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먹거리로 글로벌 리더 된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07.3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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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KT·한화 신수종 사업에 사활 걸어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샘, 수익원을 확보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하지만 영원한 샘은 없다. 물이 빈약해지거나 마르기도 한다. GE 같은 세계적인 기업도 전구 제조업체에서 출발해 가전제품을 만들다가 지금은 헬스케어 의료기와 금융업, 발전 분야나 담수화 분야의 설비업체로 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창업한 지 100년이 넘는 두산그룹이 맥주·콜라·필름·햄버거·김치를 만들어 팔다가 2000년대 들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통해 플랜트·해양설비·굴삭기를 만드는 중공업 그룹으로 변신했다.

새로운 수익원의 발굴은 지금 잘나가는 기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10년마다 기업의 세계에선 상전벽해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955년 기준으로 당시 재계 1위 기업은 삼양사였다. 1965년에는 동명목재가 1위였다. 지금 삼양사의 존재감은 미미해졌고 동명목재는 사라졌다. 이는 국내 간판 기업인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 변천사를 봐도 확인된다.

ⓒ 일러스트 정찬동
■ 삼성의 글로벌 5대 신수종 사업

1950년대 삼성은 설탕과 밀가루를 다루던 CJ가 간판 기업이었다. 오늘의 한국 경제를 상징하는 삼성전자는 1969년 창립된 이후 1975년 재계 순위 27위로 올랐지만 고만고만한 국내 가전회사 중 하나였다. 삼성은 1990년대 초반까지 삼성물산·제일모직·제일제당 등이 주력이었다. 1985년 삼성물산이 기업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경공업과 가전제품 조립업이 주력인 시대의 정점이었다.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는 중공업·자동차·건설 등 ‘중후장대’한 산업이 절정기를 구가하면서 현대그룹이 1위로 올랐다가 2000년대 초반 IT 붐이 일면서 전자산업의 ‘쌀’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가 패권을 잡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0년대 이후 유독 신수종 사업 확보를 강조한 것도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삼성은 지난 60년 동안 옷감·밀가루·설탕에서 가전·보험업·반도체·스마트폰으로 주력 사업군이 바뀌어왔고 1960년대 이후 재계 1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2010년 3월 “삼성전자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으며, 앞으로 10년 이내에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대부분의 제품이 사라질 것이므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삼성의 미래 사업으로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발광다이오드(LED), 자동차용 전지, 태양전지를 지목했다. 삼성은 이 5개 사업군에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5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의 기존 사업군에 들어 있지 않은 바이오 제약 분야는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2011년 세계적인 바이오 제약 서비스업체인 퀸타일즈와 함께 바이오 의약품 생산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합작법인을 세웠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가 각각 40%를 출자했다. 삼성이 전자산업에 처음 진출할 때도 일본의 NEC나 산요전기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기술을 습득하고 경험을 축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인 ‘바이오젠 아이텍’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이 두 회사 설립을 통해 삼성은 바이오 제약 사업에 필요한 제품 개발, 임상, 인허가, 제조, 판매 역량을 단번에 갖추게 됐다. 현재는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6종에 대한 개발, 2종에 대한 임상시험(3상)이 진행되고 있다.

의료장비 산업에서는 GE·지멘스 등 기존 의료기기 제조업체에 삼성 경계령이 떨어진 상태다. 삼성이 기존에 갖추고 있는 반도체와 영상 기술에 인수·합병이 가미되면 기술 격차를 단숨에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의료기기 사업을 전담하는 HME 사업팀을 출범시켰다. 2011년 12월에는 이를 의료기기사업팀으로 확대 재편한 데 이어 2012년 12월에는 의료기기사업부로 격상시켰다. 아울러 2011년 초음파 검사 기기 제조업체 메디슨 인수, 2011년 심장 질환 진단 솔루션업체 넥서스 인수, 2012년 이동형 CT 장비 전문 업체 뉴료로지카 인수로 의료기기 제조 노하우를 축적했다. 덕분에 2010년 체외 진단기, 2012년 프리미엄 디지털 엑스레이 XGEO 출시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몇 년 안에 삼성 마크를 단 CT나 MRI가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LED 분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LED 조명 시장은 2015년까지 연평균 38% 성장이 예상되는데,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용 광원 시장에서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다. 급격하게 확대되는 LED 조명 시장에 빠르게 대응해 조명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신수종 사업인 스마트홈. ⓒ 삼성
사업 가시화가 가장 빠른 분야는 자동차용 전지다.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SDI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제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인 BMW·크라이슬러·마힌드라 등과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납품을 하고 있다. 삼성SDI는 태양전지 사업도 주관하고 있다. 삼성DSI는 박막계 태양전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 수준인 15.7%의 광효율 달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의 기존 사업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찾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스마트홈’ 사업이다.

