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구 ‘마지막 티켓’ 주인공은?
  • 김경윤│스포츠서울 기자 ()
  • 승인 2014.07.3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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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위, 넥센·NC 2위 다툼…롯데·KIA·두산·LG 4위 각축

프로야구 9개 구단은 팀당 77~83경기를 치르고 전반기를 끝냈다. 각 팀은 후반기 출발선부터 전력을 총동원해 매 경기 혈투를 펼치고 있다. NC 김경문 감독이 “각 팀이 이판사판으로 모든 전력을 쥐어짜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후반기 순위 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프로야구 순위표의 흐름은 명확하다. 삼성 독주 속에 넥센과 NC가 2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롯데·두산·KIA·LG는 4강 티켓 한 자리를 두고 매 경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위권 싸움도 치열하다. 만년 꼴찌 팀이던 한화가 상승세를 타며 8위 SK를 무섭게 뒤쫓고 있다.

넥센·NC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 잡아라”

삼성은 전반기 내내 1위를 독주하다 최형우·채태인의 부상과 마무리 임창용의 부진이 겹치며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4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휴식기 동안 분위기 쇄신에 성공했고 부상 선수도 하나 둘씩 복귀하고 있다. 전반기 막판 2군으로 내려갔던 임창용도 체력을 비축해 후반기 첫 경기부터 세이브를 올렸다. 삼성이 1위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데 이견을 보이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그만큼 삼성의 전력은 안정돼 있고 분위기도 좋다. 이변이 없는 한 삼성은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여!” 5월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경기 6회초 무사 1루, 롯데 전준우의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자 두산 포수 양의지가 입으로 불어주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는 2위 자리다. 지난해 팀 창단 이후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넥센이 타선의 힘과 불펜의 끈끈함으로 강력한 2위 후보로 떠올랐다. 넥센은 밴 헤켄, 헨리 소사로 이뤄진 원투 펀치가 막강하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경험, 두터운 백업층이 최대 장점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후반기 승부처를 위해 전반기 동안 선수 훈련량과 출전 시간을 배분하며 체력 안배에 나섰다. 전반기에 쌓아뒀던 체력은 순위 싸움 막판에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약점은 원투 펀치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 자원이다. 상대적으로 선발진이 약해 동력이 떨어져 보인다.

넥센의 대항마 NC의 2위 수성 의지도 강력하다. NC는 찰리 쉬렉, 에릭 해커, 태드 웨버 등 외국인 투수 3인방에 이재학 등 젊은 선발 투수가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받치고 있다. 손정욱, 원종현, 이민호, 손민한 등이 버티는 불펜 전력도 탄탄하다. 신인왕 등극이 유력한 리드오프 박민우와 국가대표급 2번 타자 이종욱, 나성범-에릭 테임즈-이호준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도 9개 구단 중 최상위권으로 평가된다. 다만 불펜과 타선은 기복이 심한 데다 정규 시즌 막판 순위 싸움을 펼친 경험이 적다는 것이 취약점이다.

프로야구 후반기 관전 포인트의 백미는 가을 야구의 마지노선인 4위 경쟁이다. 7월24일 현재 롯데가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KIA·두산·LG 등 4개 팀이 4위 자리에 목을 매고 있다.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4개 팀 중 가장 높다. 유먼·옥스프링·장원준·송승준 등 4명의 선발투수가 제 몫을 해주고 있고, 5선발 자리도 홍성민이 잘 메워주고 있다. 강영식·김승회·이명우·김성배 등 가용할 수 있는 불펜 자원도 풍부하다. 하지만 시즌 초반 불을 뿜던 화력이 주춤하고 있다. 특히 중심을 맡고 있는 루이스 히메네스의 하향세가 완연하다. 항간엔 히메네스 퇴출설까지 나돌고 있다. 다른 팀과 외국인 타자 맞트레이드 가능성도 없진 않다.

KIA는 시즌 초반 모래알 같던 조직력이 탄탄해졌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송은범의 복귀와 최영필을 필두로 한 선발과 불펜의 안정화도 눈에 띄고 있다. 외국인 타자 브렛 필도 후반기 첫 경기부터 성공적으로 귀환했다. 다만 마무리 투수 어센시오가 불안 요소다. KIA는 7월24일 외국인 투수 데니스 홀튼을 방출했다.

두산은 변수가 많다. 새 외국인 투수가 합류하면 숨 막혔던 선발진의 과부하도 어느 정도 풀릴 전망이다.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전반기 막판 10경기 출전 금지를 당했던 마무리 이용찬도 돌아왔다. 타선은 강하다. 민병헌·오재원의 테이블세터와 호르헤 칸투·김현수·홍성흔이 이끄는 중심 타선도 강하다. 포스트시즌 단골 손님으로서 후반기 순위 싸움 경험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LG는 현재 전력을 놓고 보면 4개 팀 중 가장 안정돼 있다. 보통 승차 3게임을 줄이기 위해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벌어진 승차가 부담스럽지만 시간과 기회는 충분하다. 기적 같은 상승세를 탈 경우 4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상승세 타는 한화, 꼴찌 탈출할까

상위권 순위 다툼만큼 최하위 싸움도 흥미롭다. 한화는 상승세가 뚜렷하다. 한화는 7월2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2011년 9월6일 이후 근 3년 만에 4연승을 기록했다. 지난 7월10일 청주 넥센전부터 22일까지 7경기에서 6승 1패의 좋은 분위기 속에 후반기를 시작했다. 7월24일 현재 멀리 보이던 SK의 꼬리가 2.5경기 차이로 좁혀졌다. 한화는 전반기에 선수들의 의욕이 꺾여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최하위로 밀려났지만 올스타 브레이크를 기점으로 승리를 향한 집념이 강해졌다.

