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양현석·박진영 ‘엔터 3대 천왕’ 수렁에 빠지다
  • 김진령 기자·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
  • 승인 2014.07.1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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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세무조사·스캔들로 위기 맞은 SM·YG·JYP

한 단계 더 큰 성장을 위한 암중모색일까. 아니면 기존 성장 모델의 한계일까.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를 대표하는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의 주가가 연일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SM은 3월 초 5만3000원대이던 주가가 최근 3만원대에서 헤매고 있다. YG 역시 3월 초 5만3000원대를 기록하던 주가가 최근에는 4만원 선을 깨고 3만원대로 내려앉았다. JYP는 4월 초 6000원대를 웃돌던 주가가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최근엔 4000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주가 하락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지난 상반기 국내 정치·사회·경제를 뒤흔든 4월16일의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전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내수 분야와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최악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음악 방송이나 쇼는 중단됐고, K팝 기획 3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 시사저널 임준선·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실적 나쁘지 않은데 주가는 곤두박질

하지만 실적을 들여다보면 주가가 곤두박질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김창권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음반이나 음원 부문에서 매출이 꺾인 게 없다. YG는 지난 1분기에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고, SM도 영업이익률은 떨어졌지만 엔화 약세에도 매출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획 3사의 매출 구조를 보면 음원이나 음반 판매 수익은 전체 매출의 30% 또는 그 이하다. 대부분은 공연 수익이나 모델료 등 매니지먼트 쪽에서 나오고 있다. YG 소속의 빅뱅이 지난해 4분기 성공리에 마쳤던 일본 돔투어의 수익이 올해 1분기 실적으로 잡히면서 YG는 기록적인 분기 매출을 보였다.

실적도 나쁘지 않은데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시장의 기대심리 탓이다. 대개 주가는 실적에 선행한다. 기획 3사의 저조한 주가 흐름은 시장에서 국내 기획 3사의 향후 전망을 좋지 않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김창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이나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급등했지만 주가가 오른 데 비해 기대치가 실현된 게 별로 없었던 것도 주가 약세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한류와 관련한 최대 이슈는 <별에서 온 그대>였고, 주무대는 중국이었다. 수혜자는 주연 배우 김수현과 전지현이었다. 이들의 행사료(몸값)는 천정부지로 뛰었지만 김수현만 키이스트 소속 배우라 코스닥에 반영됐을 뿐이다. 키이스트는 지난 2월만 해도 1000원대에서 횡보하던 주가가 6월 초 4300원대로 뛰어오르는 등 최대 수혜주가 됐다. 하지만 K팝 3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중국의 음원 시장은 우리나라보다 열악해 공연 수익이나 광고 수입을 바라봐야 하지만 이 부분에서 이렇다 할 수익이 나오고 있지 않다. 즉 상반기 중국발 한류 재점화는 가수가 아니라 배우 시장에 국한된 것이었다.

SM은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엑소M의 크리스가 지난 5월 돌연 탈퇴 선언을 하고 법정 다툼을 벌이는 등 중국 시장 진출 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SM은 이전에도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이 탈퇴 소동을 벌인 바 있다.

일본의 우경화 흐름도 한류에 악영향

SM을 더욱 난감하게 만든 것은 세무조사다. 최근 SM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102억원의 법인세를 추가 납부하게 됐다. 한때 해외 부동산 및 해외 공연 수입 등에 대한 역외 탈세 의혹이 일었지만 SM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법인세 추가납부로 SM의 세금 문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세무조사가 말해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정부가 SM의 해외 수입을 문제 삼은 것은 SM 같은 대형 기획사의 수입 구조가 거의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SM은 지난해 2687억원의 매출 가운데 해외 매출액이 1151억원이었다. 2014년 자료를 보면 국내가 61%, 일본이 24%, 중국과 동남아가 11%, 기타 3% 순으로 해외 시장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일본에서 올린 매출이 842억원에 달한다. 2012년 자료를 보면 연간 매출액의 47%가 일본에서 나올 정도로 일본 의존도가 높다. 최근 일본 비중이 작아진 것은 엔화 약세와 소속 가수들의 공연 공백 때문으로 풀이된다. SM은 한정된 수익 구조를 깨기 위해 일본에 진출했지만 일본 시장도 정체를 보이고 있다. 결국 더 큰 파이를 만들려면 중국이나 미국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경과 크리스의 잇단 탈퇴 소동은 SM의 중국 시장 개척 프로젝트가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일본 시장의 우경화 흐름도 SM에는 악재다. 엔화 약세라고 하지만 일본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한번 형성된 팬 문화의 충성도도 높다. 지난 4월에 있었던 ‘동방신기 LIVE TOUR 2014’는 10개 도시, 29회 공연을 펼치면서 최단 기간에 60만 관객을 동원하는 힘을 보여줬다. 하지만 ‘SM의 일본 시장’은 확장되기보다는 정체된 느낌이다. SM 아이돌 중 가장 최근에 데뷔한 엑소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있지만 중국인 멤버가 4명이나 되는 중국을 겨냥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SM의 간판 상품이었던 보아나 동방신기가 일본을 염두에 둔 것과는 대조적이다. 

