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將軍들의 전쟁] #29. “군 인사에 머리가 5개 있다” 장경욱 기무사령관, 김기춘에 보고
  • 김종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
  • 승인 2014.07.3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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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분한 김관진 장관, 장 사령관 등 기무사 서열 1~3위 한꺼번에 목 날려

국가정보원에서 고위 간부를 지낸 한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외교안보 분야 가정교사였다. 박근혜 의원을 옆에서 지켜본 이 인사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통해 박 의원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이명박(MB)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행태에 사뭇 비판적임을 알게 되었다. 2010년 5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민군합동조사단의 “북한 중어뢰에 의한 천안함 폭침” 발표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저런 발표를 어떻게 국민이 믿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 직후 필자를 만난 이 관계자는 “박 의원을 만나 이야기해보니 천안함 정부 발표를 믿지 않더라”는 뜻밖의 말을 전했다. 이 말에 필자도 크게 놀랐다.

박근혜정부에서 부활한 ‘노무현 사람들’

이상하게도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안보정책에 매우 비판적인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경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나가 보니 김태영 장관 후임의 국방부장관으로 부임할 의사를 묻는 사실상의 장관 후보자 면접이었다. 이때 김병관 전 부사령관은 “이 정부와 뜻이 맞지 않는다”며 고사했다. 이는 김 전 부사령관의 진심이었다. 아무래도 MB 정부에서는 국방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철학을 구현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2013년 4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에 참석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허태열 비서실장, 남재준 국정원장, 류길재 통일부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 김관진 국방부장관 (왼쪽 두 번째부터 시계 방향). ⓒ 연합뉴스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훗날 그가 박근혜정부의 첫 번째 국정원장이 된 이후에도, “인간성으로 따지자면 이명박보다 노무현이 훨씬 나은 사람”이라는 말로 측근을 놀라게 했다. 자신과 그토록 갈등을 겪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뜻밖에 호의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정통 군사 엘리트들은 군에 갔다 오지 않은 MB의 안보 리더십에 많은 의문을 가졌다. 그건 MB 정부 당시 군의 요직에 있는 장군들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발간된 월간 ‘신동아’에는 천안함 사건 전후에 당시 합참의 최고위층이 MB와 전화로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왜 자신이 당시 작전을 지휘하면서 대통령을 불신하게 되었는지를 상세히 폭로하는 증언이 나왔다.

이 밖에도 박근혜 후보 캠프 출신인 윤병세 현 외교부장관이나 류길재 현 통일부장관 등도 MB의 대북 정책인 ‘비핵 개방 3000’에 몹시 비판적인 인물들이었다. 굳이 이 두 장관의 성향을 따지자면, 이명박 정부보다 노무현 정부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일까.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팀은 ‘노무현 청산’이 아닌 ‘이명박 청산’이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노무현의 부활’이란 성격을 낳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남재준과 박흥렬, 국방부장관이던 김장수, 합참의장이던 김관진 등 노무현 정부 핵심 군 요직 인사들이 박근혜정부 첫 내각 안보 분야의 요직을 모두 휩쓸었다. 2013년 3월 청와대 첫 안보실장으로 부임한 김장수는 임명되자마자 장관 시절의 부관(육사 47기 출신)을 청와대 안보실의 중요 직위에 임명했다. 또한 육군참모차장 황인무 중장과 장혁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등도 김 실장의 비서 및 보좌관으로 근무했던 최측근이었다.

남재준 국정원장 역시 부임 직후 군 출신 등용과 관련해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MB 정부에서 임명돼 3개월째 일하고 있던 국정원장 국방보좌관인 아무개 준장을 군으로 돌려보내고, 남 원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총장을 지낼 때 수석 부관을 역임했고 이제는 군복을 벗을 처지인 ㄱ 대령을 대신 기용했다. 국정원의 파격적인 인사 교체에 대해 육군본부는 “인사 관행에 어긋난다”며 항의했으나, 국정원은 “당신들이 ㄱ 대령을 진급시키지 않으려면 더 이상 말하지 말라”며 일축했다. 이 파문이 잦아들 무렵 남 원장은 자신의 오랜 측근인 군 통신장교 출신 김규석 예비역 소장을 국정원 3차장에 기용하는 또 한 번의 파격에 이어, 국정원 내부 살림을 담당하는 총무국장과 특보를 과거 자신의 부하들로 채웠다.  

