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세계를 열광시키다
  • 김봉현│대중음악 평론가 ()
  • 승인 2014.06.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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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두 번째 앨범 도 매진 미국 FM 라디오 점령

마이클 잭슨의 사후 두 번째 앨범 <Xscape>가 세상에 나왔다. 모두의 예상대로 이 앨범은 엄청난 반응을 얻고 있다. 발매 첫날에 아이튠즈 세계 49개국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 거주 중인 지인의 말에 따르면 FM 라디오 방송을 점령하다시피 할 정도로 현지 반응이 폭발적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이 앨범은 톱에 올랐다. 이 앨범을 유통하는 소니뮤직의 이세환 차장은 자신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앨범의 품절 소식을 전하며 “얼마 만의 품절이냐”는 소감을 내놓기도 했다.

당연한 결과다. 마이클 잭슨의 위상을 생각할 때 이러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팝의 황제이자 아이콘이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 아니었던가. 말하자면 농구계의 마이클 조던 같은 인물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다는 수식으로는 모자란, 그 분야 자체를 상징하는 거대한 존재 말이다.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인 1999년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자선 콘서트에서 노래하던 모습. ⓒ EPA 연합
불세출의 뮤지션이 남긴 유산

마이클 잭슨은 ‘천재가 노력도 하고 성실함까지 갖추면 이렇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인물이다. 동시에 그가 지닌 여러 재능이 어쩌면 고루 온전하게 평가받지 못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그가 무대에서 완벽한 퍼포먼스를 구사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퀸시 존스 같은 위대한 프로듀서와 작업한 최고의 재능을 지닌 ‘댄스 가수’를 넘어 이미 그 자신이 뛰어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였다는 사실을 그리 많이 알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재능이 재능을 가렸다고 할까.

즉, 이 앨범은 불세출의 뮤지션이 남긴 유산이라는 점에서 이미 뜨거운 반응을 예약해놓은 작품이다. 사람들은 마이클 잭슨이 생전에 발표했던 주옥같은 음악을 근거로 자연스레 또 다른 명작을 기대했고, 동시에 그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감정을 이입했다.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요절로 인한 신화화’ 운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물론 요절로 인한 신화화로 인해 자신이 지닌 음악적 능력보다 과대평가된 뮤지션이 세상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마이클 잭슨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사후’ 앨범인 이 작품이 그만큼 내용물과 별개로 어떠한 ‘스토리’를 갖추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앨범의 공식 보도자료에서도 이러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대목이다. “앨범의 타이틀곡이기도 한 <Xscape>는 앨범 중 유일하게 생전의 마이클 잭슨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기존 버전을 레코딩한 프로듀서가 직접 ‘현대화’한 트랙이다. 바로 로드니 저킨스가 <Invincible>(2001년) 당시 마이클 잭슨과 작업했던 곡이었는데 비로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결자해지하게 됐다. 로드니 저킨스가 10년 이상 지난 현재 스튜디오로 돌아와 다시 이 곡 작업을 시작했을 무렵 모든 잡생각을 버리고 마이클이 자신의 옆에 앉아 있다고 상상하면서 작업에 임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마치 마이클 잭슨이 살아 있었다면 주장했을 몇몇 요소를 로드니 저킨스는 마치 마이클 잭슨과 의논이라도 하듯 적극 수렴해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앨범이 죽은 자를 이용하거나 죽은 자의 뜻에 반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고인과 생전에 함께했던 이들이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남은 자의 입장에서 임무를 ‘완수’해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Xscape>가 사후 앨범이라는 사실은 여러 맥락을 발생시킨다. 항간에서 들려오는 ‘마이클 잭슨이 살아  있었다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볼멘소리는 당연히 이러한 맥락 위에 있다. 즉 <Xscape>가 사후 앨범이라는 사실은 이 앨범이 일종의 ‘리믹스’ 앨범임을 드러낸다(이 앨범은 마이클 잭슨이 완성해놓은 미발표곡을 단지 공개만 한 앨범이 아니라 그의 데모 및 미완성곡에 새로운 사운드를 덧입혀 재창조한 트랙의 모음집이다). 리믹스 작업에 대한 시선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원곡과는 또 다른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다는 긍정적인 시선과 원작자의 의도와 무관한 재창조가 보컬과 비트 사이의 이질감을 낳는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그것이다.

필자의 경우 둘 중 굳이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후자에 가깝다. 보컬과 비트는 단지 물리적으로 합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보컬이란 비트가 주는 모든 영감에 영향 받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가수와의 교감 없는 사운드가 이미 완성된 보컬 위에 덧씌워졌을 때 그 우연과 의도되지 않은 결합에서 나오는 예기치 않은 감흥을 즐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필자는 그보다는 그 이질감과 어색함에 더 주목하는 편이다.

하지만 <Xscape>는 리믹스 작업의 이러한 태생적인 한계를 대체로 잘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는 자신이 기존에 작업해놓은 비트를 대충 골라 마이클 잭슨의 보컬에 덧씌우기보다는 오로지 이 앨범만을 위해 사운드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고 자신들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마이클 잭슨의 음성을 보좌하는 데 주력한 것처럼 느껴진다. 더는 대답할 수 없는 마이클 잭슨이기에 ‘마이클 잭슨이 살아 있었다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이 앨범은 고인의 명예를 해치지 않은 작품으로 남게 될 것이다.

마이클 잭슨의 Xscape 앨범 재킷
16년 넘는 세월 한꺼번에 담겨

단적인 예로 싱글 <Love Never Felt So Good>을 들어보자. 오리지널 버전의 피아노와 핑거 스냅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레트로 소울풍으로 재편곡된 버전이야말로 마이클 잭슨의 보컬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비로소 이 노래를 ‘완성’시켰다는 느낌을 안긴다. 올해 발표된 세상의 모든 음악을 통틀어 사람을 가장 기분 좋아지게 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또 <The Way You Make Me Feel>을 연상케 하는 도입부에 더해 멜로디와 훌륭하게 조화되는 리듬 그루브가 돋보이는 <A Place with No Name> 역시 오리지널 버전보다 낫게 들리고, 오리지널 버전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Slave to the Rhythm> 역시 원곡을 망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Xscape>가 사후 앨범이기에 이 앨범은 ‘편집’ 앨범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앨범은 1983년에서 1999년 사이, 그러니까 <Thriller>(1982년) 이후부터 <Invincible>(2001년) 이전까지의 녹음물로 채워져 있다. 한 앨범에 16년 이상의 세월이 한꺼번에 담겨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앨범은 하나의 일관된 방향성이나 한 시기를 대표하는 집중력 있는 사운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하지만 앨범 보도자료에도 써 있듯 “마이클 잭슨의 공식적인 작품 목록은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 총괄하고 실현한 그의 앨범·공연·기록영화로 이미 완결됐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마음은 편해진다. 대신에 우리에게는 앨범의 수록곡을 차례로 들어보면서 해당곡과 맞닿아 있는 마이클 잭슨 커리어의 각 순간을 다시 소환하고 추억하는 일이 주어지게 된다. 가끔 “아니, 이런 노래를 왜 발표 안 했지? 역시 잭슨은 완벽주의자였어” 같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Xscape>의 커버 디자인을 담당한 영국의 디자이너 맷 메이틀랜드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필자는 그의 말이 이 앨범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말 중요했던 점은 이 표지가 새 마이클 앨범같이 느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베스트 앨범의 회고하는 이미지 같은 게 아니라 그가 지금 있다면 실제로 했을 법한 그런 것. 난 정말 마이클 잭슨의 파워와 마법을 포착하고 싶었다. 물론 그의 무방비 상태 같은 부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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