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이름 팔아 예수 모독하는 장사치 좌판 엎어야”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10.0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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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교회 부패 다룬 다큐멘터리 <쿼바디스>의 김재환 감독

국내에서 다큐멘터리 영화가 사회 문제를 본격적으로 건드린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이 분야에서 김재환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11년 <트루맛쇼>를 통해 방송권력과 상업적 이익이 짬짜미를 벌이는 맛집 프로그램의 실상을 까발렸고, 2012년에는 <MB의 추억>으로 정치권력의 문제를 파헤쳤다. 그가 이번에는 종교 문제를 들고나왔다. <쿼바디스>.

공교롭게도 세 편 모두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의도적으로 사회성 소재만 좇은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머가 있는 가벼운 게 좋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다 보니 그게 사회 현안이었고, 그에 맞는 틀이 다큐멘터리 형식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쿼바디스’는 ‘어디로 가시나이까’란 뜻의 라틴어다. 관행적으로 뒤에 ‘도미네’(신)와 함께 읽히지만 김재환 감독은 ‘쿼바디스’ 뒤에 ‘메가 처치’(대형 교회)라는 말을 생략했다. 한국의 대형 교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들의 민낯을 드러내며 질문을 펼쳐놓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질문이 “기독교를 사랑하기에 하는 문제제기”라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대형 교회시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그는 2012년까지 서울 이촌동의 큰 교회에 다니다 올해부터 ‘지하실에서 예배 보는 작은 교회’ 신자가 됐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취재’를 위해 여러 대형 교회를 다니며 예배를 보고 올해 작은 교회에 정착했다. 그는 “내가 오랫동안 대형 교회 신자였다. 영화를 위해 준비를 하면서 대형 교회 자체가 주는 구조적 해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대형 교회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500년 전 종교 개혁의 주체가 됐던 개신교가 지금은 타도의 대상이 됐다. 헌금 도둑, 성 범죄자, 상습적인 거짓말쟁이가 당당하게 목회 활동을 벌여도 교회만 크면 면죄부가 주어진다.’

하지만 대형 교회의 문제점을 알고 있는 신자라도 그 환경을 떠나 작은 교회로 옮기는 이는 많지 않다고 한다. 순복음교회를 다니던 신자가 사랑의교회로, 다시 온누리교회로, 그러다 다시 백주년기념교회로 옮기는 식으로 큰 교회로만 적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형 교회에 실망하면서도 편안함과 잘 짜인 프로그램 때문에 큰 교회를 찾아다닌다고 그는 지적했다.

김 감독은 “신자이기에 더 용감하게 대형 교회의 문제점을 꼬집을 수 있었다”고 말하지만 그도 고민이 많았다. 초고를 쓴 지 오래됐지만 말리는 사람이 많아 제작을 결심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어머니가 교회 권사다. <트루맛쇼>를 만들 때 ‘이 영화 만들고 회사 문 닫을지 모른다’고 말씀드렸을 때도 ‘네가 하고 싶으면 해야지’라고 말씀하신 분인데 이번 <쿼바디스> 제작 때는 많이 반대하셨다. 어머니는 ‘교회의 자정 작용을 믿어보자. 하느님이 다루실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었지만 내 대답은 ‘도저히 못 참겠다’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도 모두 말렸다고 한다. 그래봤자 절대 안 바뀐다는 것. “어떤 크리스천이 망해가는 교회를 기록하고 다가올 심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모두가 피하고 싶은 주제다. 한국 교회의 일반적 성도라면 ‘하느님이 다루실 때까지 기다리자’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해서는 타락을 부추길 뿐이라고 생각한다. <쿼바디스>가 한국 교회의 기록이자 변화의 시작이길 바란다. 한국 대형  교회의 ‘민낯’을 대면하는 게 그 시작이다.”

그는 영화에서 한국 대형 교회의 민낯 현장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자녀에게 교회 재산을 물려줘서 여러 송사에 휘말린 조용기 목사, 성폭행 사고를 친 대형 교회 목사가 아무 일 없다는 듯 10억원 넘는 전별금을 챙겨나가 다시 새 교회를 차린 모습, 교회 세습을 금지하니 중간에 ‘전문 경영자’를 끼워 넣었다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재벌 뺨치는 편법 세습 등을 고발한다.  

문제가 생긴 교회의 공통점은 세속의 눈으로 보면 대단히 성공적인 교회라는 점이다. 신자도 많고 헌금도 많아 서울 요지에 수백억~수천억 원대의 부동산 가치를 지닌 ‘바벨탑’을 척척 쌓아올리고 이를 다시 가족에게 세습하고 있다. 그는 이런 예를 들었다. “이번 지방선거 직전에 남경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조용기 목사에게 가서 축복 기도를 받는 사진을 찍었다. 크리스천으로서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참담했다. 세속의 법조차도 지키지 못해 여러 송사에 휘말려 재판에 서는 사람에게 가서 축복기도를 받는 것은 결국 표 때문이 아닌가. 표를 위해서 문제 있는 인물에게 가서 고개를 숙였다. 대형 교회와 정치권력이 공생하는 것이다.”

영화 ⓒ 단유필름
대형 교회 부패 직시해야 문제 해결 

그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TV 시사 프로그램과는 다른 행보를 취한다. 개별 교회나 목사의 타락 행적을 끝까지 쫓기보다는 한국 대형 교회가 돌진해가는 공통적인 방향과 욕망의 문제점을 짚어낸다. 이를 위해 ‘타락의 현장’을 지켜보는 예수가 등장하기도 하고, 현직 방송인이 시사 프로그램을 재연하기도 하고, 카메라가 종종 하늘의 시선에서 대형 성전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그는 “좋은 종교인, 예수처럼 사는 분도 정말 많다. <쿼바디스>는 ‘교회 부풀리기 기술자들’이 틀렸고 낮은 곳에서 사역하는 분들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영화다. 그런 분들이 있기에 ‘타락의 현장’이 있어도 교회가 아직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관객이 실제 예수의 모습에 대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자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하나님의 마음이 어떠하실지 살피고 그것을 선포하는 것이 순종이라고 생각한다. <쿼바디스>는 내 순종의 표현이다. 한국 교회는 방향을 잘못 잡았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교회 성장에만 쏟아부었고 탐욕의 쓰나미가 믿음의 본질을 삼켜버렸다. 납세 거부, 동성애 혐오, 권력자 찬양, 십일조 강조 외에는 어떠한 사랑과 정의의 어젠다도 생산하지 못하는 우리의 종교가 예수와 무슨 상관이 있나.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기 전에 교회가 먼저 공감과 연민을 잃어버렸다. 예수의 이름을 팔아 예수를 모독하는, 교회 안에 있는 안티 기독교 장사치의 좌판을 엎어야 한다. 권력과 교회, 나와 우리의 탐욕을 막기 위해 <쿼바디스>를 만들었다.”

그는 사회성 소재를 다룬 이유에 대해 “이런 문제를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선 가까운 사이일수록, 또는 ‘점잖은 자리’에서는 정치나 종교 같은 민감한 주제를 얘기하는 게 금기다. “세월호 사건에서 ‘가만히 있어라’가 문제가 됐다. 한국 교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성도에게 ‘가만히 있어라’고 외쳐왔다. 목사가 무엇을 하든 ‘아멘’으로 순종하라고 가르쳤다. <쿼바디스>는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기독교를 가리키는 ‘프로테스탄트’라는 말이 ‘항의하다’라는 뜻이다. 프로테스탄트 본래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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