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엉망인지 돌려막기 경쟁하는가
  • 신율 |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 승인 2014.07.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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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부의 7·30 재보선 ‘배 째라’식 난장판 공천

‘미니 총선’이라 불리는 7·30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각각 다른 공천 룰이 있음을 확실히 보여줬다. 새누리당의 경우는 “들이대면 다른 데라도 생각해준다”는 법칙이고, 새정치연합은 “그냥 배 째라”라는 것이 바로 이번 공천의 법칙이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두 정당의 공통점도 있다. 이른바 ‘돌려막기’가 그것이다. 그런데 돌려막기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카드를 돌려막는 경우는 돈이 없어서다. 그런데 두 정당의 돌려막기에는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돌려막기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명분이 있는 돌려막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기분에 따라 재보선 지역 중 일부가 갑자기 전략공천 지역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그 지역이 왜 전략공천 대상이 돼야 하는지 당 관계자들조차 모른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두 정당 간에도 정도의 차이는 존재했다. 한마디로 ‘엉망의 차이’인데, 누가 더 엉망인가 할 때는 새누리당보다는 새정치연합이 더 엉망인 것처럼 보인다.

새정치의 ‘돌려막기’, 새누리의 ‘대타 공천’

전략공천이란 본래 특정 지역에서 자기네 당이 열세일 때, 상대 후보자보다 인지도나 지명도 그리고 능력 면에서 더 나은 사람을 공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정당은 이미 선거 이전에 전략공천이 필요한 지역을 대충 다 알고 있다. 한마디로 공천이 시작되고 나서 호들갑스럽게 갑자기 특정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바꿀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번 공천에서는 이 같은 ‘호들갑스러운’ 현상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새정치연합이 그런 모습을 자주 보였다. 중앙당이 특정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사전에 확정하면, 여기에 공천을 신청할 바보들은 없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공천 후유증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이 보여준 ‘새 정치’는 정말 기가 막힐 정도였다.

7월11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7·30 재보궐 선거 광주 광산 을에 출마하는 권은희 후보에게 공천장을 전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동작 을의 경우를 보자. 본래 이 지역은 전략공천 지역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수의 정치 지망생들이 공천을 신청한 것이다. 그런데 공천 신청 초반기부터 금태섭 전 대변인을 전략공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래서 동작 을에 공천을 신청한 다른 이들은 금 전 대변인을 집중 견제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광주 광산 을에 공천 신청을 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동작 을에 전략공천됐다. 그리고 광산 을도 갑자기 전략공천 지역이 됐다. 참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일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동작 을에서 탈락한 금 전 대변인을 이번에는 수원 정에 전략공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물론 그 지역도 애초에 전략공천 지역은 아니었다. 어쨌든 이 문제는 당내 반발과 본인의 고사로 마무리됐지만, 이런 과정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전략공천과, 기준을 알 수 없는 돌려막기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물론 이 정도는 아니지만 새누리당에도 돌려막기는 있었다. 평택에 공천 신청을 했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본래 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1등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공천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때 새누리당은, 임 전 실장이 지역 연고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지역 일꾼을 공천해야 한다는 논리로 그를 떨어뜨렸다. 임 전 실장은 강력 반발했고,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새누리당은 수원 정에 임 전 실장을 전략공천했다. 다행히도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새누리당 후보는 없었다. 그러니까 돌려막기는 맞는데, 새정치연합보다는 문제의 심각성이 덜 노출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연고가 없다며 평택에서 공천 탈락을 시키고 나서, 무슨 명분으로 역시 연고가 없는 지역에 임 전 실장을 공천했는지는 정말 수수께끼다.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점은 이른바 ‘대타 공천’이다. 동작 을이 그 전형인데, 애초에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모셔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끝까지 거절했고, 그래서 찾은 카드가 나경원 전 의원이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의 원래 지역구는 서울 중구다. 그럼에도 이완구 원내대표까지 나서 나 전 의원을 동작 을에 출마시켰다.

안 대표, 2017년 대선에만 마음 가 있는 듯

사상 최악의 공천이 선을 보이게 된 이유는 지금 각 당의 당내 사정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새누리당의 경우는 지금 비대위 체제라서 7·14 전당대회까지는 어수선한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심각한 것은 새정치연합이다. 새정치연합의 ‘새 정치’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은 당내 파벌 이익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마디로 안철수 공동대표는 2017년 대선에만 생각이 가 있어, 야권에 정통성을 부여할 수 있는 광주 지역에 박원순 시장의 측근이 진출하는 것을 막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동작 을의 공천까지 망쳐버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광주에서 천정배 전 장관 같은 중진이 출마하는 것도 꺼렸으리라는 추측이다.

어쨌든 천 전 장관은 공천에서 배제됐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공천됐다. 권 전 과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의혹 폭로로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기에 따라서는 내부 고발자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 공천을 받았다는 건 두 가지 차원에서 문제를 발생시킨다. 첫 번째는, 이번에 공천을 받음으로써 권 전 과장의 폭로에 마치 무슨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그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권 전 과장의 정치 입문이 다른 내부 고발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새정치연합의 이번 공천 과정은, 공천을 받았든 아니든, 많은 사람을 망쳐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천은 공천(公薦)이어야지 사천(私薦)이어서는 안 된다. 만일 공천이 사천이라는 생각을 유권자들이 갖게 되면 반드시 그 정당 혹은 후보자는 패배하게 된다. 유권자는 정치인들보다 훨씬 더 현명하기 때문이다. 이기고 싶다면 정정당당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새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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