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장결희 “노는 물이 다르다”
  •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9.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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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유스 소속으로 U-16 대회에서 맹활약

지난 9월17일은 축구의 날이었다. 아시안게임 남녀 대표팀, AFC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한 FC 서울의 경기가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을 점령했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아시아 챔피언십 대회에 출전 중인 16세 이하(U-16) 대표팀이었다. 시리아와의 4강전이었다. 평소 이 연령대의 대표팀은 경기 중계가 어렵다. 낮은 연령대라 선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승우 때문이었다. 바르셀로나 유스 소속인 이승우는 앞선 조별리그와 8강전에서 맹활약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일본과의 8강전에서는 혼자 2골을 터뜨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시리아전에서도 이승우는 1골 4도움을 올리며 7-1 대승의 주역이 됐다. 이승우와 함께 바르셀로나에 속해 있는 장결희도 2골을 기록하며 노는 물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승우가 9월14일 태국 방콕 라자만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 16세 이하(U-16) 챔피언십’ 일본과의 8강전에서 첫 골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1년 바르셀로나 유스에 합류해 화제가 됐던 이승우는 각 연령팀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스페인 현지에서도 이미 ‘아시아에서 온 메시’로 불리고 있다. 아시아 챔피언십은 국내 팬이 이승우의 기량을 직접 확인한 사실상의 첫 무대다. 그런 대회에서 걸맞게 놀라운 개인기와 재능을 발휘하자 ‘이승우 붐’이 불어닥친 것이다. 1980년대 최순호를 시작으로 김종부·김병수·고종수·이천수·박주영 등 센세이션을 일으킨 천재는 많았지만 이번엔 정말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이 낳고, 스페인이 키우는 천재들

1998년생인 이승우는 대동초등학교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통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2010년 참가한 다농 네이션스컵 유소년 축구대회였다. 그 대회에서 12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바르셀로나 유스 팀을 상대로 단독 돌파로 골을 넣었고, 당시 대회에 동행한 바르셀로나 스카우트와 코치들은 구단에 영입을 요청했다. 2011년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와 3년 계약을 맺고 스페인으로 건너갔다. 이승우에 앞서 이미 백승호가 비슷한 과정으로 영입된 상태였기 때문에 바르셀로나는 확신이 있었다. 장결희도 함께 합류하며 바르셀로나 유스에는 백승호·이승우·장결희 등 3명의 한국 소년이 속하게 됐다.

바르셀로나 유스는 ‘라 마시아’(스페인어로 농장을 의미)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세계 최고의 유스 훈련 프로그램과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바르셀로나의 기둥인 리오넬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 등이 탄생했다. 그야말로 스타의 산실이다. 특히 메시의 경우를 보듯이 스페인 자국 선수뿐만 아니라 재능이 있는 세계 각국의 유망주를 데려와 바르셀로나 스타일에 어울리는 선수로 키운다.

바르셀로나의 한국인 3인방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백승호와 이승우는 만 19세에서 17세까지의 연령 팀인 후베닐A(연령별로 A, B 2개 팀 운영) 소속이다. 장결희는 만 16세에서 15세 연령 팀인 카데테B 소속이다. 이승우의 경우 이미 연령 팀을 월반할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후베닐에서 인정을 받으면 프로 계약이 가능한 만 18세에 성인 팀에 합류하게 된다. 이승우는 현재 바르셀로나 성인 팀 입성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 있는 셈이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에서 빠르고 간결한 패스, 상대를 압도하는 화려한 개인기, 정확한 슛 등 바르셀로나가 추구하는 축구를 완벽하게 입증했다. 말레이시아전과 일본전에서는 상대 수비수 4명을 제치고 넣는 환상적인 골로 아시아 축구팬의 화제가 됐다. 드리블 상황에서의 속도와 상대의 견제와 파울을 뚫고 들어가는 탄력, 드리블 전환은 그의 우상인 메시를 연상케 했다. 장결희는 이니에스타를 연상케 하는 패스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태국전에서 이승우의 골을 도운 패스는 예사롭지 않았다. 시리아전에서는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만들며 해결사 본능을 뽐냈다.

스페인 프로축구 바르셀로나의 꿈나무 장결희(왼쪽)와 이승우가 9월1일 ‘보인고 - 바르셀로나 15세 축구팀’ 친선 경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른 사고, 다른 축구…다른 관리 필요

이번 대회에서 이승우의 재능만큼 화제가 된 것은 그의 톡톡 튀는 언행이었다. 이승우는 태국전이 끝난 후 일본과의 8강전을 준비하며 “일본쯤은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현지에서도 화제가 된 당돌한 발언이었다. 골을 넣은 뒤에는 동료와 기쁨을 나누기에 앞서 미리 준비해둔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시리아전에서 골을 넣고는 신나게 춤을 추기도 했고 이것이 상대 선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승우의 이런 모습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린다. 우선은 너무 튄다는 것이다. 기쁨을 표출하는 것도 그렇지만 경기 중에 잘 풀리지 않으면 그 속마음을 여과 없이 겉으로 표현했다. 골대를 차거나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욕을 하는 모습도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하지만 그것은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부분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승우는 만 13세에 스페인으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4년 가까이 지냈다. 성장기를 문화와 사고가 완전히 다른 곳에서 보내고 있다. 스페인어를 한국어만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유럽과 남미 선수가 보여주는, 실력에 비례하는 독특한 개성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지 ‘싸가지’로 몰고 가선 안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승우는 이기적이지 않다. 바르셀로나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선수를 발굴하지만 이기적인 선수는 키우지 않는다. 메시는 독보적인 개인 기량을 지녔지만 다른 골잡이처럼 탐욕스럽게 골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승우 역시 마찬가지다. 시리아전에서 그는 패스와 크로스를 올려야 할 타이밍엔 슛과 돌파를 고집하지 않고 동료를 이용했다. 자신이 도움을 기록하면 멀리서부터 골을 넣은 동료에게 달려가 함께 기뻐했다.

이승우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그의 기량만큼 특별한 자신감, 개성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관리와 지원이다. 현재 이승우는 스페인 유스 팀 리그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4월 바르셀로나가 미성년 선수를 불법적으로 영입했다며 징계위원회를 통해 1년간 선수를 영입하거나 내보내지 못하게 했다. FIFA는 만 18세 이상 선수만 해외 이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유럽연합이나 유렵경제지역 내의 선수와 인근 국가 클럽 이적, 부모가 현지에서 함께 거주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승우는 백승호·장결희와 함께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FIFA는 이승우를 비롯한 바르셀로나 유스 소속 선수 10명에게도 출전 금지 징계를 내린 상태다. 바르셀로나는 이 선수를 국제친선대회에 출전시키는 방식으로 경기 감각을 유지하게 하고 있다. 이번 아시아 챔피언십에 보낸 것도 같은 이유다.

이승우는 지난 2월 바르셀로나와 5년 재계약을 맺었다. 오는 2019년까지 계약했다는 것은 바르셀로나가 이승우와 성인 계약을 맺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이승우·백승호·장결희뿐만 아니라 이강인(발렌시아)·김영규(알메리아)·김신(리옹)·김동수(함부르크)·오세준(브레멘) 등 유럽 각지에 나간 유망주들이 선진 축구를 흡수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지닌 제2의 손흥민이 될 후보들이다. 축구협회는 각급 대표팀 소집을 제외하면 이들의 기량을 체크할 기회가 없다.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경기력, 성장 체크 등을 잘해 오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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