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벌이는 수압과의 처절한 사투
  • 김형자│과학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5.2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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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사 죽음으로 모는 잠수병…수백 톤 무게 몸 짓눌러

지난 5월6일 세월호 수색 작업을 하던 한 민간 잠수사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기뇌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뇌증은 뇌에 공기가 차 혈관을 누르는 일종의 잠수병이다. 한 명이라도 더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잠수사들. 그러나 수색 작업이 장기화하면서 그들은 이미 지쳐가고 있고, ‘잠수병’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 또한 늘어나고 있다.

기포 생성해 통증 유발하는 잠수병

바다 깊은 곳에서 실종자를 구해내는 작업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다. 수중 환경은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과는 많이 다르다. 수심 10m마다 1기압(atm)씩 상승하는 압력 때문에 활동에 방해를 받고, 공기보다 열전도율이 높아서 체온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만일 잠수사가 40m를 잠수하고 있다면 대기압 외에도 40m 깊이에 상응하는 4기압을 추가로 느끼게 돼 총 5기압의 수압을 받는 셈이다. 1기압은 1㎏중/㎠로 가로·세로 1㎝인 평면 위에 1㎏의 무게가 가해지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잠수사가 물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수심에 따라 다르다. 또 체온 때문에 한 잠수사가 물에 젖은 잠수복을 입고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지극히 제한돼 있다.

4월17일 세월호 수색을 위해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바다에 뛰어드는 해군 잠수사들. 세월호 수색을 마친 민간 잠수사들이 감압 체임버에서 잠수병 예방을 하고 있다(작은 사진). ⓒ 시사저널 구윤성·연합뉴스
현재까지 수립된 세계 최고 잠수 기록은 686m다. 이것은 인체의 체표 면적 1㎠마다 약 68.6㎏의 무게, 우리 몸 전체에는 약 2200톤의 무게가 얹혀 있는 상태와 같다. 전투용 잠수함도 수심이 400m를 넘으면 수압에 의해 찌그러진다. 그런데 근육·혈액·뼈·피부 등으로 구성된 인간은 수백 m의 수심에서도 찌그러지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사람의 몸이 대부분 액체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압력이 증가할 때 기체는 부피 변화를 일으키지만 액체는 부피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체 중 허파·코·귀 등 공기를 함유한 부위는 찌그러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인체 주변의 압력이 높아질 때 공기를 함유한 부분의 압력을 주위 압력과 같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잠수사는 수심이 깊어질수록 더욱 높은 압력의 기체를 호흡하게 된다.

문제는 수심이 깊은 곳에서 오래 잠수를 하다 생기는 잠수병이다. 잠수병은 물속에 깊이 잠수했다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처럼,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갑자기 이동할 때 생기는 병이다. 잠수병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깊이 잠수했을 때 수압이 높아지면서 몸속 기체가 압축되어 세포 속으로 스며들게 되는 것이 문제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잠수병으로는 ‘기체 색전증’과 ‘감압병’이 있다. 기체 색전증은 잠수 중에 호흡을 참고 올라올 때 발생하는 ‘폐 팽창 부상’ 중 하나다. 사람은 호흡을 할 때 삼투압 작용으로 허파꽈리와 그것을 감싸고 있는 모세혈관 사이로 산소가 옮겨간다.

그러나 수심이 깊은 곳에서 높은 밀도의 공기를 들이마신 후 숨을 참고 물 위로 올라오게 되면, 폐 속의 공기가 팽창하면서 그 팽창된 공기가 혈관으로 밀려들어가 폐가 파열되고 폐의 모세혈관에 기포가 발생한다. 마치 빈 주사기에 공기를 담아 혈관에 주사를 하는 것과 같다. 이 기포가 폐정맥에서 좌심방을 거쳐 대동맥을 따라 흐르다가 뇌로 통하는 경동맥을 막게 돼 뇌동맥 ‘기체 색전증’이 일어난다. 색전증은 잠수를 끝내기 5분 전후에 주로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잠수 중 또는 수면 위로 올라올 때 숨을 멈추지 말고 반드시 정상 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올라와야 한다. 산소가 떨어져 급히 올라와야 할 때는 폐 속에서 팽창하는 공기가 잘 배출되도록 고개를 뒤로 젖혀 기도를 열어주고 표면까지 지속적으로 공기를 내쉬면서 올라와야 한다.

감압병은 질소가 과다하게 혈액 속으로 녹아들어가서 생기는 증상이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의 약 80%는 질소, 20%는 산소로 되어 있다. 따라서 호흡할 때 질소가 산소보다 체내에 많이 들어온다. 수압이 높은 바다 깊은 곳에서 장시간 공기를 흡입하면 공기 속의 질소가 혈액, 정확히는 혈청 속에 조금씩 녹아든다. 인체에 압력이 가해지면 질소가 체외로 잘 빠져나가지 못하고 혈액 속으로 들어간다. 그런 상태에서 서서히 상승을 시작하면 압력이 서서히 낮아지고 체내에 녹아 있던 질소가 호흡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런데 급하게 수면으로 올라오게 되면, 다시 말해 압력 편차가 한계 이상으로 커지게 되면 질소가 호흡을 통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마치 샴페인 뚜껑을 열 때처럼 끓어올라(기화) 기포를 만들면서 부피가 커져 작은 혈관을 막아버린다. 이것이 감압병이다. 기포는 혈관에 상처를 입혀 어깨나 무릎 통증 등 경미한 증상을 일으키지만 심할 경우에는 뇌혈관을 비롯한 신체 장기를 망가뜨려 사지 마비나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유 없이 시름시름…증상도 천차만별

잠수병 증상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한 부위에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전신에 생기는 전신질환이다. 기포가 생기지 않은 경우에도 질소가 몸에 남아 현기증·무력감 등 다양한 증세를 호소할 때가 많다. 평생 잠수 활동을 하는 해녀들이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도 이런 만성 잠수병 때문이다.

잠수병 치료의 핵심은 혈액 속에 녹아든 질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잠수병을 가볍게 앓는 정도라면 물 밖으로 나와 정상적인 기압 상태에서 계속 호흡을 하게 되면 질소가 조금씩 몸 밖으로 배출돼 증상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중증일 때는 감압 체임버(chamber)라는 고압 산소 치료기를 이용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감압 체임버는 내부에 압축된 공기를 주입해 잠수요원이 잠수했을 때와 비슷한 압력의 공기를 흡입할 수 있도록 천천히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다. 체내에 남아 있던 질소가 천천히 체외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역할을 해 갑자기 수면으로 올라와 겪을 수 있는 잠수병을 치료한다. 감압 체임버에서 공급받은 산소는 체내에 남아 있는 기포 덩어리의 질소를 쪼개서 호흡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게 만든다.

또 고압 산소 치료는 산소가 필요한 곳에 충분히 산소를 공급해줘 손상된 조직 회복을 돕는다. 고농도의 산소가 새로운 혈관이 자라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상처 치료가 빠르다. 감압 체임버를 이용하게 되면 바닷속에서 잠수한 것과 마찬가지의 상태가 된다. 따라서 12시간에서 최대 24시간은 잠수하지 말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

연약한 인간이 도전하기에 바다는 너무나 위험한 공간이다. 한국의 해녀들이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바닷속으로 들어간다는 자체가 놀랍다는 외국 학자들의 감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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