만 팔지 않았다. 또 나무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찾아온 관계자가 직접 ‘이렇게 좋은 나무를 왜 기증하려고 하느냐’며 ‘절대 기증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기자 그런데도 얼마나 기증했나.

송씨 원래 400개가 훨씬 넘었다. 이 중에서 상처가 난 것들은 다 빼고 깨끗한 것들로만 골라냈다. 2009년 3월2일 겉껍질만 벗겨낸 원목 상태의 안면송 338개를 경복궁 내의 목재보관소로 보냈다. 세 대의 대형 트럭이 동원될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송씨는 이후 5년 동안 경복궁 내 목재보관소와 숭례문 공사 현장을 끊임없이 오갔다. 현장에 찾아갈 때마다 사진을 찍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해온 소나무가 국보 1호 숭례문을 되살리는 데 기둥이 된다는 사실을 직접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송씨가 나무를 기증한 이후인 2009년 중순경부터는 숭례문 복구에 참여할 대목장·석장·번화장·제와장·단청장 등 장인을 선정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통 건축물 수리 및 복구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 대목장 선정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숭례문 복구단장을 맡았던 최종덕 전 문화재청 문화재국장은 최근 자신의 저서 <숭례문 세우기>에서 “2009년 12월에 열린 장인선정위원회에서 신응수 목수는 1960년대 숭례문 수리 때 참여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 사용되지 않는 옛 도구를 직접 만들어 전통 기법으로 목재를 가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며 “(위원회의 위원들이) 사찰보다는 궁궐 복원을 주로 한 신응수 목수가 적임자라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결국 2010년부터 신응수 대목장이 숭례문 복구공사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송씨는 이 당시에도 자신이 기증한 소나무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숭례문 복구공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피기 위해 숭례문 문루 공사 현장과 경복궁 내 목재보관소를 오가고 있었다. 그러다 2011년 중반부터 2012년 2월경까지 목재보관소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 목재보관소에 있던 기증목 전부가 사라진 것이다. 그는 “나무를 어디선가 다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응수, 기증목과 금강송 성능 조사 의뢰”

하지만 이 무렵 신응수 대목장은 이상한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신 대목장은 2011년 초 목공사를 진행하면서 문화재청 측에 복구공사에 들어가기로 한 강원도 삼척 준경묘 일대 금강송과 기증목의 상태가 기둥이나 대들보 등에 쓰기에는 좋지 않다고 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기증목에서 시료를 채취해 목재의 강도와 성능 등의 조사를 충북대 연구팀에 의뢰했다. 이 연구팀은 숭례문에 러시아산 소나무가 쓰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문화재청과 경찰의 요구로 나이테 분석 작업을 진행했던 충북대 박 아무개 교수가 이끌고 있었다. 박 교수는 문화재청에 나이테 분석 결과에 대한 약식 보고서를 제출한 후 지난 1월18일 갑자기 자살해 의문을 남기고 있다.

충북대 연구팀 분석 결과 “준경묘 일대 금강송은 ‘문화재 수리 표준시방서’ 기준(종압축강도 430kg/㎡, 휨강도 747kg/㎡)에 적합하지만 기증목은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12월 중순경 ‘문화재청이 숭례문 기증목을 대부분 지붕을 채우는 잡목으로 사용했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문화재청은 “일부 기증목이 주요 기둥이나 대들보 등 체목으로 쓰기에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화재청의 해명대로라면 숭례문에 기증된 송씨의 소나무는 대부분 폐기 처분돼 적심(지붕의 공간을 채우는 잡목)으로 쓰였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송씨의 안면송은 모두 문화재청 직원과 목수, 대목장 등의 심사를 거쳐 올라온 것이었다. 게다가 2009년 7월 숭례문 현판을 제작할 때도 그가 기증한 소나무를 바로 쓸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문화재청의 태도에도 의문이 남는다. 만약 338개나 되는 원목 상태의 소나무를 잡목으로 폐기 처분하려면 기증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것이 기본 절차다. 그럼에도 문화재청은 단 한 번도 기증자 송씨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측은 “숭례문 복구공사 전반에 관한 감사 기간이라 숭례문에 관해 아무것도 답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송씨가 자신의 기증목에 대해 성능 시험 조사를 한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였다고 한다. 그때서야 송씨는 문화재청으로부터 2011년 5월경 기증목에 대한 성능 조사를 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하지만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송씨는 숭례문 복구공사 현장에서 분명히 자신의 소나무를 봤기 때문이다. 그는 나무를 말릴 당시부터 목재소에 보관될 무렵과 공사가 진행될 때까지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계속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숭례문 문루 2층의 기둥 가운데 하나는 갈라져 있고 바로 옆의 기둥은 멀쩡하다”며 “공사 때부터 봤는데 갈라지지 않은 기둥은 분명 내가 기증한 나무가 맞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는 귀를 의심하게 하는 증언을 들었다.

 

기자 시험 성적서를 통과하지 못한 목재를 어떻게 기둥 등에 썼겠나.

송씨 대체 무슨 나무를 가지고 조사를 한 것인지 의문이 남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기증한 나무라면 절대 그런 결과는 나올 수 없다. 당시 보낸 안면송 중 보내지 않고 남겨둔 일부를 지금도 가지고 있고 이것으로 실험해보면 당장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에 2011년 5월 당시 시험 조사한 표본을 살펴보게 됐는데 5개 표본 가운데 2개는 썩어 있는 상태였고 3개는 내가 기증한 나무가 아니었다.

기자 기증목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아나.

