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윤회씨 딸,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특혜’ 논란
  • 조해수·안성모 기자 (chs9000@sisapress.com)
  • 승인 2014.06.2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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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계 “큰 실수했는데도 높은 점수 받아” 승마협회 “전혀 문제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딸이 오는 9월 개최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대표로 선발되면서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복수의 승마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씨의 딸인 정 아무개 선수가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큰 실수를 범했음에도 높은 점수를 받아 막판에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여기에 주최 측인 대한승마협회는 정 선수에게 밀려 탈락한 선수 측의 이의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아 논란을 더하고 있다. 정 선수의 아버지 정윤회씨는 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다.

대한승마협회는 지난 6월10일부터 14일까지 경북 상주국제승마장에서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국가대표 선발전을 열었다. 장애물과 마장마술 경기 두 부문으로 나눠 치러진 이번 선발전에는 300여 명의 선수와 80여 두의 말이 참여했다.

정윤회씨의 딸이 마장마술하는 모습. ⓒ 시사저널 임준선

정 선수는 마장마술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마장마술 부문에서는 총 4명의 국가대표가 선발됐다. 총 3라운드로 진행되는 선발전에서 정 선수는 총비율(총점) 202.675%로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황영식 선수가 선발전 채점 방식에 따라 1, 2위를 동시에 차지하면서, 정 선수는 사실상 4등으로 선발전을 통과했다.

대표 선발전 결과가 나오자마자 승마계에서 정 선수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정 선수가 여러 차례 눈에 띄는 실수를 했음에도 다른 선수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정 선수는 1라운드에서 65.614%를 받아 12위로 출발했다. 실수가 연달아 나오면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정 선수는 2라운드에서 69.649%를 받아 2위로 급등했다. 당시 선발전 현장에 있었던 승마계 관계자는 “정 선수가 메이저 폴트(의무 운동과목을 실패한 경우)는 없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점수가 너무 높게 나왔다”며 “정 선수는 2라운드에서 소소한 실수를 했기 때문에 너무 과한 점수를 받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 선수, 3라운드에서 실수 많았다”

3라운드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점수가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마장마술은 의무적으로 지정한 운동과목을 정확하게 수행해야 하는 종목이다. 그러나 정 선수는 의무 과목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마장마술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선발전을 지켜본 또 다른 승마계 관계자는 “정 선수는 3라운드에서 메이저 폴트를 여러 차례 범했다. 우선 8m 원을 그리는 과목에서 9.5m 정도로 원을 너무 크게 그렸다. 감점이 상당했을 것으로 봤다. 첫 번째 삐루에트(말의 앞발이 뒷발을 축으로 해서 도는 것)는 실패했고, 답보변화(발을 바꿔 걷는 것)에서도 실수가 많았다. 3보 답보변화에서는 한 번의 미스가 나왔고, 2보 답보변화는 총 7번 중 3번이나 실패했다. 이럴 경우 10점 만점에 2~4점 정도밖에 받을 수 없다. 비슷한 기량을 보인 다른 선수들이 65~66%를 받은 반면, 정 선수는 67%대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실상 3라운드에서 결과가 갈렸다”고 주장했다.

대한승마협회, 재심사 요구도 기각

이 같은 지적이 나왔음에도 대한승마협회는 정 선수에 대한 재심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장마술 규칙에 따르면, 점수 발표가 있은 후 30분 이내에는 이의제기가 가능하다. 정 선수에게 밀려 6위를 기록하면서 대표 선발에서 탈락한 김혁 선수 측은 정 선수의 3라운드 점수가 발표되자마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혁 선수 측은 “항소 위원회를 정식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경기 룰에 의해 심판진이 매긴 점수를 번복하지 않는다’면서 일방적으로 이의제기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마장마술 국제심판은 “이의신청은 심판진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의신청을 해도 심판 판정이 번복되는 일은 없다. 한 예로 김연아 선수가 지난 소치올림픽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도 은메달에 그쳤다. 금메달을 딴 러시아 선수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실수를 했다. 그럼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마장마술 역시 마찬가지다. 잘못된 판정으로 심판이 제재를 받는 일은 있어도 판정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대한승마협회 역시 “심판 판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불가능하다. 다만 심판들의 담합 등 룰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판진에 대한 로비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는 스페인·우크라이나·프랑스 출신 등 3명의 외국 심판이 초빙됐다. 1라운드까지만 해도 심판진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1라운드가 끝나면서 심판진의 신상과 숙소 등이 모두 알려졌다. 선발전에 참여한 한 선수 측 관계자는 “1라운드까지만 해도 판정 결과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심판진에 대한 정보가 알려진 후인 2라운드부터는 납득할 수 없는 점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선발전은 이틀 간격으로 치러졌는데 그 사이 심판진에 대한 로비가 말도 못할 정도로 행해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심판진에 대한 로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마음 같아선 심판진이 묵었던 숙소의 CCTV를 열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승마협회는 “공정한 판정을 위해 세계에서 100여 명밖에 없는 포스타(four star)급 심판을 초빙했다. 이들은 한국을 방문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심판들이다. 숙소 역시 대회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잡았다. 로비 의혹은 어불성설이며, 포스타급 심판의 판정을 믿지 못한다면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항변했다.

이와 관련해 정 선수의 아버지 정윤회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6월20일 오전 정씨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도 보냈지만 회신이 없었다. 다만 정 선수의 지도자인 신 아무개 코치는 6월20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정 선수 개인 코치로서 솔직히 첫날 점수에는 불만이 있다. 그래도 더 이상 얘기 하지 않고 입 다물고 있다. 심판이 무턱대고 점수를 주지 않는다. 시합한 것을 실력 그대로 안 봐주는지 모르겠다. 심판이 공정하게 평가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 선수는 올해 19세로 마장마술 국가대표로 활동 중인데 정씨가 대한승마협회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정 선수가 특혜를 받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시사저널은 지난 4월9일자(제1276호)에서 “정윤회가 승마협회 좌지우지한다”는 기사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승마협회가 룰을 바꾸면서까지 정씨의 딸을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발탁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발전에서도 특혜 논란이 제기되면서 승마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또 한 번 파문이 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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