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준 회장의 유전자 감식이 필요하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4.07.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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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 법원에 수검 신청서 내…친자 확인 소송 2라운드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과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의 법정 다툼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차 전 대변인은 지난해 7월 조 전 회장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의 아들 A군이 조 전 회장의 친아들임을 인정하라는 내용이었다. 차 전 대변인은 소장에서 “아들이 조 전 회장과 사이에서 태어났음을 확인하고, 결혼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위자료와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밝혔다.

조 전 회장 측은 “친자 확인을 위해 법적인 아버지 서 아무개씨와 A군이 혈연관계가 아님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전자 검사도 거부했다. 차 전 대변인은 지난해 9월 서씨를 설득해 A군이 친아들이 아님을 확인받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서울대병원에 의뢰해 서씨와 A군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과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2002년 에버랜드에서 가족 모임을 했다는 증거가 법원에 제출돼 주목된다. ⓒ 시사저널 최준필
차영 아들 서씨에서 조씨로 성씨 개명

이 과정에서 양측은 언론을 통한 설전을 벌였다. 조 전 회장은 언론을 통해 “차영과 나는 업무상의 협조 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남녀 간의 교제는 전혀 없었다”며 “A군의 존재도 소송을 통해 알게 됐다. 차영과 그 가족을 위해 생활비 등을 지원한 사실도 없고, 지원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차 전 대변인이 반격에 나섰다. 그는 여성 월간지 우먼센스와의 인터뷰에서 “조 전 회장이 주기적으로 선물을 보냈고, 친자라는 사실에 동의하는 문자도 보냈다”며 “자신이 아버지라고 스스로 나설 수 있도록 10년간 기다렸다. 조 전 회장이 나서지 않아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차 전 대변인은 그 근거로 조 전 회장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메시지는 A군을 어떻게 호적에 올릴 것인지 등을 논의하는 내용이었다.

5월 초 서씨와 A군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두 사람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통보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동안 중단됐던 차 전 대변인과 조 전 회장의 친자 확인 소송도 본격화됐다. 

7월23일 오전 11시 서울가정법원 309호 조정실에서 첫 변론이 열렸다. 변론준비기일인 만큼 양측의 변호인만 참석했다. 쟁점은 조 전 회장의 유전자 검사에 모아졌다. 양측 변호사 간에 설전이 이어졌다. 조 전 회장 측은 여전히 조 전 회장과 A군의 관계를 부정하면서 유전자 검사마저 거부했다. 차 전 대변인이 A군의 생모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까지 편 것으로 알려졌다.

차 전 대변인 측은 조 전 회장의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며 수검(유전자 감식) 신청서를 냈다. 차 전 대변인의 법적 대리인 차동언·노서령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기자와 만나 “법원에서 수검 신청을 검토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며 “조 전 회장이 수감돼 있는 구치소를 묻는 것을 감안할 때 조만간 수검 명령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원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서씨와 A군의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조 전 회장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절차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조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올해 2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교도관이 동행한 상태에서 샘플을 채취하면 된다”며 “법원의 명령이 내려진 상태에서 검사를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차 전 대변인의 아들 A군은 서씨에서 조씨로 성씨를 개명했고, 이름 또한 바꾼 상태라고 한다. 차 전 대변인 측의 한 관계자는 “유명 정치인이었던 한 인사가 A군에게 자신의 이름을 쓰도록 허락했다. 한자까지 똑같다”며 “(차 전 대변인의) 남편과는 현재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론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도 공개됐다. 차 전 대변인과 조 전 회장이 처음 만난 시기는 2001년 3월이다. 차 전 대변인이 대통령 비서실 교육문화수석실 문화관광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였다. 조 전 회장은 처음 만난 시점을 1999년 11월 창원시의 모터레이싱 대회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버랜드서 가족끼리 만난 증거 사진 제출

2002년부터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했다. 조 전 회장은 2002년 7월 자신이 대주주였던 넥스트미디어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차 전 대변인을 임명했다. 그해 11월 명품 피아제 시계를 선물하면서 청혼을 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 전 회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조 전 회장은 2002년 12월 세 번째 부인과 이혼했고, 차 전 대변인 역시 2003년 1월 이혼했다. 청혼을 앞두고 조 전 회장과 차 전 대변인은 자녀들을 만나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가족끼리 다정한 시간을 보냈다. 차동언 변호사는 “당시 조 전 회장과 차 전 대변인 자녀들이 함께 찍은 사진도 여러 장 법원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차 전 대변인 측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은 이미 결혼을 약속하고 자녀들과 상견례까지 했다. 그 근거로 에버랜드에서 가족끼리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이라며 “조 전 회장이 삼성 측에 부탁해 동물원을 통째로 빌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측은 “당시까지만 해도 에버랜드 동물원의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줄을 서서 관람하던 때였다. 특정 개인이 동물원을 통째로 빌릴 수는 없다. 그런 사례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기자는 조 전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소송 대리인을 만났고, 전화로도 여러 차례 메시지를 남겼지만 7월25일 현재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 연합뉴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임박하면서 최근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전 회장은 2013년 6월께 아버지인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와 함께 검찰에 기소됐다. 1심에서 조 원로목사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조 전 회장은 법정 구속돼 수감 중이다. 조 전 회장의 변호인은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조 전 회장의 보석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7월1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 심리로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렸다. 영산기독문화원의 특정금전신탁을 누가 지시했느냐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증인으로 나온 이정우 전 넥스트미디어홀딩스 대표는 “조희준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날 법정에서 조 전 회장의 변호인은 “조 원로목사 부부가 구치소로 면회를 와서 ‘아들인 것이 원망스럽고 한탄스럽다’고 했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조 전 회장 측은 그동안 공판에서 “아버지의 잘못까지 내가 뒤집어썼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1심 공판에서는 “조 원로목사가 논현동에 거주하던 시절 최 아무개씨를 통해 58억원의 비자금을 차명 관리한 의혹이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최씨는 조 원로목사의 비서실장인 최 아무개씨의 여동생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4월 말 서울고법 형사2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 조 전 회장 측 증인으로 채택됐다. 조 전 회장 변호인은 “최씨가 조 원로목사의 비자금을 관리했고, 최씨 명의로 (조 목사가) 아파트와 빌딩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인사들은 “조 전 회장 측의 강경 발언은 결국 아버지와 그만큼 거리를 두려는 전략적인 포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 원로목사는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내가 부덕한 소치이며 모두 내 책임”이라고 했다. 퇴정 후 조 목사는 눈물을 흘렸고, 교회 관계자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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