김관진 장관, 장경욱 사령관 보고서에 격분

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육사 출신 유력자들이 핵심 요직을 장악함에 따라 군 인사에 대한 일선 장교들의 인사에 관한 불안은 더욱 고조되었다. 이 여론을 최초로 포착한 당사자는 장경욱 기무사령관이었다. 남재준 원장의 지원을 받은 그가 기무사령관으로 발탁되면서, 야전 장교들의 여론을 수렴해 작성한 보고서가 청와대에 제출된 때는 군 정기인사를 앞둔 2013년 8월이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제출된 이 보고서에는 청와대 안보실장과 경호실장, 국정원장, 국방부장관, 육군총장 등을 지칭해 “군 인사를 관리하는 5개의 머리가 있다”는 야전 장교들의 여론이 가감 없이 기록돼 있었다. 장 기무사령관 측근의 증언에 따르면, 기무사는 “인사에 대한 야전 장교들의 불안 여론을 수렴한 후 이를 구체적으로 검증하여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보고서는 “박근혜정부의 첫 번째 군 인사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에서 있는 그대로 사실만을 적시하였다”는 주장이다. 이 보고서에는 김장수 안보실장은 과거 측근, 박흥렬 경호실장은 부산고 후배, 남재준 국정원장은 과거 육군본부 측근,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독일 육사 출신 후배를 각별히 챙긴다는 구체적 행태까지 적시되어 있었다.

소장 계급의 기무사령관이 그 직속상관이자 군 선배들을 비판적으로 기술한 보고서인 데다, 비판의 대상자인 장관과 안보실장을 경유하지 않고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직접 제출된 것은 나름대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라고 이해될 수도 있었다. 문제는 이 보고서를 받은 김기춘 실장이 김장수·박흥렬 실장에게 “참고하라”고 건네주면서 시작되었다. 보고서를 본 이들은 당연히 격분했다. 그 다음으로 보고서 내용을 전달받은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기무사령관이 남재준 국정원장과 연결돼 자신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여기고 더 격분했다. 보고서에는 김 장관이 독일 육사 출신 후배인 건설업자 ㄴ 예비역 중령과의 사적인 관계까지 거론하고 있었다. 김 장관은 야인 시절에 ㄴ 예비역 중령 후원으로 미국에 건너가 유력 정치인과 교분을 쌓으며 한·미동맹을 나름대로 관리해왔다. 김 장관이 국방부장관이 된 이후에 ㄴ 예비역 중령은 기무사 이전 공사, 연평도 진지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이것까지 기무사가 문제로 본 것이다.

2013년 10월28일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이재수 신임 기무사령관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방부장관과 기무사령관, 끊임없는 갈등

10월25일, 김관진 장관은 장경욱 기무사령관의 중장 진급을 탈락시키고, 기무사령관직에서 전격 경질했다. 더불어 기무사의 핵심인 국방부 기무부대장(100기무부대장), 기무사 2부장, 참모장 등 주요 보직자까지 모두 교체해버렸다. 기무사 서열 1·2·3위 모두 목이 날아간 것이다. 기무사 창설 이래 초유의 사건이었다. 그 다음 달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야당이 이를 문제 삼자 김 장관은 “장 전 사령관의 여러 가지 능력이나 자질 등이 기무사를 개혁하고 발전시킬 만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어 교체했다”며 장 전 사령관을 ‘무자격자’로 몰아붙였다. 이에 경질된 장 전 사령관이 그 다음 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인사 때 김 장관의 인사 절차와 방식에 대한 군 내부 불만과 비판 여론을 (청와대에) 여러 차례 보고했었다”며 자신에 대한 경질은 그로 인한 ‘보복성 인사’라고 받아쳤다. 더불어 “이런 식으로 교체하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인격 모독적”이라며 김 장관의 자질을 문제 삼는 발언을 했다.

