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김정주 1조7000억, 2위 김범수 1조6000억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06.0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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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CEO스코어 벤처기업 창업자 부자 순위 조사

모바일발 뉴웨이브의 맨 앞을 올라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재산 가치가 드디어 가시화됐다.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을 통해 김범수 의장은 단숨에 1조6000억원대(평가액) 코스닥 부호로 떠올랐다.

시사저널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신수종 산업 창업자 주식 부호 순위를 공동 조사했다. 카카오-다음의 합병에서 보듯 업계의 합종연횡이 진행되면서 부의 지도도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새로운 부의 지도는 게임과 모바일, 반도체, 바이오산업 관련 기업인이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부의 원천은 IT·반도체·바이오

이번 합병을 통해 김범수 의장은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 1조7425억원에 바짝 따라붙었다. 3위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1조2361억원), 4위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1조1927억원) 순이었다. 

ⓒ 카카오 제공·뉴스뱅크이미지·연합뉴스
김범수 의장은 합병을 통해 코스닥 등록 기업인 다음카카오의 지분 22.2%를 확보했다. 자신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도 17.6%의 다음카카오 지분을 갖는다. 통합 법인 ‘다음카카오’의 단순합산 시가총액을 4조1000억원으로 가정할 때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의 주식 평가액은 최소 1조6000억원에 이른다. 다음카카오의 시가총액이 5조원대를 기록한다면 국내 창업 부호 1위는 김범수 의장으로 바뀌게 된다. 1세대 벤처 재벌로 꼽히는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13위에 그쳐 포털 시대가 저물고 모바일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창업 재벌 1~10위가 모두 2000년대 이후 일어난 IT 혁명 결과물이란 점이다. 1위 김정주 NXC 회장부터 9위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까지 인터넷이 없었다면 사업 모델 자체가 불가능했다. 10위인 이오테크닉스도 반도체용 레이저 마커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50%, 국내 시장 95%를 지배하는 강소기업이다. 1989년 설립돼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이오테크닉스는 IT 혁명의 직접적인 수혜주다.

IT 혁명이 부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전체 50위 순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인터넷 베이스의 게임·포털·IT 서비스 업종 창업자가 17명이나 포진하고 있는 것. 특히 1위 김정주 NXC 회장과 4위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6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대표, 7위 박관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 8위 김원일 골프존 전 대표는 모두 게임 관련주라는 점에서 게임 산업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를 통해 2위 예약을 한 김범수 의장 역시 한게임을 통해 NHN이라는 역사를 만들어냈고, 두 번째 사업인 카카오를 창업할 때 김정주 회장과 박관호 의장이 지분 투자를 할 정도여서 게임 사업 인맥으로 분류된다. IT 혁명의 가장 큰 수혜자는 온라인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포털 시대 저물고 모바일 시대 열려

게임 산업에서 눈여겨볼 요소는 모바일 게임의 대두와 중국 시장의 위력이다. 매출 3769억원, 영업이익 2250억원, 영업이익률 68%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달성한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런 대기록은 중국 시장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실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시장에서 중고 신인이다. 2006년 데뷔했지만 당시 한국 시장에선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 포스’와 넥슨의 ‘서든 어택’이라는 FPS 장르의 게임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다. 이를 중국 시장에 맞게 손질한 후 2008년 발표해 실적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온라인 게임보다 변화가 더 극심한 시장이 모바일 게임 시장이다. 이번 순위에서 모바일 게임회사는 20위에 오른 선데이토즈와 21위의 게임빌 정도다. 

애니팡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가 만들어낸 첫 번째 모바일 게임 히트작이다. 게임 하나가 30대 초반의 벤처 사업가를 1000억원대 부호로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바일 게임 신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모바일 게임 상위 순위는 넥슨이나 CJE&M 계열의 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낸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이미 레드오션으로 접어들어 자본 싸움 마켓으로 변한 것이다.

IT 벤처업종의 패권 싸움은 김정주 회장과 김범수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3파전으로 좁혀질 듯하다. 김정주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각각 일본에 넥슨재팬과 라인을 통해 성공적인 사업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현재의 주식 평가액과 상관없이 향후 지분 가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의 글로벌 서비스를 더 진척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다음카카오의 우회 상장을 통해 실탄을 마련한 김 의장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신수종 창업 부호 순위에서 게임·IT에 이어 강세를 보이는 업종은 반도체 종목이다. 12개 기업이 50위 안에 포진했다. 신수종 창업 부호 세 번째 산업군은 바이오산업이다. 11위에 오른 씨젠의 창업자 천종윤 대표와 15위에 오른 내츄럴엔도텍의 김재수 대표 등 모두 9명의 바이오기업 창업주가 톱50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뺐다. 서 회장의 보유 주식은 1조2000억원대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가 셀트리온홀딩스 등의 회사를 통해 간접 지배하고 있어 다른 창업자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계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골프존의 김원일 전 사장은 부친인 김영찬 대표와 사실상 창업 때부터 함께 일했고 현재도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창업 부호의 범주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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