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투하 대담해지고 있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4.03.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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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없는 정치인 대거 진입…공기업 개혁에 걸림돌 우려

박근혜정부 출범 후 1년 사이 상당수 공공기관이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시사저널이 295개 공공기관의 경영 공시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120명의 기관장이 교체됐다. 지난해 10월 초 조사에서 새로 임명된 기관장이 63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인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이 74명에 이르러 ‘기관장 물갈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공공기관도 18곳이나 된다.

최근 들어서는 감사 인사도 본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현 정부에서 46명이 새롭게 임명됐는데, 지난해 12월 이후 임명된 감사가 29명에 이른다. 기관장 교체 시기가 늦춰지면서 감사 인선 역시 뒤로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감사가 공석인 공공기관이 19곳이고,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감사가 88명이나 된다. 감사 인사는 사실상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대선 캠프 출신 인사 대거 진출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낙하산 인사 근절’은 지난 1년 동안 제대로 지켜졌을까. 현재까지 진행된 인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공염불에 그쳤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해 보인다. 공공기관장의 경우 ‘낙하산’으로 지목되는 인사가 40명이 넘는다. 이들 중 상당수가 대선과 관련한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한 인사들이 대거 공공기관장으로 발탁됐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정현욱 명동·정동극장 극장장, 박계배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 등이 ‘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에서 활동했다.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행복교육추진단장, 옥동석 한국조세연구원장은 정부개혁추진단장,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행복한 농어촌 추진단장을 각각 맡았다.

유현석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외교통일 분야,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역발전추진단,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지속가능국가추진단에서 각각 추진위원으로 활약했다. 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은 제주특별자치도 국민통합행복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지냈다.

이들 외에도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들 상당수가 공공기관 수장으로 임명됐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의장,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직능총괄본부 특별직능단장, 김영목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은 외교통일특보 출신이다.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은 박 대통령과 가까운 재계 인맥으로 정책위원을 지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한 대표적인 금융인으로 꼽힌다.

친박 정치인이 수장 맡은 공공기관 늘어

고학찬 사장, 옥동석 원장, 손양훈 원장, 현명관 회장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기도 하다. 이들 중 옥 원장과 손 원장은 박 대통령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참여해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과 경제2분과 전문위원을 각각 맡았다. 곽병선 이사장도 교육과학분과 간사를 역임했고, 전성훈 통일연구원장은 외교국방통일분과에서 전문위원을 지냈다. 손양훈 원장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창조경제분과 위원을 맡았다. 김경환 국토연구원 원장과 유길상 한국고용정보원장은 민생경제분과에서 함께 활동 중이다.

친박(친박근혜)계 정치인이 수장을 맡은 공공기관도 늘어났다. 19대 국회에 진입하지 못한 전직 국회의원이 대부분이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16~18대까지 내리 3선을 한 유력 정치인이다. 김병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16·17대에 배지를 단 재선 의원으로 지난 대선 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을 맡았다.

손범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박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박영아 한국과학기술평가원장, 정옥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김선동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김성회 지역난방공사 사장, 원희목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 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18대 국회의원 출신이다. 이들 중 김선동 이사장은 박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로 들어가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김성회 사장의 경우 지난해 10월30일 치러진 경기 화성갑 보궐 선거에 출마했다가 친박계 원로인 서청원 의원에게 공천을 양보했다.

공공기관장 중에는 국회 입성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여권 인사가 여럿이다.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대표적이다. 최 사장은 2012년 총선 때 대전 서구을 지역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인 허영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은 지난 총선 때 경남 창원시 마산갑 지역에서 출마를 선언했고, 2007년 대선 당시 비선 라인에서 박 대통령을 자문한 것으로 알려진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듬해 총선 때 부산 사하갑 지역에 공천을 신청해 국회 진입을 노렸다. 김원덕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도 새누리당 부대변인 출신이다.

감사 인사에서 정치인 발탁 두드러져

박 대통령과 남다른 인연을 가진 공공기관장도 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장수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의 아들이다. 김규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의 경우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았던 정수장학회 출신들로 구성된 ‘상청회’에서 감사를 역임했다.

감사 인사에서는 정치권 인사들의 발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박대해 기술신용보증기금 감사는 부산 연제구청장을 내리 3선 한 후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윤태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감사와 김석진 건설근로자공제회 감사는 인천시 남동갑과 남동을 당협위원장 출신이다. 또 안홍렬 한국전력공사 감사는 서울 강북을 당협위원장, 강요식 한국동서발전 감사는 구로을 당협위원장, 정송학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는 광진갑 당협위원장을 지냈다. 문제풍 예금보험공사 감사는 충남 서산·태안 당협위원장 출신이다.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 중에는 이송규 한국서부발전 감사가 직능총괄본부장, 홍표근 한국광물자원공사 감사가 공동여성본부장을 지냈다. 김종만 공무원연금공단 감사는 박 대통령의 외곽 지지 조직인 국민희망포럼 사무총장 출신이며, 김종훈 한국농어촌공사 감사는 국민희망포럼의 지역 조직인 전북희망포럼 대표로 활동했다.

황천모 대한석탄공사 감사는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을 맡았다. 류중하 근로복지공단 감사는 2007년 대선 경선 때 서울유세지원단장을 지냈고, 김문범 대한지적공사 감사는 당시 국방안보특보단에서 활동했다. 이들 감사는 모두 지난해 11월18일 이후에 임명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낙하산 인사가 더욱 대담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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