SM은 최근 중국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엑소에 중국인 멤버를 넣고 엑소K와 엑소M의 두 유닛으로 나눠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유례없는 모델을 만든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중국인 멤버 크리스가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유야 어떻든 SM으로서는 결실도 제대로 맺기 전에 엑소라는 그룹의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2NE1 박봄, 소녀시대 태연 ⓒ 시사저널 구윤성·시사저널 박은숙
기획사의 관리 시스템 무너져 

이와 함께 최근 SM의 간판 아이돌인 소녀시대가 열애설에 잇따라 휩싸이고 있는 것도 SM의 매니지먼트에 이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윤아·수영·티파니 등 멤버들이 열애 사실을 밝히고 소녀시대가 ‘연애시대’가 되고 있음은 누구나 인지하는 것이었지만 최근 터진 태연과 엑소 백현의 열애설은 그 파장이 심상찮다. 이는 소녀시대와 엑소의 팬덤 양측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엑소의 경우 최고의 아이돌 그룹으로 비상하는 시점이었다는 것과 최근 크리스 탈퇴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소녀시대의 사례는 지금껏 국내의 대형 기획사가 해왔던 연습생 과정과 데뷔, 그리고 철저한 관리라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시장에서 SM과 호각세를 이루고 있는 YG 역시 2년 전 영입한 싸이가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히트로 최근까지 성장세를 과시해왔다. 특히 싸이 영입으로 빅뱅 등 소속 가수들의 미국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너지 효과를 거두면서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싸이가 신곡 <행오버>를 발표했지만 세월호 참사에 묻히고 <강남스타일>이나 <젠틀맨> 때처럼 뜨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다른 악재까지 터져 YG를 흔들고 있다.  

2NE1 멤버인 박봄이 4년 전 마약류 약물인 암페타민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이 사건은 검찰에서 ‘입건 유예’ 처분을 받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가 이번에 사건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논란이 YG 소속 연예인들의 과거 행적까지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마초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기소 유예됐던 지드래곤과 교통사고 사망 사건을 일으켰으나 무혐의 처분됐던 대성이 모두 2009년 법무부 홍보대사를 역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봄의 입건 유예 처리도 검찰의 ‘YG 편들기 수사’가 아니냐는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 기획 3사 중 최근 그 세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JYP는 세월호 참사의 직격탄을 맞은 경우다. 최근 한 매체는 JYP의 ‘매각 시도설’을 보도했다. JYP가 YG 측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YG 측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이끄는 구원파와의 연루를 원치 않아 이를 거부했다는 내용이다. JYP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부인하고 언론사와 해당 기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제대로 된 기업 되기 위한 과도기”

이런 소동의 뒤에는 그간 JYP에 제기됐던 방만한 경영에 따른 위기설과 최근 세월호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유병언 전 회장과의 관계(박진영의 처가 유병언 회장의 조카)가 불씨로 작용했다.

지난해 MBC <뉴스데스크>로 불거진 JYP 소속 아이돌 스타 캐릭터 상품 사업 논란은 JYP가 처한 위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업에 관련된 하청업체들은 ‘사업 과정에서 생긴 손해를 영세 하청업체에 떠넘겼다’는 주장을 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초라한 JYP의 면면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즉 대표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2PM의 의류 앨범을 5000여 장 찍었으나 겨우 140여 장이 팔렸다는 <뉴스데스크>의 보도 내용이 그것이다. 결국 JYP의 이름을 믿고 투자한 영세 의류업체는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판매 수익만 계산해 460여 만원만 받고 재고 처리도 하지 못한 채(2PM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아닌가) 1억여 원의 손해를 떠안게 됐다고 한다.