두 사람의 논쟁에서 극명한 시각 차이가 드러났다. 김 장관은 기무사령관이 중요한 군 관련 보고를 장관인 자신을 경유하지 않고 청와대에 직보한 것은 ‘사실상의 항명’이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장 전 사령관은 “장관을 견제하는 것은 기무사령관의 임무”라며 장관을 경유하지 않고 국군통수권을 보좌하는 자리가 기무사령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실 이러한 두 주장은 매우 뿌리 깊은 논쟁의 한 갈래이다. 청와대에 직접 보고서를 제출하는 막강한 권한의 기무사령부지만 법적으로는 엄연히 장관의 지휘통제를 받는 국방부 직속 기관이다.

기무사가 장관의 지휘를 받는 법적인 지위와 청와대와 직거래하는 현실에서의 지위는 다르게 운영되어왔다는 점은 이 논란을 쉽사리 마무리할 수 없는 한국군의 독특하고 애매한 측면이었다. 이런 이중적인 지위로 인해 예전에도 기무사와 장관실이 종종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 조영길 국방부장관 시절인 노무현 정부에서의 송영근 기무사령관이 바로 그랬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기무사령관이 청와대에 직보한 사항이 있으면 청와대에서 돌아오는 길에 장관실에 들러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것”으로 조용히 절충된 바 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7개월 만에 이 문제가 원만하게 조정되지 못하고 ‘기무사 집단 학살’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극단적인 양상으로 흐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점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여기에는 고지식하고 직설적인 장경욱 전 사령관의 성격도 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그를 아는 많은 지인은 “그 친구는 정치 감각이라는 걸 따로 갖추려고 하지 않는 단순한 성격으로, 오직 임무 외에 다른 걸 고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정치 감각이 부족하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그게 6개월 만에 물러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될까. 그 속에는 “권력과 적당히 타협할 줄 아는 것”이 바로 그 ‘정치 감각’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경질된 이후에도 장 전 사령관은 이 점을 결코 인정하지 못했다.

기무사의 인사 참사를 보면서 군 관계자들이 제기한 또 하나의 의문은 장 전 사령관을 발탁하는 데 후원자였던 남재준 원장이 왜 이 사태에 개입해 장 전 사령관을 지켜주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미 진급 적기가 한참 경과된 자신의 측근인 국정원장 국방보좌관을 준장으로 진급시키기 위해 육군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전과’ 탓이다. 이 때문에 후배 군 장교들로부터 위신이 추락한 남 원장이 발언권을 행사하기엔 궁색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2013년 4월2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군 장성 보직 및 진급신고에서 장경욱 기무사령관의 삼정도에 수치를 달아주고 있다. ⓒ 뉴시스
박지만의 37기 동기생들의 ‘누나회’ 논란

그러나 정권 차원에서는 군사 권력의 또 다른 설계도가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육사 13기’의 ‘형님’(이상득)이 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육사 37기’의 ‘동생’(박지만)이 있다. MB는 이상득 전 의원의 육사 동기이자 과거 군 최대 사조직 ‘하나회’의 맏형으로 불린 이종구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국방부장관을 추전받았고, 그 결과 2008년 3월에 이 전 장관과 전의이씨(全義李氏) 종친인 이상희 전 합참의장이 장관으로 임용되었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다름 아닌 하나회를 만든 장본인이다. 게다가 박근혜정부 임기 중에는 동생 박지만씨의 육사 37기 동기들이 군 수뇌부로 진출하는 시대로서, 이 37기가 바로 하나회의 마지막 기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육사 37기는 하나회의 변종으로서 박지만씨를 매개로 한 집합이 성립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를 가리켜 일각에서는 ‘누나회’라고 이름 붙여 부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군 출신을 중용하는 이유가 북한 3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 중시 국정 기조 때문이라지만, 개발독재 시절을 주도한 군 출신의 애국심과 충성심, 높은 효율성과 조직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그 점에서 육사 37기는 차기 국방권력을 장악할 핵심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었는데, 이런 흐름은 장경욱 전 사령관 경질 이후 더욱 확연하게 드러났다.