스마트홈 분야는 요즘 가장 각광받고 있는 사물 인터넷(IoT)의 최전선이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칭하는 IoT 솔루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9000억 달러(약 2000조원)였으며, 2020년에는 7조1000억 달러(약 700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중 스마트 가전 기기와 관련된 IoT 시장 규모는 2014년 12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오븐·로봇청소기 등 가전제품과 조명 등 생활제품을 스마트폰과 스마트TV, 웨어러블 기기 등에 연결시켜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홈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과거 10여 년간 있었던 스마트홈 산업의 변화보다 앞으로 2~3년 안에 진행될 변화와 혁신이 더 빠를 것으로 보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홈의 손과 발이 되어줄 스마트폰·TV·냉장고 등에서 세계 1위를 점유하고 있는 만큼 ‘삼성 스마트홈’ 플랫폼을 세계에서 가장 큰 플랫폼으로 키울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활성화의 최우선 과제로 통신·가전·건설·에너지·보안 등 각 산업 분야 기업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개방형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거꾸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홈이 활성화되면 보안·에너지·건강·친환경·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삼성이 수많은 사업 기회를 갖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삼성의 새로운 방향 설정과 신사업 개척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게 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근간인 전자·소재·건설·화학에 이어 삼성의 내일을 책임질 5대 신수종 사업의 책임도 맡게 됐다. 이 부회장으로선 피해갈 수 없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를 맡은 셈이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 수 있는 그린 폴(Green Pol) 을 연구하고 있다. ⓒ SKKT 황창규 회장이 융합형 기가(GiGA)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 KT한화큐셀이 세운 하와이 칼렐루아 재생에너지파크 5MW 발전소. ⓒ 한화
■ SK그룹, 기술 개발로 수출 기업 변신

통신과 에너지를 주력으로 하는 SK그룹은 신수종 개발에 가장 열심이다. 이런 노력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2011년 겨울에 인수한 반도체업체 하이닉스가 최근 SK그룹의 효자로 거듭나고 있는 것. 

지난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SK그룹의 시가총액은 주요 그룹 중 가장 많은 11조원 이상 늘어났다. 이 중 SK하이닉스의 몫이 10조원 이상이다. SK그룹의 지난 1분기 전체 이익 규모는 1조9000억원. 이 중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1조772억원에 달한다. 한마디로 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부진불생(不進不生·나가지 못하면 살지 못한다)’을 기치로 내걸고 중국 시장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해왔다. SK의 주력인 에너지·통신 사업이 국내에서 성장 체감기에 들어가 해외 진출과 신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통신과 에너지 사업이 대다수 국가의 인허가 사업이라는 점에서 이른 시간에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난점이 있었다. 그런 갈증을 SK하이닉스가 한 방에 해소한 것이다.

물론 SK의 기존 사업군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게 있다. 특히 기술 개발을 통해 에너지 수입 기업에서 수출 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SK그룹 상장 계열사의 2013년 수출액은 76조7322억원으로 1953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수출이 내수(71조1732억원)를 넘어섰다. 이는 기술력 덕분이다.

SK에너지는 2011년 원유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유수 분리 기술을 개발했다. 고염분 원유는 정제가 어려워 일반 원유보다 싸게 거래된다. SK에너지는 중동산 원유보다 싼 러시아산 고염분 원유를 대량으로 수입해 운송비를 절약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높였다. SK루브리컨츠도 2011년 3월 세계 최초로 초고점도 윤활기유 제조 공정 기술을 개발해 세계 23개국에서 특허를 취득해 전 세계에 프리미엄 윤활유 제품을 수출하는 등 원유를 수입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되파는 수출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힘을 보탰다.

