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생일도 조만간 큰 명절 되겠군
  • 진희관│인제대 통일학연구소 소장 ()
  • 승인 2014.04.23 11: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 최대 축제는 김일성 부자 생일…‘선물’ 대거 뿌려 분위기 고취

‘북한의 명절은 크게 사회주의 명절과 민속 명절로 나뉜다. 명절을 인민 대중의 결속을 도모하고 수령과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고취시키는 계기로 활용한다. 올해 북한 달력을 보면, 휴일은 일요일 52회와 법정공휴일 17회(3회는 일요일과 중복)를 포함해 모두 66회다. 법정공휴일은 양력설, 음력설, 정월대보름, 광명성절(2·16 김정일 생일), 국제부녀절(3·8), 청명(4·5), 태양절(4·15 김일성 생일), 조선인민군창건일(4·25), 국제노동절(5·1), 조선소년단창립절(6·6), 조국해방전쟁기념일(7·27), 해방절(8·15), 선군절(8·25), 추석, 공화국수립기념일(9·9), 당창건기념일(10·10), 헌법절(12·27) 등 17일에 이른다.

이른바 사회주의 7대 명절(광명성절·태양절·국제노동절·해방절·공화국수립기념일·당창건일·헌법절)을 제외하면 민속 명절인 설·대보름·추석이 4일에 해당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제정된 선군절은 2013년부터 공식 휴일로 지정되었고 지난해에는 일요일과 겹쳤으나 올해 처음으로 평일 휴일을 보내게 된다. 일각에서는 선군절을 포함해 사회주의 8대 명절로 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휴일 패턴은 최근 몇 년간의 북한 달력에서 큰 변화 없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인민군 장병들과 각 계층 근로자들, 청소년·학생들이 꽃바구니를 증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월15일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배급과 행사 집중시켜 축제 분위기 고취

북한 달력에서 같은 휴일이라도 태양절과 광명성절에는 빨간 숫자에 겹선을 넣어서 눈에 잘 띄게 표시한 점이 두드러진다. 즉 어느 기념일보다도 김일성 부자의 생일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고, 인민 대중에게도 이를 인지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달력의 상단 또는 하단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주요 행적을 기념하는 언급들이 등장하는데, 그 내용은 매년 비슷하게 기록되고 있다. 2월에는 김정일이 대원수 칭호를 받은 2월14일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특히 4월에는 5건이 적혀 있다. 김일성·김정일의 칭호 수여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는 김정은이 당 제1비서에 추대(4·11)된 사실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4·13)된 사실이 달력에 기록되고 있다. 또한 김일성의 생모 강반석의 출생일(4·21)과 사망일(7·31)에 대한 언급이 있으며, 생부 김형직의 사망일(6·5)과 출생일(7·10)도 기재되고 있다.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의 사망(9·22)과 출생일(12·24) 역시 기재돼 있다.

북한의 어떤 달력을 보더라도 김일성 부자와 그 직계에 대한 기록이 문장과 날짜로 쓰여 있어 인민은 이들에 대한 기록을 잊을 수 없을 듯하다. 모든 달력의 표지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문구가 우리글과 영문으로 표기되어 왔다. 2013년 달력부터는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문구로 바뀌었다. 아울러 주체 연호가 연도와 함께 표지에 기재되는데, 올해는 103년으로 표기돼 있다.

북한의 달력에서도 김일성 부자와 직계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모습이 다양하게 확인되고 있다. 이는 명절의 비중에서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태양절과 광명성절의 위상이 그 어떤 명절보다 중대하며, 이때는 휴일의 의미만이 아니라 많은 소비품에 대한 배급이 이루어져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게 어렵지 않다.

김일성 부자의 생일에는 각종 기념행사 및 충성 모임이 열리고 예술 공연이 장기간 진행되며, 직장별·학교별 체육대회도 개최된다. 올해 모란봉악단이 4월부터 전국 투어 장기 공연에 돌입한 것 역시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태양절이 있는 4월 한 달 동안은 다양한 행사들이 줄을 잇는데, 국가급 행사로는 ‘4월의 봄 예술축전’, 군 열병식 등의 행사가 평양에서 열린다. 또한 소비품을 배급하는 일종의 ‘선물’이 대중에게 대거 공급돼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미 1970년대 후반부터는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태양절을 며칠 앞두고 선물 전달식이 열려 당과류 배급이 이뤄지며, 이때에 맞춰 학생들의 교복을 2년에 1회씩 지급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 위기가 심각해진 1990년대 이후에는 공급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능한 한 이 시기에 맞춰 배급할 수 있도록 물량을 조절해왔다.

태양절과 광명성절에는 해외의 각종 사절단 방문이 줄을 잇는다. 광명성절에 맞춰 일본·중국·러시아의 해외 동포들이 경축준비위원회를 결성한다. 해외 동포가 없는 국가에서는 친북 단체들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며, 언론도 특별호를 발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자체적으로 경축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도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북한 당국의 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2014년 설을 맞아 북한 전역의 주민과 군인, 청소년·학생들이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광명성절 행사 규모가 더 커

광명성절에는 ‘경축 조선영화 감상회’ ‘경축우표 발행’ ‘중앙사진전람회’ ‘전국요리기술경연대회’ ‘중앙기관일꾼 체육경기대회’ ‘조선 도서·사진·미술전’ ‘대학생 예술소조종합공연’ ‘위원회·성·중앙기관예술소조종합공연’ ‘백두산지구 눈얼음조각축전’ ‘재일조선예술단공연’ 등 2월 말까지 북한 내부와 해외에서 행사들이 조직되고 많은 축하객이 평양을 오가게 된다. 태양절 역시 3월부터 해외에서 경축준비위원회가 구성되며 경축 영화 상영, 각종 체육 경기와 함께 경축우표 발행, 태양절 요리축전, 경축 은하수음악회 등이 실시되고 있다. 규모 면에서는 광명성절에 더 많은 행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명절 중 태양절과 광명성절이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크다. 다른 명절과는 비교가 되지 않으며, 이는 수령과 지도자에 대한 충실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체제(유일 지도 체제) 또는 그러한 사회라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4대 민속 명절과 청명은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풍습으로서 우리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청명과 추석에는 성묘를 다녀오고 가족들과 전통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풍습이 유지되고 있다. 청명이 지난 2012년 공식 공휴일로 지정된 것 또한 현실적으로 대다수 인민 대중이 성묘를 하고 있는 풍습을 역행하기 어려운 북한의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 명절은 유일 지도 체제 특성과 민족의 전통이 공존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럼에도 김일성 부자의 생일인 태양절과 광명성절을 최대의 국가 명절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행사를 전개하는 모습은 북한 사회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이 양대 명절을 진정으로 즐기고 축하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또한 앞으로 김정은의 생일을 어떻게 기념해나가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