물론 JYP는 여전히 3대 기획사로서의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무리한 투자가 불러온 부메랑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009년 JYP USA로 시작해 2011년 말 JYP크리에이티브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던 미국 진출은 상당한 적자를 기록하며 결국 문을 닫았다. JYP크리에이티브는 2012년에만 17억8000만원의 적자를 냈고, JYP USA는 지난 3년간 무려 10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보다는 소소하지만 약 11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JYP푸드도 2012년 한 해 14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 와중에 영화 진출을 위해 JYP픽처스를 설립했지만, 역시 2012년 7월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500만불의 사나이>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쥔 채 막을 내렸다. JYP 매각설까지 나오게 된 데는 겉으로 보기엔 여전히 3대 기획사라는 위상을 갖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은 무리한 투자로 누적된 손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SM·YG·JYP의 수장인 이수만·양현석·박진영은 가요 시장에서 가수로 활동하다가 직접 기획사를 차려 가요를 K팝이라는 한류 상품으로 만들어내고, 국내 엔터테인먼트를 산업화시킨,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선봉장이다. 하지만 최근 계속 터져나오는 이런저런 잡음은 한 단계 더 큰 성장을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다. CEO스코어의 박주근 대표는 “기업 잠재력이 곧 주가라는 점에서 현재 엔터 3사는 제대로 된 기업이 되기 위한 과도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예산업의 경우 사업 모델이 짧다는 점, 패턴을 반복하는 사업은 3~4년이면 사이클이 끝난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측면에서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매니지먼트 모델을 세운 K팝 3사가 어떻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지 주목된다.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설리와 최자. ⓒ 연합뉴스
SM은 소속 가수의 사생활 관리에 계속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여기엔 어느 정도 SM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SM은 소속 연예인에 대한 이미지 콘셉트를 ‘순수’와 판타지의 영역에 머물게끔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소속 연예인의 사진 촬영이나 인터뷰 등도 모두 기획사의 관리 영역 아래 두며 일관된 이미지를 유지하게끔 만들고 있다. 소속 연예인의 ‘연예 금지’나 사생활 노출 금지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잇따라 터져나온 스캔들은 순수와 판타지의 영역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었다. 여성 아이돌 그룹 에프엑스의 설리는 가수 최자와 아침부터 같이 있는 사진이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마침 그 무렵 설리가 무대에서 다리를 펴는 안무를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는 장면이 포착돼 구설에 오를 무렵이었다. 최자와 함께 있는 사진이 공개된 후 아이돌 팬덤에선 이 두 사건을 하나로 연결시키면서 논란이 커졌다. 최근 분실된 최자의 지갑에서 설리와 최자로 보이는 ‘친밀한’ 사진이 공개돼 한동안 잠잠하던 이 ‘사건’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라 SM을 더욱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극성기 H.O.T.의 팬덤을 능가한다는 평을 듣고 있는 엑소의 멤버 백현과 소녀시대 멤버인 태연의 열애설은 설리 스캔들을 뛰어넘는 ‘방화 사건’이었다. 어릴 때부터 SM 산하의 아이돌 그룹에 길들여진 10~20대들은 ‘쇼크’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요즘 아이돌 팬들은 돈과 시간을 들여 ‘팬질’하는 오빠의 연애 금지를 ‘소비자의 당연한 요구’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냥 예쁜 사랑 하게 해주세요’라는 말로 커버가 안 되는 것이다. 

SM의 스캔들이 팬덤의 충성도에 금을 가게 한 사건이라면 YG의 스캔들은 민감한 ‘마약’ 관련 사건이라 휘발성이 더욱 크다. 한 매체는 최근 YG의 대표 여성 아이돌 그룹인 2NE1의 멤버 박봄의 4년 전 행적을 ‘발굴’ 보도했다. 4년 전 박봄 측이 해외 우편으로 마약류 약물인 암페타민 82정을 밀수입하다 적발됐으며 이를 검찰이 알고도 입건 유예로 처벌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만들어낸 논란은 YG가 그간 쌓아놓은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양현석 대표가 직접 나서 박봄의 개인사를 공개하며 마약 복용이 아니라 ‘치료용 목적’이었고 “딸에게 마약을 권하는 엄마가 어디 있느냐”며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감성적인 호소는 상당 부분 대중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듯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박봄의 마약류 약물이 미국에서도 함부로 처방될 수 있는 약물이 아니라는 점, 암페타민의 국내 반입이 불법임을 박봄 측이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 과자류로 위장 반입을 시도하고 받는 곳을 할머니집으로 했다는 점 등 속속 새로운 사실이 보도되면서 오히려 YG에 대한 대중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 사건이 터진 후 입건 유예가 돼버린 이면을 두고 검찰 고위 간부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양상이다.

대중은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박봄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것에 대해 전처럼 양현석이 어떤 입장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소속사 측에서는 묵묵부답이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대응이 사실을 시인하는 것처럼 비치면서 YG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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