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 주식’으로 재미 좀 볼래요?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4.10.0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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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중국 본토 주식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어

1년여 전부터 홍콩 주식을 거래하고 있는 개인투자자 김흥식씨(46)는 10월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중국 본토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주식 간 교차 매매 허용)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동안 홍콩에 상장된 중국 주식(H주)을 조금씩 샀는데 원하는 종목이 없어 아쉬웠다. 10월부터 중국 우량주를 몇 개 골라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후강퉁 시행 이후 국내 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상하이 A주는 총 591종이다. 홍콩을 경유한 교차 매매를 통해서다. 중국이 자본 시장을 외국인에게 개방하는 조치여서 본토 증시엔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홍콩 역시 본토 투자 자금이 H주(268종)에 유입되길 기대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중국 주식을 직접 사고팔기 어려웠다. 외국인 기관투자가(QFII) 자격을 가진 일부 운용사만 상하이 A주에 투자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개인들도 HTS(홈트레이딩 시스템)를 통해 A주를 매매할 수 있다. 주가가 올라 차익이 생기면 환수하는 데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 다만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A주의 하루 총 거래액은 130억 위안으로 제한된다. 또 중국과 홍콩 중 어느 한 쪽이라도 휴일일 때는 후강퉁을 통해 중국 본토 주식을 매매할 수 없다.

ⓒ 일러스트 최길수
후강퉁 시행 후 본토 주식을 거래하려면 홍콩 증시와 연동돼 있는 국내 증권사 계좌를 보유해야 한다. 국내 증권사들도 홍콩 증권사들과 발 빠르게 제휴를 맺는 등 중국 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있다.

후강퉁은 2003년 QFII, 2011년 RQFII(위안화 외국인 기관투자가)에 이어 중국 정부가 세 번째로 자본 시장을 여는 조치다. 외국인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상하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몰리면 현지 상장사들의 자금난이 해소될 것이란 평가다. 특히 후강퉁 이후 상하이종합지수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MSCI EM) 지수에 편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시차를 활용한 매매 기법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상하이 증시의 마감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오후 4시다. 홍콩 증시는 5시에 끝난다. 상하이 A주의 특정 종목이 마감 직전 급등했다면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된 같은 종목(H주)을 바로 매입해 차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하이와 홍콩에 동시 상장된 기업은 30여 곳이다.

중국 주식을 매매한 후 이익이 생기면 세금을 내야 한다. 해외 주식을 매도한 후 납부해야 할 양도소득세는 22%(주민세 포함)다. 비교적 높지만 분리과세되는 조건이어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때 합산되지 않는다. 유의할 점은 환율 변동이다. 위안화로만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원화를 위안화로 환전해 주식을 사고, 주식을 매도한 후엔 다시 원화로 바꿔야 한다. 이런 거래가 잦다면 환전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환차손(또는 환차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음식료·보험 등 내수 1등주 주목

후강퉁 시행 후 중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2~3개월 전만 해도 2000선을 오르내리던 상하이지수는 후강퉁 시행에 대한 기대로 이미 10% 넘게 상승했다.

중국 증시 전문가인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며 “내수 소비재 1등주에 대한 장기 투자가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본토 시장은 크게 상하이와 선전 증시로 나뉜다. 지난해 말 시가총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3% 수준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143%, 한국은 101%다. 중국 증시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10월에 외국인에게 개방되는 상하이 증시는 중국 증시의 90%(시총 기준)를 차지한다. 대형 우량주가 많이 몰려 있어서다. 이용 KTB자산운용 해외투자본부 이사는 “상하이 증시의 개인 비중은 80% 이상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중소형주 위주로 거래돼왔다. 반대로 기관투자가 위주인 홍콩에선 대형주가 많이 올랐다. 후강퉁이 시행되면 외국계 기관들이 중국 본토의 대형 우량주를 매집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투자자들도 본토의 대형주·우량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목할 만한 중국의 대형주·우량주로는 어떤 게 있을까. 각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해보면 내수주, 필수 소비재 주식 등이 유망하다. 중국 내 소비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종목이 중국인민재산보험이다. 약 35%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1등 손해보험사다. 중국 내 자동차 보유 대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통주인 ‘마오타이’를 생산하는 구이저우마오타이도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데다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

음식료업체 이리는 중국 우유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회사다. 우유뿐만 아니라 분유와 아이스크림도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은 478억 위안으로 전년에 비해 13.8% 늘어났다. 중국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배당에 인색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에만 2.06%의 배당 수익률을 기록했다. 유제품 기업의 핵심 경쟁력인 탄탄한 유통망도 확보하고 있다.

중국궈뤼는 현지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 500대 기업’ 중 유일한 여행사다. 자회사인 중국면세품그룹이 갖고 있는 면세점 사업 성장성이 큰 편이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29% 증가한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왕푸징백화점그룹·용후이마트 등 유통주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왕푸징백화점은 베이징 쇼핑가인 왕푸징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약 3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10%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본토주만 있는 건 아니다. 중국 부유층도 홍콩 주식에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게 돼서다. 후강퉁으로 투자 자금 유입이 기대되는 홍콩 H주로는 텐센트홀딩스가 꼽힌다. 중국 3대 정보기술(IT)업체 중 한 곳이다.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금융·영화·운송 등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허치슨왐포아와 HSBC 등은 중국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홍콩 대표주다.

위안화 환율 변동 유의해야

중국 증시에 접근할 때 과거와 같은 ‘묻지 마 식’이어선 곤란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00년대 중반 상하이지수가 급등하자 너도나도 중국 펀드에 가입했고 증시가 1, 2년 만에 3분의 1 토막이 나면서 수조 원이 증발했다. 선별·분산 투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중국 금융 시장 개방을 노린 선취매 자금이 후강퉁 시행 직후 차익 매물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된 기업 중에서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종목의 주가 역시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싼 종목을 팔고 싼 종목을 사들여 포트폴리오의 매입 단가를 낮추려는 차익 거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에서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10년이 지나도 망하지 않을 만한 중국 기업을 몇 개 선택한 후 장기·분산 투자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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