반면 SK는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의 공개 항명 파동을 겪는 등 코칭스태프와 선수 간의 소통에 문제를 드러냈다. 끈끈하던 조직력도 와해됐다. SK는 전반기에만 팀 실책 75개를 기록해 9개 구단 중 이 부문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SK는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졌고 전의도 상실됐다. 예전 최강 SK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선발진도 불안하고 로스 울프의 마무리 보직 이동도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유일하게 기댈 구석은 FA(자유계약선수) 대상 선수의 개인 목표 달성 의지다.

후반기 프로야구 지형엔 많은 변화가 생긴다. 일단 9월 중순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출전으로 인해 휴식기가 한 차례 더 기다리고 있다. 각 구단 코칭스태프는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중심으로 선수의 체력 안배와 페이스 조절에 사활을 걸 가능성이 크다. 감독의 지휘 능력이 아시안게임을 전후한 선수단 경기력에 투영될 가능성이 크다.

심판합의제(비디오 판독)도 중요한 이슈다. 프로야구는 올 시즌 후반기부터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고 있다. 단 한 번의 심판 판정이 경기 상황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각 구단 감독이 새 제도를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해진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정규 시즌 마지막 1경기 결과로 포스트시즌 대진표가 좌우됐다. 지난해와 같은 사례가 올 시즌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단 1경기가 순위 싸움의 척도가 될 수 있는 살얼음판 환경에서 각 구단 감독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올 시즌 넥센 박병호의 홈런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2012년과 2013년에 2년 연속 30홈런 고지를 달성한 박병호는 올 시즌 전반기에만 30개 홈런을 기록하며 역대 4번째로 3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했다. 이제 박병호의 눈은 데뷔 후 첫 40홈런을 넘어 삼성 이승엽의 56홈런 대기록에 맞춰져 있다. 박병호는 50홈런을 넘어 이승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50홈런 고지는 단 2명의 선수가 총 3번 달성했다. 1999년 이승엽이 54개의 홈런을 쏘아 올려 처음으로 50홈런 고지를 밟았고, 2003년엔 이승엽이 56개, 현대 심정수가 53개의 홈런을 쳤다. 이승엽은 56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2003년 4~6월 전반기 3개월 동안 35홈런포를 가동했다. 5월과 6월에 각각 15개, 14개 홈런을 몰아쳤다. 후반기에 들어서는 상승세가 살짝 무뎌졌다. 7~9월에 20개 홈런을 쳤고 10월에 1개를 더 추가해 당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사실 프로야구에서 40홈런의 주인공도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2010년 롯데 이대호(현 소프트뱅크)가 44개를 친 것이 가장 최근의 기록이다. 박병호는 장종훈(현 한화 코치)-이승엽-이대호를 잇는 현존 최고의 홈런 타자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보자. 현재 박병호의 소속팀 넥센은 총 82경기를 소화했다. 넥센의 후반기 남은 경기는 46경기다. 박병호는 경기당 약 0.37개의 홈런을 치고 있다. 남은 경기에서 약 17개의 홈런을 추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계산대로라면 올 시즌 박병호가 칠 수 있는 홈런 개수는 47개다. 50홈런에 3개가 모자란다.

박병호의 홈런 기록은 단순한 셈법으로만 계산할 수는 없다. 현재 페이스와 컨디션을 복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박병호는 홈런왕을 차지했던 최근 2년간 후반기에 매우 강한 모습을 보였다. 37홈런을 기록한 지난해엔 9월에만 11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약 30%의 홈런을 9월 한 달간 기록한 것이다. 31홈런을 기록했던 2012년에도 9월에 7개를 쳤다. 3월부터 10월까지 월별 성적 중 가장 좋다. 후반기에 고전했던 이승엽의 홈런 페이스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병호가 예년처럼 막판 스퍼트를 펼친다면 50홈런을 넘어 신기록 작성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박병호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휴식기 직전 13경기에서 타율 0.150에 그쳤다. 3할을 웃돌던 타율도 2할대로 떨어졌다. 이 기간 동안 박병호가 친 홈런은 단 1개뿐이다.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5월에만 14개 홈런을 몰아쳤는데, 이때 주변의 기대가 치솟았다. 부담감을 짊어진 채 자신과의 싸움을 펼쳐야 했다. 최근 그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 주변의 기대가 너무 크더라”고 말했다.

결국 넥센은 극약 처방을 내렸다. 박병호를 7월11일과 12일, 선발 출전 명단에서 제외했다. 충분한 휴식을 줘서 정상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서라는 넥센 염경엽 감독의 배려였다.

ⓒ 연합뉴스
박병호는 바닥을 치고 다시 일어났다. 부활의 증거는 7월18일 광주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나타났다. 그는 홈런포 2개를 가동하며 최우수선수상(MVP)을 거머쥐었다. 그는 “그동안 부진이 심했다. 전반기 막판 타격 감각이 떨어졌는데, 올스타전 홈런 2개로 자신감을 가진 상태에서 후반기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자신에게 집중된 관심을 애써 분산시키려 했다. 그는 “현재 타격 페이스가 꺾였다. 앞으로 10개 홈런을 더 기록해 40홈런을 우선적으로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기대치를 최소화한 후 부담 없이 홈런을 날리겠다는 생각이다. 넥센은 7월25일 문학 SK전을 시작으로 후반기 레이스에 돌입했다. 박병호의 도전도 동시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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