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사건’, 워싱턴 검찰 서랍에 묻혀 있다
  • 김원식│뉴욕 통신원 ()
  • 승인 2014.05.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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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었으나 기소 여부 결정 안 해 검찰국 대변인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

이른바 ‘윤창중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지 꼭 1년이 지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공식 방문 기간 중이던 지난해 5월7일, 워싱턴D.C.에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주미 한국대사관 인턴 여직원을 호텔에서 성추행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이 사건은 한·미 두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윤 대변인은 사건 직후 대변인직을 사퇴했고 현재까지 칩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넘도록 윤 전 대변인은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공식 확인됐다. 즉, 이 사건에 따른 처벌 여부는 고사하고 아직 법적으로 어떤 일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지난 4월 현재 이 사건을 관할하고 있는 워싱턴D.C. 검찰국(Attorney General)에 수사 진행 상황을 묻는 공식 질의서를 보냈다. 답변이 온 것은 5월1일(현지시각)이었다. 워싱턴D.C. 검찰국의 밀러 윌리엄 대변인은 시사저널에 보낸 공식 답변을 통해 “이 사건에 관해 어떠한 기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No charges have been filed in this case)”고 밝혔다. 미국 검찰 당국자가 이 사건에 대해 기소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답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 사건 초기 수사를 담당했던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국(MPDC)의 폴 멧개프 공보 담당 대변인은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워싱턴D.C. 검찰국에 넘겼다”며 “모든 사항은 워싱턴D.C. 검찰국에 문의하라”고 밝혀 이 사건은 해당 경찰국이 수사를 종결하고 현재는 검찰국에 계류 중임을 분명히 했다.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이 지난해 5월11일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해당 경찰국이 조사를 끝내고 담당 검찰국에 넘긴 사건이 1년이 지나도록 기소조차 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숱한 의문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관해 기자가 공식 질의를 하자 월리엄 대변인은 “우리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떠한 코멘트도 할 수 없다(We have no comment beyond saying that the investigation here is continuing)”는 입장을 이메일 답변을 통해 보내왔다. 앞서 윌리엄 대변인은 기자와의 첫 전화통화에서는 “현재 상황이 조사 중인 관계로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하며 사건과 관련해 진전이 생기면 즉시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통화에서는 “이 사건에 관해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사건 1년을 맞아 국내 언론에서 수사 과정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함께 잇따른 보도를 낸 데 따른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현지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형사 사건 처리 지연에 대해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워싱턴D.C.의 형사법 전문 법무법인인 ‘포트너앤슈어(Portner & Shure, P.A.)’의 한 변호사는 지연 처리와 관련해 윤창중 사건에 대한 외교적 면책특권(Diplomatic immunity) 적용을 검토 중이거나 용의자가 현재 한국에 있는 탓에 ‘범죄인 인도 조약(Extradition Treaty)’에 따른 검토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법무법인은 “범죄인 인도 조약에 해당하는 경우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로, 윤창중이 범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범죄 성추행(misdemeanor sexual abuse)’의 최고형은 1000달러의 벌금이나 6개월의 징역형이라서 이에 해당되지 않으며, 미국 검찰 측은 윤창중에 대한 형사 기소를 위해 강제로 미국으로 데려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국의 윤창중 사건 관련 공식 리포트.
법망 피하려 계획된 한국 도피

윤창중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른바 ‘외교적 면책특권’이 고려되고 있다는 의혹에 관해 우리 외교부는 지난 5월2일 기자에게 보내온 공식 서면 답변을 통해 이번 사건은 면책특권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답변서에서 ‘동 건은 외교 면책 및 특권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그러한 요청을 미국 측에 한 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일부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사건 처리 지연에 한국 정부가 입김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관해 “동 건 처리 지연과 관련해 외교적 압력이 작용했다는 추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이어 외교부는 “동 사건에 대한 처리는 미국 측 사법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며, 관련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면책특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취하고 있고, 이 사건을 수사했던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국 또한 성추행 경범죄 혐의에 의한 체포영장 청구서 등 범죄 사실 이송을 마쳤음에도 워싱턴D.C. 검찰국이 아직도 공식 사건으로 처리하지 않고 있어 더욱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관해 ‘포트너앤슈어’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사건 초기 언론에는 대서특필됐지만, 성희롱 범죄 중에서도 경범죄에 해당하는 윤창중씨 건과 같은 범죄의 경우 범죄의 레벨이 낮아 미국 법 집행기관이 이 사건에 인력을 투입하고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했다. 그는 “법률상의 허점으로 윤씨가 미국에서 기소를 피해갈 경우, 한국 정부가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윤씨의 행동은 본인의 지위와 그에 따른 힘을 이용한 계산된 행위(premeditated)로 보인다. 불편한 신체 접촉을 하거나, 호텔 객실로 불러 부적절한 옷차림으로 맞이하는 등의 행위는 단순한 ‘문화적 오해’로 보기 어렵다”며 적절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창중과 가족 그대로 살고 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째다.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처벌도, 진상 규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난 2월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에서 신장암 수술을 받았다는 한 월간지 보도 이후 윤 전 대변인의 행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최근 기자는 윤 전 대변인 자택인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ㅎ아파트를 찾아갔다. 그는 여전히 자택에 칩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파트 우편함에서 3월18일까지 사용한 도시가스 고지서가 발견됐고, 부과된 금액은 미납분을 포함해 23만7000원이었다. 

한 주민은 “윤씨와 가족이 그대로 살고 있다. 가족들은 왔다 갔다 하는 편”이라며 “이사를 간 정황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과 안면이 있고 그가 미국에 가기 전 인사를 나눴다는 한 주민은 “일부 주민이 트럭에 짐이 실린 것을 보고 이사를 갔다고 말한 것 같다. 기사에게 직접 물어보니 (이사를) 가는 트럭이 아니라 짐을 들여오는 트럭이었다”며 “다른 짐은 없었고 책만 잔뜩 실어왔다. 윤씨가 사무실에서 보던 책을 들여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파트 경비원은 “집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이사를 가지 않았고 짐이 나온 적도 없지만, 불이 켜진 적이 없다”며 윤 전 대변인이 집에 머무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 주민은 “이 아파트는 70평대로 크다. 뒤쪽 방에서 문을 닫고 불을 켤 경우 입구 쪽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자는 윤 전 대변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 호수 우편함에서 윤 전 대변인 명의의 도시가스 고지서를 빼가는 한 중년 여성과 마주쳤다. “해당 호수에 살고 계시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으나, 윤 전 대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대답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은 왜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는 것인가”라고 묻자 “당연히 말이 없지,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더 이상의 대화를 피했다.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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