송씨 내가 기증한 나무는 모두 겉껍질만 벗겨낸 상태이기 때문에 표면에 조금씩 속껍질이 붙어 있다. 그것이 2011년 초까지 경복궁 목재보관소에 보관돼 있었다. 그런데 표본은 껍질이 모두 다듬어진 것이고 빛깔도 다르다. 기증한 상태에서 일부를 잘라놓은 표본이라는 게 하나는 썩은 것이고 하나는 다듬어진 것이란 게 이상하지 않나.

 

그렇다면 대체 누가 어떤 나무를 가지고 시험을 한 것일까. 송씨가 기증한 안면송은 7년 동안 뒤틀림이나 갈라짐 없이 보관돼온 것으로, 이것이 일시에 갑자기 썩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원상태가 아닌, 껍질을 모두 다듬은 나무를 가지고 굳이 표본을 마련한 이유는 무엇일까. 충북대 연구팀이 썩은 나무 등으로 시험 성적서를 냈다면 조사 결과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누군가 나무를 바꿔치기해 제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1월3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숭례문 복구공사를 총괄한 신응수 대목장이 운영하는 강원도 강릉의 목재업체를 압수수색했다. ⓒ 연합뉴스
숭례문 기증목 성능 시험서 위조 의혹

송씨의 증언에 따르면 2011년 중반부터 2012년 2월경까지는 목재보관소의 나무가 일시에 사라진 시기다. 이 무렵(2011년 5월) 문화재청은 보관한 나무에 대한 강도 등 시험 조사를 했다. 신 대목장은 시험 조사 결과 기증목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문화재청 측에 자신이 가져온 나무를 사용하겠다고 했다. 다시 말해 ‘기증목이 일시에 사라진 시기에 신 대목장은 문화재청에 기증목의 질이 나쁘다고 주장해 갑자기 시험 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신 대목장은 기증목 대신 자신이 운영하는 우림목재의 나무를 쓰기 시작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13일 신응수 대목장은 시사저널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대들보와 추녀 등에 먼저 준경묘 금강송을 쓰고 나니 기둥 하나에 들어갈 나무가 부족했다. (내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나무를 올려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송씨가 기증한 안면송은 2013년 숭례문이 복구공사를 마치고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던 당시에도 ‘숭례문 기둥에 쓰인 나무’라며 각광받았고 이 사실은 각종 언론에 대대적으로 실렸다. 이를 종합할 때 신 대목장이 송씨의 안면송이 들어가야 할 기둥 자리에 자신이 가져온 소나무를 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송씨는 여전히 숭례문 공사에 자신의 소나무가 쓰였다고 확신하고 있다.

 

기자 그렇다면 사라진 기증목은 어디로 갔을까. 진짜 폐기 처분하고 잡목으로 썼다고 보나.

송씨 나무가 사라졌다가 (경복궁 내 목재보관소에) 되돌아온 시기는 2012년 2월경이다. 껍질이 다듬어져 있었다. 나는 지금도 내 소나무를 신 대목장이 제재소에서 다듬어 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빛깔이나 나이테 등 건조할 때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고, 1년 전 찍어둔 사진들과 크게 차이가 없다. 그 나무들이 문루 공사 때 들어갔고 그것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살폈다.

 

만약 송씨의 주장대로 기증목이 숭례문 복구공사에 쓰인 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시나리오를 가정할 수 있다. ① 신 대목장이 나무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숭례문 기증목을 폐기 처분한다고 한다. ② 신 대목장이 기증목을 빼돌려 자신의 제재소로 가져간다. ③ 빼돌린 기증목을 자신의 소나무인 양 다시 공사 현장에 가져온다. 만약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신 대목장은 이 과정에서 수억 원의 돈을 챙긴 셈이 된다. 시가 5억원대에 이르는 나무를 자신의 것으로 속여서 공사 현장에 내놓고 목재비를 받아간 것이 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기증목 빼돌리기’에 관한 송씨의 주장은 경찰 수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숭례문 부실 공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최근 숭례문 복구 과정에서 목공사를 총괄한 신응수 대목장이 숭례문 복원에 써야 할 기증목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2월11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우림목재와 경복궁 부재 보관소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압수물과 현장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기증목들이 신 대목장이 운영하는 강원시 강릉의 우림목재로 빼돌려진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기증목 전체가 어떻게 쓰였는지 조사하는 중인데 숭례문 공사에 기증된 목재 대부분이 태안 지역의 안면송으로 총 338개다. 이것에 대한 수사를 하다가 (이 기증목이) 신응수 대목장의 목재소로 들어간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 대목장이 과연 기증목 가운데 몇 개를 빼돌린 것인지, 빼돌린 기증목을 어디에 사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만약 수사 결과를 통해 이런 의혹이 모두 밝혀진다면 국보 1호를 지키기 위해 선뜻 소나무를 내놓았던 송씨를 비롯한 기부자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안기게 된다. 신 대목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그는 끝내 연락을 받지 않았다.

 

기자 만약 신 대목장이 안면송을 빼돌려 다른 공사 등에 팔아넘기기라도 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송씨 상상하고 싶지 않다. 요즘 숭례문만 생각하면 화병이 나 잠을 못 이루는 지경이다. 지금으로서는 신 대목장이 내 소나무를 전부 숭례문에 썼다고 고백만 해주면 전혀 상관없을 것 같다. 이미 기증한 소나무니까. 이것을 빼돌렸다고 해도 결국 숭례문 기둥에 쓰이고 복구공사에 들어가기만 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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