또한 SK는 ‘녹색 기술 7대 중점 R&D(연구·개발) 및 사업화 과제’를 통해 환경을 지키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7대 과제는 무공해 석탄 에너지, 해양 바이오 에너지,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 도시’ 등이다. 이는 에너지·플랜트·통신 등 기존 사업군과 연결돼 있다

이 중 이산화탄소 자원화와 무공해 석탄 에너지는 상업화를 앞두고 있고, 그린카의 핵심 소재인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리튬이온 분리막을 비롯한 정보전자 소재 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특히 리튬이온 분리막을 중심으로 한 정보전자 소재의 누적 매출이 6000억원을 넘어섰다.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한 SK텔레콤도 최근 보안업체나 IT 제품 제조업체인 아이리버·헬스케어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면서 미래 수익원 발굴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SK는 신수종 사업 발굴과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R&D 투자 예산을 2012년 6600억원에서 2013년 7000억원, 올해는 7500억원으로 늘렸다.

■ KT의 5대 미래 융합 서비스  

통신 강자인 KT는 공격적으로 신수종 사업 개발에 나서고 있다. KT는 지난 5월 KT그룹의 핵심 역량인 네트워크 인프라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2017년 기준 약 119조원의 시장 규모가 예상되는 스마트 에너지, 통합 보안, 차세대 미디어, 헬스케어, 지능형 교통관제 등 5대 미래 융합 서비스를 선정했다.

특히 스마트 에너지 분야에서 그간의 노하우를 집중해 전기차 충전, 폐열재 활용,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EMS(에너지 관리 시스템), 지능형 전력 수요 관리 등 4개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에너지 관련 사업도 KT의 기존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KT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스마트 그리드 실증 및 ESS 보급 사업을 통해 ESS-EMS 통합 운영 기술과 실증 경험을 확보했다. 2014년에는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한 수요 예측 기술을 기반으로 ESS 최적 제어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지능형 전력 수요 관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2012년부터 전력 수요 관리 사업에 참여해 이마트·메가마트 등 230개 사이트에서 33MW의 수요 감축이 가능한 설비를 확보했다.

지난 4월에는 전기사업법 개정에 따라 11월부터 상시 개설될 ‘네가와트 발전 시장’에 대비해 전력 수요 관리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전에는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만 전력 공급이 가능해 전력 위기 시 전기요금을 초과하는 고비용의 발전기까지 생산에 동원됐다. 하지만 네가와트 도입으로 전력 수요 감축 설비를 가진 기업이 전력 사용량을 줄인 만큼 감축 정산금을 지급해 좀 더 효과적으로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게 된다. KT 미래융합전략실 윤경림 전무는 “KT는 스마트 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실험과 성과를 통해 많은 역량을 확보했다. KT가 보유한 다양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솔루션 개발로 에너지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 한화그룹, 세계 태양광 시장 독식 야심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이 요즘 시장에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한화그룹이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과감한 투자를 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 확대가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일부 기업은 철수하는 등 지난 몇 년간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화의 태양광 사업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화는 2012년 10월 태양광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큐셀을 인수했다. 당시 큐셀은 유럽발 금융 위기와 태양광 시장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신청을 냈다. 한화큐셀로 다시 태어난 큐셀은 2013년 9월 흑자로 전환하면서 부활했다.

한화는 지난 몇 년간의 태양광 시장 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양광 사업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그 결과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잉곳·웨이퍼(한화솔라원)-셀(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모듈(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발전 시스템(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에 이르는 태양광 분야에서 전 세계 유일의 수직 계열화 기업군을 거느리게 됐다. 

한화는 유럽과 일본에서 모듈 판매 및 루프탑 분야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터키·칠레 등 신흥 국가의 태양광발전 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화큐셀은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의 셀 생산 라인 증설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독일의 기존 생산 라인을 포함해 셀 생산 능력이 1.3기가와트로 커졌다.

한화는 멕시코·독일·영국·프랑스·미국·일본·중국 등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태양광발전 사업에 나서고 있다. 침체기를 이겨내고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한화가 바닥을 치고 상승 중인 태양광발전 시장의 최종 승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화학과 금융이 주력이던 한화에 뿌리를 내린 태양광이라는 신수종이 얼마나 더 크게 자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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