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교실 이데아’
  • 김재태 | 편집위원 ()
  • 승인 2014.06.1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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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았던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 결과에 대해선 ‘여야 무승부’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큰 이변이 없었던 것만큼이나 밋밋하고 단순한 이런 분석이 과연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의 실체를 제대로 읽어냈다고 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해석할 키워드는 ‘선거’가 아니라 ‘지방’일 것입니다. 지방선거는 총선·대선과 성격이나 지향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는 당에 따라 선택하기보다는 인물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더 옳은 투표 행위임을 유권자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유권자들은 똑똑해져 있습니다. 정치권만 우물 안에 머물러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선거에서 정작 민심의 포효가 웅변적으로 드러난 것은 교육감 선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진출했다는 사실이 우선 범상치 않습니다. 전국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는 영남 지역에서조차 이른바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앵그리 맘’들의 분노가 이 교육감 선거에서 폭발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결과입니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이번에 리얼미터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지나친 경쟁 구도’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학부모들은 ‘경쟁의 바다’에 갇힌 자신의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뜨거운 한 표를 던지기로 마음먹은 듯합니다. 교육 현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이 읽힙니다.

사실 지금 우리의 학교는 답답하고 우울하기 그지없습니다. 가장 생동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할 교실은 가장 낙후한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초·중·고교에서 7만명씩의 자퇴생이 나오는 현실이 그것을 잘 말해줍니다(46쪽 특집 기사 참조). 교육이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힌 채로 이렇게 비틀거리면 아이들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에 지치고 불안에 지치며 자꾸 바깥으로 밀쳐집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무력한 취약 계층이 바로 아이들입니다. 수백 명의 학생이 수학여행을 가다 참변을 당한 세월호 참사가 그런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성공한 유대계 인사들 가운데는 자신의 성공을 이끌어준 원동력이 가정교육에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부모와의 밥상머리 대화가 큰 자양분이 되어주었다는 것입니다. 유대인 부모들은 자식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왜’라고 묻게 하고, 그런 질문이 왜 중요한지를 가르쳐준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이 ‘왜’라는 물음입니다. 일방적 교육에 의해 학습되

는 학생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끊임없이 사유하는 학생으로 키워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학교는 이런 질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교과서를 통해 이념을 주입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어른들이 있는 한 ‘열린 교실’은 영원히 열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가르치고, 지식보다는 생각을 가르치는 학교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배우는 인간’이 아니라 ‘사유하고 성찰하는 인간’으로 교육받고 대우받을 때만이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의 미래가 열릴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아이들을 당장 경쟁의 바다에서 끌어올려야만 합니다. 숨 막히는 그들에게 숨 쉴 공기를 불어넣어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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