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러 다니는 사람 부쩍 늘었다
  • 김관웅│파이낸셜뉴스 기자 ()
  • 승인 2014.08.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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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전국 주택 매매량 전년 동기 대비 94% ↗…경매 시장도 후끈

7월 수도권 경매 낙찰가율 5년 만에 최고치 경신, 서울 강남권 아파트 매매가격 한 달 새 0.5% 급등….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7월24일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안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달라진 수도권 주택 시장의 모습이다. 최 부총리는 당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비롯해 디딤돌대출을 1주택자에게도 허용하는 등 주택 시장에 유동성을 대거 공급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8월 초에는 한국은행과 공조해 기준금리를 0.25% 내렸다. 그 밖에도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를 비롯해 각종 부동산 법안을 정치권과 협의해 조속히 처리하겠다고도 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최경환이라는 정권 실세가 경제부총리로 온 데 대한 기대감도 컸지만 사실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시장의 의중을 읽어가는 모습에 깜짝 놀란 것이다. “수년간 꿈쩍도 않던 서울 강남권 주택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사실 주택담보대출을 늘려준다고 해서 투자에 나서는 게 아니에요. 강남권 집을 살 만한 사람들은 대출 없이도 살 수 있거든요. 정부의 주택 경기 부양 의지에 대해 확신을 하게 된 거죠.”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자 말이다.

8월7일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광고가 붙어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실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는 한 달 새 호가가 5000만원 이상 오른 곳이 수두룩하다. 요즘 중개업소에서 집주인에게 매도 의향을 물어보면 “지금부터 오를 건데 왜 파느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직은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최 부총리 취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부동산알리지 자료를 보더라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8월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5%로 3주 연속 상승했다. 불과 6월16일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행진을 보였지만 최경환 부총리가 지명되고 하반기 정책 방향을 내놓은 직후인 8월4일부터 변동률이 상승 반전했다. 한 달 새 오름 폭이 0.08%나 된다. 특히 강남구는 0.47%, 서초구는 0.50% 넘게 올랐다.

 수도권 유망 단지 1순위 아니면 기회도 없어

실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지난 6월 8억1000만원 선에 거래됐지만, 7월에는 6000만원 이상 올라 8억725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또 개포동 주공7단지 전용면적 60㎡는 지난 6월 6억2000만원에서 7월 말에는 6억5000만원으로 3000만원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개포주공 4단지 인근 H공인 관계자는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에 금리 인하까지 정부의 강력한 시장 회복 의지로 인해 매수자들이 더 이상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매수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DTI 완화 전후로 추격 매수세가 붙어 2000만~3000만원 올랐다”고 전했다.

주택 거래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7만6850건으로 전년 동기 3만9608건에 비해 94.0%나 증가했다. 특히 매매가가 높은 서울 강남 3구에선 전년 동기에 비해 3배 이상(204.6%) 늘어났다. 새 경제팀의 부동산 금융 규제 완화에 따라 매수 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거래가 증가했다고 국토부는 분석했다.

신규 분양 시장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위례신도시를 비롯한 유망 지역에서는 청약 경쟁률이 1순위에서 수십 대 1까지 치솟고 있다. 8월 중순께 위례신도시 A2-8블록에서 분양된 위례신도시 호반베르디움은 1순위 청약에서 5.41 대 1로 모두 마감했으며 며칠 앞서 A3-6b블록에서 분양된 신안인스빌 아스트로는 607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1만2134명이 접수해 평균 19.6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방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흥건설이 분양하는 광주 북구 쌍암동 ‘첨단지구 중흥 S클래스 리버시티’에는 308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만 9838명이 몰리며 31.9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 유망 단지를 제외하고는 3순위까지 가야 겨우 순위 내 마감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웬만하면 1순위에서 모두 마감돼 2순위자나 3순위자는 기회조차 못 얻고 있다.

이 때문에 한동안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던 곳이 웃음을 되찾고 있다. 대우건설이 올 초 미사강변도시에서 분양한 미사강변푸르지오는 미계약 물량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최근 한두 달 동안 거의 다 팔았다. 또 삼성물산이 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에서 분양했던 래미안강동팰리스도 최근 들어 잔여 물량이 모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악성 미분양으로 할인 분양을 하던 김포한강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 일부 단지에서는 최근 견본주택을 철거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 미사강변도시에서 미사강변푸르지오를 분양 중인 한 관계자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면서 엄청나게 북적대고 있다”며 “위례 등에서 청약 바람이 불면서 주변 지역으로 밀려오는 사람이 많아 계약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후 강북권도 본격 움직일 것”

주택 시장에 선행하는 경매 시장은 ‘최경환 파워’를 더욱 실감하고 있다. 하유정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여름 비수기인데도 낙찰가율이 85.7%를 넘어섰다”며 “이는 한때 주택 경기가 반짝 회복세를 탔던 200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84.1%에 그쳤지만 7월에 85.2%로 올라선 후 8월20일 기준 86.9%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 최고치다.

경매 참여자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에서 경매 응찰자 수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6.4명에 불과했지만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한 7월에는 7.5명까지 늘어난 데 이어 8월 현재는 8.1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 선임연구원은 “주택 구입을 미뤄왔던 사람들이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보며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급매물을 기다리기보다 차라리 경매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도 오르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상승세로 이어질지는 속단하기 이르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용 등 부동산 관련 추가 규제 완화 법안이 대부분 국회를 통과해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흐름은 극심한 침체에 시달리던 과거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현재 강남 재건축 위주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추석 연휴가 지나고 전셋값 상승세가 뚜렷해지면 강북권 등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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