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야당이 한번 해도 괜찮지 않겠나”
  • 대구=김지영 기자 (abc@sisapress.com)
  • 승인 2014.05.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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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0%는 박 대통령 책임”…들끓는 대구 민심 현지 르포

“먼저 개념화부터 해놓고 여기에 맞는 표현을 찾는 화가는 새로운 신비를 놓치게 된다.” 대구를 ‘보수의 심장’으로만 해석한다면 메를로 퐁티가 말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대구가 보수의 아성이라는 말은 절반의 진실이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박근혜 대통령까지 4명의 국가원수를 배출한 곳은 한국에서 대구가 유일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고향은 경북 포항이지만 TK(대구·경북)로 묶인다. 하지만 대구는 그 이전에 강력한 ‘야도(野都)’였다. 대구의 저항정신은 의외로 역사가 길다.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자부심에 뿌리 깊은 대구의 저항정신이 잠시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일까. 지금 대구가 요동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숨어 있던 저항정신이 조용히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르고 있는 듯하다.

“너무 무너지니까 말이 안 나올 정도다”

대구 시민들은 정부 비판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정부가 잘못했다”고 딱 꼬집어 말한다. 비판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택시기사 함지용씨(60)는  “50%는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그 전 정부부터 잘못이 있었겠지. 하지만 사고 첫날 구조를 그렇게밖에 못했을까에 대해서는 정부가 할 말이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까지 중소기업에서 영업직으로 일했다는 정영수씨(50)는 “장관이 며칠 전에 바뀌었어도 사고가 나면 책임이 있는 거다. (대통령이)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다. 물론 우리도 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를 직접적으로 침몰시킨 게 아니다. 그래도 너무 무능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했는데 너무 무너지니까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가운데) ⓒ 권영진 제공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
10년 넘게 서문시장에서 젓갈을 판매하고 있는 오 아무개씨(59) 역시 “(대통령이) 여자라서 그런가. 아무래도 위기 쪽에 감각이 없었나 봐. 권력을 이용해서 (구조를) 했으면 됐을 텐데 안 그래요? 많이 실망스러워요”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A생명사에 다닌다는 직장인 김 아무개씨(39)도 다르지 않았다. “박 대통령 지지자예요. TV를 보면 요즘 풀이 많이 죽어 있는 것 같아요. 밤에 잠은 많이 잤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안쓰럽기도 해요. 그래도 미운 생각이 드는 거예요. 다른 것을 다 떠나서 불통, 불통 해도 이렇게까지 지시 일변도일 수가 있나 싶은 게, 구조를 해야지 사고가 나서도 밑의 측근들이 대통령 말만 받아 적고만 있으면 우에 합니까. (대통령) 살아온 과정은 이해하지만 이번에 (불통이) 많이 드러난 것 같아요.” 관광버스 운전을 하는 조 아무개씨는 “전국에 대구 버스 안 다니는 곳이 없는데 요즘에는 일이 없어요. 세월호 때문에 다들 자제하는 분위기라 그런지. 대통령이 뭔 잘못이 있나 싶다가도 TV 보면 짜증 나요. 이제 야당이 한 번쯤은 (집권)해도 괜찮지 않겠나 싶어요”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비판은 거셌다. 서문시장 근처의 한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 아무개씨(21)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첫날 구조를 못한 것은 50% 정도는 대통령이 잘못한 것 같아요. 일차적인 책임은 선장에게 있다고 해도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안전관리만 잘했어도 저래 안 됐을 거 아니에요.”

30년 이상 지속된 새누리당 집권에 대한 염증도 나타났다. “대학생 아들이 있는데 졸업해도 일할 곳이 없다. 그동안 새누리당을 계속 밀어줬는데 발전이 없었다. 맨날 말만 앞세우고 당선되면 얼굴 코빼기도 안 비치고…. 대구가 예전엔 3대 도시라 했는데 이젠 부채율 1위다. 오죽 돈이 없었으면 지하철을 짓지 않고 지상철을 짓고 있겠나. 보기도 안 좋고 탈 사람도 없고. 대구 시민 99%가 저거(지상철) 싫어한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50대 후반 김만택씨의 불만이다. 대구시는 1조4498억원을 투입해 북구 칠곡 동호동~수성구 범물을 지나는 도시철도 3호선을 지난 2006년부터 착공해 올해 하반기 개통을 앞두고 있다. 국비 8699억원과 시비 4349억원, 지방채 1450억원 등으로 충당한다.

새누리당 후보 경선 과정에 대한 불만도 컸다. 60대 시민이라는 최용수씨는 “단 한 번도 안 빼고 새누리당만 찍었는데 저거들 밥그릇만 챙기고…. 후보만 내면 당선되니까. 이번에도 후보 뽑을 때 저들끼리 싸우데. 우리는 관심도 없고. 이번에 누가 됐다고 했는데 이름도 처음 들었다.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번 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 지역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서는 잡음이 크게 일었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은 지난 5월12일 대구 서구청장 후보로 내정한 강성호 예비후보의 자격을 박탈하고 차점자인 류한국 예비후보를 공천하기로 했다. 2년여 전 강 후보가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게 겉으로 드러난 이유지만, 지역구의 한 국회의원이 특정 후보를 밀어주었다는 등 개입설이 나돌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장 후보 경선은 여론조사 조작설이 제기됐다. 김형렬 전 수성구청장 후보의 주장이다. “대구시당이 실시한 컷오프 여론조사에서도 내가 1위였는데, 여론조사에서 25% 차이로 진 게 말이 되나. 이번에 후보로 선출된 사람은 심지어 관변단체 7~8곳을 선거조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3·15 이후 최대의 부정선거·관권선거다.”

