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정부가 먹으려는 속셈?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4.06.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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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업자 선정 갈팡질팡…“체육진흥공단이 직영하려 한다” 의혹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 새 사업자 선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대해 업계의 한 인사가 “답답하다”며 기자에게 털어놓은 불만이다. 그는 스포츠토토를 주관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체육공단)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달청을 통한 입찰로 우선협상자를 선정한 지 불과 2주 만에 우선협상자의 지위 박탈을 추진하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일정을 빠듯하게 잡아놓은 체육공단이 사업자 선정 자체에 제동을 걸자 주변 시선은 싸늘하다.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는 것 아니냐” “공단이 직접 운영하려는 것 아니냐” 등 갖가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토토 사업이 다시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수탁운영사업자 선정 작업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당초 일정에 따르면 새 사업자인 웹케시 컨소시엄이 7월3일부터 운영에 들어가야 한다. (주)웹케시는 총 6개 컨소시엄이 참가한 입찰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5월14일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예정대로 일정이 진행됐다면 지금쯤 기존 사업자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아야 한다. 현 사업자는 오리온이 대주주인 스포츠토토(주)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갔다.

서울 시내의 복권방에서 한 시민이 스포츠 복권용지를 작성하고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체육공단은 6월2일 스포츠토토(주)를 찾아가 새 사업자가 선정될 때까지 사업을 계속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공단에서 현재 상황이 어떤지 설명을 했고 회사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스포츠토토는 당분간 기존 사업자가 운영하는 형태로 지속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 몇 달간 진행된 새 사업자 선정 절차가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다.

체육공단, 우선협상자 웹케시 자격 박탈 추진

실제 조달청은 웹케시에 대한 우선협상자 선정이 적합한지 여부를 다시 따져보고 있다. 체육공단이 의뢰한 일이다. 조달 평가를 거쳐 선정된 업체를 수요 기관이 인정하지 않고 재평가를 요구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체육공단은 웹케시와의 최종 계약을 위해 벌인 협상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점이 발견돼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웹케시가 제출한 기술제안서상의 자금 조달 계획과 입찰제안서상의 위탁 운영비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입찰 전 발표 때와 실제 입찰에서 제시한 위탁 수수료율이 다른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웹케시는 제안서 발표 당시에는 위탁 수수료율을 1% 후반대로 제시한 반면, 실제 입찰에서는 이보다 낮은 1% 중반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탁 수수료율이 낮을수록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줄어들고 정부의 기금 조성액은 늘어난다. 이번 입찰에서는 입찰 가격과 기술 평가 두 가지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겼다. 웹케시는 입찰 가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공단의 이 같은 문제 제기를 두고 웹케시가  부정당행위를 한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업을 제안할 때와 실제로 입찰할 때 수수료율에 차이가 나는 것은 일종의 관행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찰의 경우 가격(수수료율)을 어떻게 책정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그런데 제안서에 올린 가격은 경쟁 상대가 이미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 가격을 입찰 서류에 그대로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입찰에서도 6개 컨소시엄 중 꼴찌를 한 오텍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컨소시엄 모두 수수료율을 다르게 제시했다고 한다. 웹케시의 수수료율 차이가 가장 크지만 다른 업체들도 저마다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수수료율의 차이가 얼마 이상이면 자격이 박탈된다는 기준이 없는 한, 5개 업체 모두 체육공단이 웹케시에 제기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그런 만큼 수수료율 차이는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체육공단이 수수료율이라는 표면상의 이유가 아니라 또 다른 이유로 조달 평가를 뒤집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먼저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입찰 추진 과정에서부터 말이 많았다. 한 업체는 심사에 앞서 평가위원들을 일일이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다른 업체의 경우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입찰 과정을 지켜본 한 업계 인사는 “입찰에 참가한 한 업체 대표가 마당발로 인적 네트워크가 워낙 좋다 보니 정치권에서 이 업체를 밀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왔다”고 전했다.

스포츠토토 노조원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체육공단이 직접 운영하려고 판 흔들어”

웹케시의 자격이 박탈될 경우 새 사업자 선정을 두고 또 한 번 홍역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2위 업체가 우선협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달 평가 결과 웹케시에 이어 (주)팬택씨앤아이가 2위, (주)삼천리가 3위, (주)유진기업이 4위, (주)디와이에셋이 5위, (주)오텍이 6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어느 업체가 선정되더라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웹케시를 비롯해 탈락한 업체들의 줄소송도 예상된다.

입찰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새 사업자가 스포츠토토를 운영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현 사업자의 운영 기간이 그만큼 연장되는 셈이 된다. 이는 그동안 체육공단이 보여준 입장과 배치된다. 2012년 6월 불거진 ‘스포츠토토 비자금’ 사건 등으로 인해 현 사업자는 입찰에 참여조차 할 수 없었다. 스포츠토토 노동조합이 직원들의 고용 안정에 대한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새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물의를 일으킨 현 사업자의 운영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체육공단이 자초한 일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체육공단이 직접 스포츠토토를 운영하기 위해 판을 흔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수수료율 상한선을 현행 3.5%에서 2.073%로 낮춘 것도 사업에 관심을 보이던 대기업의 진입을 막기 위한 의도라는 의심을 받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정치권을 중심으로 스포츠토토 공영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실제 체육공단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통해 운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정부가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거머쥐려고 한 것이다. 여론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아 한 발짝 물러나 있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공영화 논의가 다시 불붙을 수도 있다. 2012년 11월 국회에 관련 내용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이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스포츠토토 사업에 오랫동안 관여해온 한 인사는 “민간 사업자가 이윤을 남길 수 없을 정도로 수수료를 박하게 책정해 아무도 나서지 않게 만든 후 체육공단이 어쩔 수 없이 직접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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