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한 수 아래, 하지만 공은 둥글다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4.08.28 14: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AG 야구, 일본·타이완 ‘타도 한국’ 별러

인천아시안게임(AG)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9월19일부터 10월4일까지 열리는 인천AG는 12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종합국제대회인 만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구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1998년 방콕AG부터 프로 선수가 출전한 야구는 한국 스포츠팬들이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종목으로, 지금껏 3개의 금메달을 땄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2010년 광저우AG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노리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종목인 만큼 야구 대표팀이 느끼는 부담감도 상당하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나 올림픽은 강팀들이 많이 출전해 ‘져도 그만’이란 생각으로 덤빌 수 있는데, 아시안게임은 모두 우리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팀이라 ‘지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크다”며 “선수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11월19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 구장에서 열린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야구 결승 타이완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팀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류 감독은 2010년 광저우AG 때 대표팀 코치로 출전한 바 있다. 당시 삼성 코치였던 류 감독은 조범현 감독의 요청을 받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래선지 누구보다 AG 금메달 부담감을 잘 알고 있다. 류 감독은 “변수가 많은 게 야구라지만 일본이나 타이완에 질 것 같진 않다. 우리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으로 뛰기만 한다면 금메달 획득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광저우의 낙관론이냐, 도하의 비관론이냐

늘 한국이 손쉽게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아니다. ‘도하 참사’로 불리는 2006년 도하AG에선 ‘충격의 동메달’에 그쳤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 타이완을 가볍게 여겼지만 투수진이 무너지며 불의의 2연패를 당했다. 인천AG를 앞두고 낙관론과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도 광저우의 좋은 기억과 도하의 악몽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천AG는 낙관론과 신중론 가운데 어느 쪽이 우세할까. 메달 경쟁국인 일본과 타이완 야구팀 전력을 분석하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먼저 일본이다. 전통적으로 일본 프로 선수들은 AG에 출전하지 않는다. AG에 야구 종목이 포함돼 있는지도 모르는 프로 선수가 태반이다. 그런 까닭에 주요 참가자는 사회인 야구, 한국으로 치면 실업야구 선수들이다.

인천AG에도 일본은 전원 사회인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일본 AG 대표팀 관계자는 “사회인 야구 올스타를 선발해 전력은 나름 괜찮다고 자부한다”며 “중심 타선과 선발투수는 광저우AG 때보다 낫다”고 귀띔했다. 4년 전 광저우AG 준결승에서 일본은 타이완에 3-4로 패했다. 태국·파키스탄 등 약팀엔 ‘안타 폭탄’을 터뜨렸으나 그보다 수준 높은 타이완엔 별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장타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다. 몇몇 타자가 부상으로 빠진 게 타선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번 일본 대표팀엔 각 팀에서 활약하는 사회인 주포들이 대거 포함돼 중량감이 커졌다는 전언이다. 일본 대표팀 관계자는 “마쓰모토 아키라(JR 동일본)와 이시카와 하야오(JX-ENEOS)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며 “한국 투수들의 구위가 좋지만 6회까지 타이트한 승부가 이어지면 7회 이후 타선에서 한 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쓰모토는 2011년 가장 큰 사회인 야구대회인 도시대항전에서 두각을 나타낸 오른손 거포로, 좌투수에게 강한 타자로 알려졌다. 이시카와는 지난해 도시대항전에서 홈런 3개를 터뜨리며 신인왕에 오른 신예로, 일본 프로팀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좌타자다. 그러나 두 타자를 제외한 타자 대다수는 일본 프로 2군 선수보다 기량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는다.

일본은 내심 투수 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좌완 가토 다카유키(신일본제철)와 우완 세키야 료타(JR 동일본)가 그 중심에 있다. 23세의 가토는 스리쿼터 투구 폼으로 시속 140㎞ 초반대의 속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잘 던지는 투수다. 왼팔이 최대한 숨겨져 있다가 갑자기 나오는 스타일이라 타자들이 타격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세키야는 시속 140㎞ 중·후반대의 속구와 싱커, 투심을 잘 던지는 투수로 사회인 야구에 입문하고선 체인지업까지 장착했다. 일본 야구계는 세키야에 대해 “완투 능력까지 갖춘 투수다. 프로 스카우트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라도 인천AG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일본 야구계는 “만약 한국과 결승에서 맞붙게 된다면 세키야보다는 가토 투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객관적인 전력은 분명 한국보다 일본이 아래다. 그러나 일본 대표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인천AG에 대비해 합숙훈련을 해왔고 이미 5, 6월 한국에 두 차례나 전력분석원을 파견해 주요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했다”며 “선수들 간 호흡과 상대 분석에선 한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배신이야, 배신.” 타이완이 인천AG 참가 대표팀 멤버를 발표하자 한국 대표팀에선 연방 ‘배신’이란 말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게 애초 타이완은 “대학·실업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인천AG를 앞두고 타이완이 갑자기 미국과 일본에서 뛰는 해외파 선수 13명이 포함된 베스트 멤버를 발표하며 이전의 언급이 연막이었음을 드러냈다. 해외파 가운데는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뛰는 메이저리거 투수 왕웨이청이 눈에 띈다. 왕웨이청은 타이완 야구계가 ‘제2의 첸웨인’이 되길 바라는 좌완으로 올 시즌 빅리그에 승격해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다.

타이완 연막작전에 속은 한국 야구계

타이완의 강점은 역시 막강한 투수진이다. 메이저리거 왕웨이청을 제외하고도 장샤오 칭(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에릭 첸(요코하마 DeNA), 정런허·왕야오린(시카고 컵스), 후즈웨이·뤄궈화(미네소타 트윈스) 등 해외 리그에서 활약 중인 7명의 투수를 한꺼번에 불렀다. 아직 마이너리거이기에 한국 투수진보다는 제구에서 뒤지지만 시쳇말로 ‘긁히는 날’엔 메이저리거가 두렵지 않은 신예 투수가 태반이다.

타선도 해외파 투입으로 한결 강해진 인상이다. 타이완은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주리런(클리블랜드 인디언스)과 장진더(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포수 3명을 선발했다. 내야수에선 2명, 외야수에선 4명의 해외파 선수를 차출했다.

타이완 야구 칼럼니스트 왕위첸은 “마이너리그에서 활동 중인 타자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건 과거 자국 프로 선수로 구성된 타이완 대표팀보다는 젊은 마이너리거가 총동원된 지금 대표팀의 무게감이 크다는 사실”이라며 “흠이 있다면 해외파 타자 대다수가 변화구에 취약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대학·실업 선수들이 대표팀에 선발될 것으로 알고 김정준 대표팀 전력분석원을 아마추어 대회가 열리는 네덜란드로 보냈다. 그 바람에 타이완 마이너리거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빈약한 상태다.

인천AG 야구 금메달은 일본 및 타이완과의 경기 결과에 달려 있다. 경험과 전력에선 한국이 확실한 우위다. 병역 면제라는 목표의식 역시 명확하다. 그러나 패기와 도전의식은 일본과 타이완 선수가 앞설지 모른다는 평이 많다. 특히 양국 선수는 ‘강호’ 한국과 대결하기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덜한 편이다.

류 감독의 말처럼 한국 선수가 ‘제 실력만 무리 없이 보여준다면’ 대회 2연패는 떼논 당상일 수 있다. 그러나 류 감독은 지난해 타이완에서 열린 제3회 WBC 예선 때도 같은 말을 했었다. 결과는 예선 탈락이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