김부겸 후보 40%대 득표율 예상도

새누리당 경선에 대한 피로감은 야당인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경북대 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오세욱씨(25)는 “저번에도 김부겸을 찍었는데 이번에도 김부겸을 찍을 거예요. 지금 대구가 인천에 이어 대전에까지 밀리고 있는데 30년 가까이 집권한 게 이거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에요?”라고 반문했다. 올해 영남대를 졸업한 서인환씨(26)도 “야권에서는 사실 버리는 패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그런 큰 인물(김부겸)이 나온 것 자체가 야권이 의지를 보인 것 아니겠나? 그에 반해 새누리당은 너무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회사원인 임 아무개씨(38)는 “나도 예전에 민주화 시위 많이 했지만 대구 하면 수구꼴통이라는 이미지가 많은데 김부겸이 되면 그런 이미지가 많이 불식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인과 시민단체에서도 김부겸 후보의 선전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윤종화 대구시민센터 상임이사는 “김부겸 후보가 2년 전 총선에서 떨어지고도 또 나온 것에 대해 시민들이 ‘아, 저거 진짜네’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지금 추세라면 6 대 4로 새누리당이 힘겹게 이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역 언론사의 정치부장은 “지금 당장 선거를 실시하면 김 후보가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세월호 사건이 변수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보수층이 다시 결집할 공산이 크다. 그래도 김 후보가 35% 정도 득표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이 대구에서는 곧바로 야당 지지로 이어지기 어렵다. 정치에 대한 혐오는 투표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야당 시장 뽑는다고 대구가 살아나겠나”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인지도가 오히려 야당 (김부겸) 후보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이 있다. 박빙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우리가 한 여론조사에서는 20% 이상 앞선 것으로 나왔다. 이상한 여론조사를 가지고 마치 박빙의 게임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않다. 비록 김 후보에 비해 정치 경력은 짧지만, 김 후보는 편하게 3선까지 했다. 나는 새누리당 ‘시베리아 동토’(서울 강북)에서 힘겹게 당선됐다. 내 초선의 가치가 김 후보 3선의 가치에 밀리지 않는다.

김 후보 식 ‘야당 시장 대박론’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다분히 정치적 구호다. (김 후보) 개인은 대박이겠지만 대구시로서는 쪽박이다. 변화의 알맹이가 없다. 구청장부터 기초의원까지 모두 새누리당 당원인데 시장만 야당 시장 뽑는다고 대구가 살아나겠나. 고립된 섬이 될 뿐이다. 김부겸 후보는 정치만 했다. 난 정치뿐 아니라 서울시에서 직접 행정까지 한 전문가다.

대구는 새누리당 텃밭이다. 김 후보에게 몇 퍼센트 차이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나.

압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두 가지다. 하나는 대구를 변화시킬 기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20~30년 동안 대구를 짓눌렀던 뿌리 깊은 기득권 문화가 있다. 일단 그것을 깨야 한다. 그래야 대구가 산다. 둘째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는 선거가 돼야 한다. 이제 임기가 3분의 1밖에 안 지났다. 그런데 대구마저 야당에 넘겨준다면 남은 임기를 제대로 할 수 있겠나. 그래서 지금 목숨 걸고 뛰고 있다.


 
 

“새누리당이 독점해 대구 이 모양 만들어” 
김부겸 새정치연합 대구시장 후보


대구에서 김부겸 후보 인기가 심상치 않다.

한 개인에 대한 지지보다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 본다.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가 선출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본다. 중요한 건 여기서, 새누리당 내에서의 변화 정도로 만족할 것이냐, 대한민국을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냐다. 시민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본다.

2012년 총선 때 대구 수성 갑에서 40.4%를 얻었다. 이번엔 어느 정도의 득표율을 예상하나.

이번에는 득표가 아니라 당선되려고 하는데(웃음). 예전엔 시민들에게 명함을 주면 받는 쪽에서도 자꾸 눈치를 봤다. 기호 2번에 대해 좀 뜨악하게 느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 “당신이 꼭 돼야 한다. 적극적으로 한번 바꿔보자”고 하는 시민도 있고, “사진 찍자”는 분도 있다. 2년 만에 이런 분위기가 올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이 정도 열망이라면 내가 당선되는 게 대구 시민들 마음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변화를 얘기하는데, 권 후보의 변화와 별 차이가 안 느껴진다는 평도 있다.

새누리당은 30년간 이 지역에서 독점적 사랑을 누렸다. 그런데 대구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 지금 대구는 지역 내 총생산(GRDP) 전국 꼴찌다. 1년에 1만명씩 청년들이 떠나고, 대구에서 좋은 신랑감을 구하기 힘든 현실이다. 여기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같은 새누리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뀌는 건 시민들이 바라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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