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협의회 추진위 “유해성 인정하나 화장품법 따라 사용”
  • 조현주·노진섭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4.09.0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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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식약처, 물티슈 유해물질 공동 실태점검 나서…
식약처 “당장 안전하다 밝히기 어렵다”

시사저널이 지난 8월30일 인터넷판에 ‘치명적 독성물질 든 아기 물티슈 팔리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한 이후 물티슈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본지는 영유아용 ‘아기 물티슈’에 방부제 성분으로 쓰이고 있는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지목된 화학물질 4종(PHG, PHMG, CMIT, MIT)을 대체하는 방부제로 지난해 8월부터 쓰이기 시작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독성 정보 제공 시스템’에 등록된 유해 화학물질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시중에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가 들어간 아기 물티슈 40여개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다.

본지 보도 이후 해당 물티슈 업체들은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는 화장품 원료로 등재된 안전한 성분”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업체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비자가 구매한 제품에 대한 환불을 요구하거나 항의 소동을 벌이는 등 사태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9월2일 오후 식약처와 함께 공동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물티슈에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가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는 소독용으로 개발

일부 업체와 언론은 9월2일 산업통산자원부가 발표한 식약처와의 실태조사 방침 자료에 담긴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는 화장품에 살균·보존제로 사용가능한 물질이며 그 사용량을 0.1%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는 내용을 인용해 마치 식약처가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를 아기 물티슈에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공식 발표를 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진이 9월3일 식약처에 “화장품이 아닌 아기 물티슈에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를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보는가”라고 질의하자, 식약처 관계자는 “곧 실태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안전성, 임상실험 조사 결과가 없기 때문에 당장 안전하다고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화학 전문가에 따르면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는 1970년대 개발된 소독약 성분으로 박테리아 번식을 억제하는 성분이어서 상처 소독에 소량 사용해 왔다. 그동안 아기 물티슈에 사용된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국내 물티슈 업체들이 화장품법에 따라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 0.1% 이하는 화장품 방부제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이 성분을 쓰기 시작했다.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는 먹었을 때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식약처 독성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실험용 쥐가 몸무게 1kg당 420mg을 먹었을 때 폐와 같은 호흡기계에 이상이 생긴다. 몸무게 10kg인 아이가 한번에 4.2g을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는 셈이다. 또 미국국립보건원(NIH)의 독성학 정보(toxnet) 등에도 이 성분은 세정용이어서 사람이 흡입하지 말아야 하는 물질로 정의돼 있다.

이런 성분을 어린 아이가 사용하는 물티슈에 사용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가 아이의 입․손․발 등을 닦아주고 용변을 보면 엉덩이를 씻어내는 용도로 아기 물티슈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그 성분이 체내에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소독제 성분의 유해성 여부를 밝히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는 피부 상처나 입, 눈을 통해 몸으로 흡수되면 안 되는 물질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물티슈를 하루에 여러 차례 사용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히 아이들 입․눈․엉덩이 등을 닦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를 입에 넣을 수 있는 제품에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국내에 전혀 없다는 점이다. 국내 유명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약 성분을 사용할 때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근거가 없으면 유보하는 게 원칙”이라며 “특정 성분을 다른 약에 썼다고 해서 이 약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인정하는 화장품 성분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도 없다. 국가에 따라 화장품 성분에 대한 용도 제한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가령 국내외 화장품에 들어가는 방부제 성분으로 흔히 쓰였던 클림바졸(Climbazole)은 미국의 환경 연구 비영리단체인 EWG의 스킨딥 등급(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의 유해성을 나타내는 등급으로 0~2등급은 안전, 3~6등급은 보통, 7~10등급은 위험성분으로 분류)에서 0등급으로 자극도나 위험도가 다른 성분에 비해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를 화장품 원료로 사용해선 안 되는 물질로 제한을 두고 있어서 국내 업체들도 사용을 꺼려하고 있다. 즉 지금 당장은 화장품 성분으로 등록된 성분이라 하더라도 이 성분으로 인한 피해 입증 자료가 축적되면 언제든지 사용 제한 성분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물티슈 업계 “극소량만 사용 인체에 안전”

