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승리 3명, 여당 승리 2명, 5명은 초박빙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5.0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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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문가 10인이 보는 6·4 지방선거 D-30일 판세

‘시계 제로’다. 온 국민을 슬픔과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의 비극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 판세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의문부호를 다는 이가 드물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새누리당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새누리당 승리를 예측하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여럿이었다. 국정 운영을 둘러싼 각종 잡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비행 중이고, 집권 2년 차에 치르는 선거라는 시기적인 특성이 반영됐다. 여당과 대척점에 선 야당의 통합 과정에서 빚은 내부 분열과 더딘 선거 준비도 작용했다. 결국 ‘지방선거=집권 여당의 무덤’이라는 공식은 이번 선거만큼은 통하지 않는 듯이 보였다.

(왼쪽)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4월23일 경기도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시사저널 구윤성 (오른쪽)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4월24일 경기도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한 후 분향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선거를 약 한 달 보름여 앞두고 터진 세월호 참사는 선거 정국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이는 시사저널이 지방선거 D-30일을 맞아 정치평론가와 여론조사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인터뷰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인터뷰에 응한 대다수 전문가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당초 여당에 유리했던 선거 구도가 급변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여당이 우위를 점하던 선거 구도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판세가 뒤집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또 다수 의견이었다. 상당수 전문가는 여당에서 이탈한 지지층이 고스란히 야당으로 흡수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세월호 참사 여파가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경우, 여당이든 야당이든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고, 이 여파는 여당보다는 야당 쪽에 더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문가 10명 중 6명은 “여당에 유리한 선거 국면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답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후 빚어진 박근혜정부의 사고 수습 대응력에 대한 불신이 지방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대다수 전문가가 동의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의 정국과 이후 정국은 전개 양상이 전혀 다르다”며 “선거운동이 사실상 무의미하게 돼 향후 선거운동 과정이 선거의 성패를 결정하기는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민심의 향배가 선거 결과를 결정할 것이다. 한마디로 6·4 지방선거는 ‘세월호 선거’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말했다.

4월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가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6·4 지방선거가 박근혜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형태로 표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세월호가 침몰한 것과 동시에 정부 여당의 위기 대응력에 대한 신뢰도 침몰한 것”이라며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능구 이윈컴 대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 반응을 지켜보면 민심의 기저에 정부 여당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다”며 “야당이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를 따지기보다는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선거를 통해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힘을 받았는데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흔들리면서 상당히 어렵게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박 대통령의 사과가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평가가 계속 나오면서 그동안 여권에 안정적인 지지를 보냈던 50대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 새누리당 전통 지지층의 표 결집이 강한 반면 상대적으로 표 결집이 약했던 야권 성향 표심이 자극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희웅 민 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야권 성향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유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 그동안 야권 성향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 요인이 없었지만, 참사 부실 대응 등 정부 실책이 나오면서 투표장으로 나갈 근거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설령 불리한 국면이 형성됐다 하더라도 이것이 야당 지지로 고스란히 전이될 것이라는 데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의 설명이다. “세월호 참사 후 지방선거 구도는 제로 베이스가 된 셈이다. 세월호 사고 전 정당의 유불리를 ±5점 척도로 측정한다면, 여당은 +2점, 야당은 -2점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둘 다 제로가 된 것이다.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하다는 평가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뜻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세월호 참사로 새누리당의 상승 추세가 사라진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국민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집권 여당이라고 해도 더 잘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며 “똑같은 정치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야권 후보들이 상승세를 탔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정치 불신이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지고, 야당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미현 알앤리서치 소장은 “참사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정부·여당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과거 10년간 집권했던 야당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투표 자체를 안 하려는 경향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세월호 참사 전후로 선거 판세가 바뀐 것은 없다”고 전제하고 “이번 참사로 인한 국민의 공분은 공적인 영역으로 쏠리고 대상은 정부와 언론, 기존 정치권이 됐다. 정치 혐오와 불신으로 이어지면 투표율 저하로 나타나고 불리한 쪽은 오히려 야권”이라고 분석했다. 이병일 엠브레인 상무도 “참사로 인해 60대 이상은 결집하는 반면, 20~40대는 정치 무관심으로 돌아설 경우 야권에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판세 변화는?

6·4 지방선거에서 최대 관심은 전국 선거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다. 세월호 참사 직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새누리당 예비후보 정몽준 의원 간의 맞대결 여론조사에서 일정 정도 정 의원의 상승세가 엿보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이러한 판세에 변화가 엿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조심스럽게 박 시장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가 많았다.

김능구 대표는 “애초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들이 컨벤션 효과를 보면서 본선에서도 박빙 승부 내지는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아들의 ‘미개한 국민’ 글로 상처를 받았고, 김황식 전 총리는 늦은 출발로 필승 후보라는 인식이 덜한 상태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로 여당이 기대했던 경선 컨벤션 효과는 죽어버렸다”고 말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여당 후보가 누가 되든 현재로서는 박 시장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졌다”며 “박 시장의 시정 스타일이 개발 위주가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이 부분이 참사 정국에서 더 유리하게 조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종찬 본부장은 2030세대와 40대 표심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2030세대의 투표율은 조문 정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박원순 지지층의 결집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그동안 안정 희구 성향을 보였던 화이트칼라와 주부 등 40대 유권자들의 박근혜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신율 교수는 “만약 정 의원이 새누리당 후보가 되면 ‘미개’란 단어가 계속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김 전 총리가 최근 완전히 전략을 바꿔서 안전 전문가를 자처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 경선 구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서울시장 선거 판세는 전국 판세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여당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4월14일 제35회 서울연극제 개막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지방선거에서 어느 쪽 승리를 점치는가?

전문가들에게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 대한 판세를 물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 달 정도 선거 일정이 남아 있어 정부·여당의 대응력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선거 판세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예측했다. 세월호 참사 전 수도권 선거에서 여당의 우위가 점쳐진 것과는 달리 야당에 유리한 국면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선거에 다다를수록 경합 지역은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결국 여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혼전 지역이 야당 쪽으로 기울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 중 경기도는 워낙 여야 간 격차가 크지만, 서울과 인천은 경합 지역에서 야당에 유리한 지역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능구 대표는 “참사 이전에는 17개 광역단체장 중 여당이 10개 이상에서 승리하며 압승할 수 있는 국면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급변했다고 봐야 한다”며 “경합 양상이던 서울·인천이 야당에 유리한 국면으로 바뀌고 경기와 부산까지 초박빙으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참사의 충격에 따른 정치 혐오증으로 인해 오히려 야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병일 상무는 “이번 참사로 어쨌든 여권이 주춤한 양상이지만 현재로서는 야권이 전세를 뒤집는 상황도 아니다”며 “야권이 여전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격차를 다소간 좁힐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우열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대답이 많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앞으로 집권 여당의 상황 대처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수도권은 초박빙으로 돌아섰다고 보면 된다”며 “애초 야권 전멸론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참사로 인해 분위기가 바뀐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윤희웅 센터장은 “전체 판세를 분석하면 여당이 우위 흐름을 잡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야당에 유리한 국면도 아니다”며 “서울 등 수도권에서 유동성이 상당히 커졌다. 전체 판세로 보자면 여야가 5 대 5로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 (가나다순) 


김능구 이윈컴 대표,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신율 명지대 교수, 유창선 정치평론가, 윤희웅 민 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 이병일 엠브레인 상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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