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총재 5녀 문선진, 후계자 급부상
  • 뉴욕=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4.10.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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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내 막강해진 우먼파워…‘왕자의 난’ 주역들은 퇴진

“나는 불이 난 집의 소방수이자 병들어 있는 미국을 치료하기 위한 의사로 이곳에 왔다. 온 세계의 생존 문제가 미국이 하나님께서 부여한 사명을 다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은 자유 세계의 교두보다.” 1984년 6월26일 미국 워싱턴 D.C.의 상원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고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칭 통일교) 전 총재가 한 말이다. 통일교 측은 통일교가 전 세계 194개국에 300만 신도를 둔 세계적 종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문 전 총재와 한학자 총재 내외가 일찍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교 활동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뉴욕에서 세계 선교 40주년 기념집회  

통일교는 세계 선교의 첫 교두보가 된 미국에서 9월20일(현지 시각) ‘문선명 전 총재 2주기 기념집회’를 열었다. 뉴욕 맨해튼센터에서 열린 행사에는 미국 현지의 정치·종교·문화계 인사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문 전 총재의 생애 업적을 기리는 것뿐만 아니라 그가 1974년 9월18일 3만여 명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진행한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집회’ 4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당시 미국의 종교 집회로는 최대 규모였기 때문에 ‘문선명’이라는 존재를 미국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오른쪽)와 딸 문선진씨. 문씨는 최근 세계선교본부 본부장과 천일국 최고위원회 위원장 직에 올랐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날 행사는 한학자 총재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직접 참석하지 못한 한 총재를 대신해 문연아 세계평화여성연합(여성연합) 회장이 인사말을 낭독했다. 문 회장은 한 총재의 맏며느리로 2009년부터 여성연합 부회장으로 활동해왔다. 한 총재는 지난 5월 문연아 전 부회장을 여성연합 세계회장 겸 한국회장으로 임명했다. 이번 뉴욕 행사에서 문 회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한 총재를 대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여성연합은 1992년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설립했는데 한 총재는 그동안 이 단체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었다. 1993년 9월 한 총재의 뉴욕 유엔본부 특별초청 강연 이후 여성연합이 1997년부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NGO’ 제1영역 자문기관 지위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한 총재는 여성을 주요 직책에 앉히고 있어 통일교 안팎에서는 ‘우먼파워’가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교의 한 관계자는 “올해 요직에 앉는 여성 책임자가 늘어났다”며 “문연아 전 부회장이 여성연합 세계회장에 오른 이후 원래 여성연합 회장이었던 문난영 전 회장은 동유럽 대륙을 맡는 특명총사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한 총재의 5녀인 문선진씨는 지난 5월 세계선교본부 본부장을 맡았다. 한 총재는 7월1일 훈독회에서 문선진 본부장에 대해 “참자녀에는 남녀 구별이 없다. 누가 부모님과 하나 돼 있느냐에 따라서 중심이 될 수 있다”며 “아들들에게는 3년의 기한을 주었다. (그런데) 이 딸이 통일가의 축복가정들, 1세들의 헌신적인 수고를 진심으로 알아준다”고 밝혔다.

지난 9월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문선명 전 총재 2주기 기념집회에서 문연아 세계평화여성연합 회장이 한학자 총재의 기념사를 대독하고 있다. ⓒ 세계평화통일가정연
‘비전 2020’으로 제2의 도약

한 총재는 문 본부장에게 2인자 권한까지 줬다. 한 총재는 집권 후 통일교 왕국인 ‘천일국’ 시대의 도래를 선포한 후 2월12일 열린 천일국 기원절 1주년 행사에서 천일국 헌법을 반포했다. 이에 따르면 천일국의 최고 의결기관으로 13인의 최고위원회가 있는데 한 총재 유고 시 총재를 대행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한 총재는 5월12일 열린 ‘제1회 천일국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공석이었던 최고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문선진 본부장을 앉혔다.

문선진 본부장이 통일교 대권을 잇는 유력한 인물로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총재 집권 초기 통일교는 후계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2012년 문 전 총재가 사망한 후 3남인 문현진씨와 4남 문국진씨, 7남 문형진씨 사이에 후계 구도를 둘러싼 다툼이 격화되면서 소송전을 벌이는 등 이른바 ‘왕자의 난’이 벌어졌다. 지난해 초 한 총재가 형제간의 모든 소송을 중단하고 화합하라고 명령했지만 이를 듣지 않았다. 한 총재가 이들을 해임하는 등 극단적인 방식으로 봉합에 나서면서 결국 아들들은 차기 대권에서 밀려났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 총재는 2020년까지 신도 1000만명 시대로 도약하겠다며 ‘비전 2020’을 선포했다. 2020년은 문 전 총재가 태어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통일교 측에 따르면 한 총재는 그 일환으로 기존 가정연합 내 14개 교구를 21개로 늘리며 협회본부국 등을 신설했다. 또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천주평화연합·세계평화청년연합·여성연합 임원진을 교체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을 지시했고 세계선교본부를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뉴욕에서 열린 문 전 총재 2주기 기념집회에서 만난 김기훈 가정연합 북미대륙회장은 “한 총재는 내부 NGO 단체인 청년연합·교사협의회·교수아카데미 등의 일정이 빠듯해 뉴욕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회의에서) 세계 선교주의에 변화를 주는 교두보를 만드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총재는 ‘비전 2020’을 위해 젊은 지도자의 양성, 전도를 통한 교회 성장, NGO 활동을 통한 세계 평화 구상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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