물티슈 업계에서는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 측에서는 “화장품법의 기준치보다 훨씬 극소량만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체에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업계 1위업체인 (주)몽드드 등 25여개 물티슈업체를 중심으로 설립 중인 물티슈협의회(가칭)의 지희열 설립위원장((주)OTK 대표이사)은 “유해하지 않은 방부제는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물티슈 업계가 여러 번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며 “그래서 새로운 성분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 물티슈는 공산품임에도 화장품법에 근거해 그 원료 및 사용한도를 검증해서 사용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는 위의 절차에 따라 별다른 의심 없이 방부제로 선택해서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물티슈 업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지 위원장은 “물티슈 업계는 화장품법 기준보다 더 엄격하게 성분을 사용해 왔다”며 “논란이 되는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를 사용하고 있는 물티슈 업체 수는 전체의 50~60% 쯤으로 알고 있다. 공교롭게도 중소형 업체가 많아 이번 사태로 특히 타격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실태조사에 나서면 밝혀지겠지만 대부분의 제품이 화장품법 기준보다 낮은 함량을 쓰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철저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시사저널이 ‘중소기업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몽드드 등 해당 업체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식의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몽드드의 핵심 관계자는 9월4일과 5일 본지 취재진과 만나 “시사저널의 보도가 중소기업을 비롯해 특정업체를 의도적으로 음해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취재기자가 (8월30일) 보도 전에 몽드드 직원과 인터뷰를 했던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에 보도 초반에 오해가 생겼다”고 밝혔다.

몽드드 측 “경구독성테스트 통해 안전 입증됐다”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의 유해성 논란이 일자 몽드드는 자사 아기 물티슈 제품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9월2일 국가공인시험인증기관인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서 검증받은 경구독성테스트 시험성적서를 공개했다. 이는 몽드드가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7월21일 의뢰한 것이다. 시험성적서에는 “쥐(rat)에 몽드드 물티슈의 성분을 의약품 등의 독성시험기준으로 최고 용량을(2000mg/kg) 경구투여 시 독성학적 소견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몽드드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몽드드가 업계에서 최초로 유일하게 의뢰해서 나온 결과로 몽드드 제품이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한 성적서다”며 “시사저널 보도 이후 입은 타격은 말도 못하게 컸지만 몽드드 물티슈 안전성에 대해서는 지금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아기 물티슈 사태’는 물티슈 제조사가 각성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업체들은 물티슈의 편리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사용 시 유의사항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데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품 포장에 주의사항이 적혀 있지만 일반 소비자는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물티슈를 그저 ‘물=티슈’로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 제조사는 제품의 안전성 못지않게 사용 시 주의할 점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 관계부처가 물티슈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만큼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의 유해성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아기 물티슈에 들어간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 성분 함량뿐만 아니라 유아용 제품 특히 입에 들어갈 수 있는 제품에는 어느 정도의 함량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은 9월2일자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의 유해성 논란에 대한 발암물질국민행동의 입장’이란 논평에서 “영유아 물티슈에 있는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가 신생아와 태아에게 매우 위험한 물질이라는 시사저널을 비롯한 언론의 보도는 물질의 독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쓴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 임상혁 공동대표는 그 근거에 대해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가 기형아를 유발한다든지 태아 독성은 동물실험에서 입증된 것이고 그 농도가 높았다. 또 지금까지의 자료를 보면 실제 태아에게 나타나는 독성에 대해서는 보고된 자료가 없어서 오보라 밝힌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이런 논리라면 동물이 아닌 사람에 대한 임상실험 보고 자료가 있어야만 유해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된다.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섣불리 나서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업계 정화를 어렵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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