후임 기무사령관으로 임명된 육사 37기 출신 이재수 중장은 군내에서 박지만씨와 가장 절친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한편 정기인사에서는 전인범 특전사령관, 신원식 합참 작전본부장, 조보근 국방 정보본부장과 함께, 2012년 10월 22사단 ‘노크 귀순’ 사건 당시 사단장이었던 엄기학 군단장 등 중장급 지휘관 중 8명이 육사 37기생으로 채워졌다. 통상 다른 기수가 5~6명 정도 중장으로 진급하는 관례에 비춰볼 때 두드러진 약진이라고 할 수 있다. 군 주변에서는 “지금의 분위기라면 올해 하반기에 대장 진급자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연재)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의 <將軍들의 전쟁>

#1. 군 검찰 압수수색에 육본 필사적 저항

#2. 남재준 “○○○ 진급시켜달라”, 김장수 “……”

#3. 연평도 포격 맞은 MB, 청와대 ‘면접’ 후 국방장관 낙점

#4. “이양호는 내 손도 제대로 못 잡았다”

#5. "권력 실세들과 나눈 편지 어디론가 사라져”

#6. 군인아파트에 ‘하나회 명단’ 괴문서 살포되다

#7. 한국군 장교, ‘북핵 폭격’ 하려던 미 장군에 저항하다

#8. DJ 밀사, 안기부장 찾아가 “천만명의 민란 일어난다” 경고

#9. 노태우, 이종구 육참총장에게 “개혁 의지 없으면 물러나라”

#10. “청와대 그 자리는 호남 장교 몫 당신은 국방부로 돌아가라”

#11. “전투 중에 막후교섭은 이적 행위… ” 

#12. 9·11 테러 터진 날 저녁 김동신 국방장관은 만취해 있었다

#13. 육사 38기의 반란, 남재준 총장에게 ‘인사 문제’ 편지 보내

#14. “참모는 대통령 뜻에 따르라” 노무현의 격노

#15. 자주파와 동맹파 암투 청와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어

#16. “우리 병사 한 명이라도 죽으면 감당 못할 사태 온다”

#17. 양주 두 상자 순식간에 바닥 미국 측, 돌고 도는 폭탄주에 녹다운

#18. “장군 진급 심사 다시 하라” 민정수석실 압력에 육군 발칵 뒤집혀

#19. “저놈들 다 끌어내라” 국정원 요원들 개처럼 끌려나가

#20. “최고 군사 지도자가 대통령에게 궁색한 편지나 써서야…”

#21. 류우익 실장, “국방장관에겐 알리지 마라” 각 군 총장 은밀히 호출

#22. ‘노무현 지우기’ 나선 MB, 청와대 지하 벙커 위기관리센터 해체

#23. 제2롯데월드 반대한 공군총장 옷 벗겨

#24. 대통령 보고 군사기밀 3일 만에 언론에 통째로 유출

#25. 함장이 폭발 충격으로 실신한 그 시간, 합참의장은 술취해 실신했다

#26. “항공모함 보내달랄 땐 언제고…” 게이츠 국방장관 격분

#27. “한국군이 어떻게 이라크군보다 못하단 말인가”

#28. “청와대 입김에 구애받지 않겠다” 육참총장, 설화로 옷 벗어

#29. “군 인사에 머리가 5개 있다” 장경욱 기무사령관, 김기춘에 보고

#30. 남재준과 김장수, 무인기와 함께 추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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