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등장 솔직히 전혀 예상 못했다”
  • 김원식│미국 통신원 ()
  • 승인 2014.10.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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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 회고록…“북한 정보 불행히도 거의 없어”

“북한은 지구상에서 미국이 상대해야 하는 가장 큰 골칫덩어리(problematic)이자 위험한 국가로 남아 있다. 내가 중앙정보국(CIA) 수장이 되었을 때 깨달은 것은 우리가 그들에 관해 정확히 아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CIA 국장에 이어 미국 국방장관까지 역임한 리언 페네타는 10월7일, 회고록인 <가치 있는 싸움들(Worthy Fights)>을 발간했다. 정보 수장이었던 그가 말하는 북한은 이렇다. “다른 세계와 극도로 고립돼 있으며 편협한(insular)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정보는 불행히도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매우 얕다.”

페네타를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매번 북한 정보 획득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미국이 북한을 잘 알지 못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김정은의 등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페네타는 “2009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강이 나빠졌을 때 우리는 한반도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김정일 사후의 통치권을 누가 쥘 것인지 몹시 알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북한 내부를 꿰뚫어볼 수 있는 정보력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이 2010년 그의 아들을 후계자로 만드는 징후를 보였을 때 우리 모두는 매우 놀랐다”고 언급했다.

최근 회고록에서 ‘북한이 남침할 경우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킨 리언 페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 ⓒ AP연합
페네타는 유독 북한의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회고록에서 밝힌 가장 염려되는 상황은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한반도에서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는 2010년 CIA 수장 자격으로 헬기를 타고 판문점 일대를 방문한 소회를 이렇게 기술했다. “어떠한 평화조약도 맺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휴전협정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그의 염려는 이번 회고록에서 한반도 관련 첫 문장에 가장 민감한 문제인 ‘비상사태 계획(contingency plans)’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월터 샤프 당시 주한 미군사령관은 그에게 계획을 보고하면서 “만일 북한이 국경 쪽으로 움직인다면 미군 사령관이 모든 한국과 미국 병력에 대한 명령권을 갖고 한국을 방어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핵무기 사용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북한에 대한 일종의 경고처럼 들린다.

북한이 가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북한 제어가 가능한 유일한 나라를 중국으로 봤는데 막상 CIA 수장이 되고 보니 중국도 북한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역임하면서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에 직면한다면 개입하겠다는 보장을 중국에 요구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압력이 북한 정권에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북한 정권은 중국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체제였다”는 게 페네타의 고백이다. 페네타는 2011년 11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을 만났다. 그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지역 내 우방들을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든다”고 지적하자 시 부주석은 한숨을 쉬면서 “북한은 나 자신에게도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페네타는 미국의 입장에서 최대 위험을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올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꼽았다. 그는 “미국 본토에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는 잠재적인 나라들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북한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대포동2호 미사일 시험, 미국 본토를 경고 없이 타격할 수 있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등을 위협 요소로 꼽았다. 다만 그는 북한이 핵탄두를 ICBM에 탑재할 능력은 없다고 기술했다. 그럼에도 그가 세계적인 위협 요소 중 1순위로 꼽은 것은 ‘북한에 의한 핵 확산’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 제동을 걸 수 없는 이유도 페네타는 설명했다. “우주를 통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했을 때 만약 그것이 미사일이 아니고 단순한 위성이었다면 예측할 수 없는 적에게 공격 구실을 줄 수 있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강조하며 같은 기술이 필요한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지만 이를 요격할 수도 없는 게 미국의 고민이었다.

냉전 이후 미국은 중동과 동북아에서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는 ‘두 개의 전쟁(Two War) 전략’을 갖고 있었다. 페네타는 이 중 남북한 간의 전쟁을 상정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의 모든 ‘두 개의 전쟁’ 시나리오에서 다른 하나는 세계 어딘가에서의 전쟁이지만, 다른 하나는 남북한 간 전쟁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이 두 개의 전쟁 전략은 폐기됐다는 게 중론이다.

오바마 정부는 미국의 재정 적자와 안보 환경 변화를 이유로 2012년 ‘연례 국방경비 연방 예산’에서 두 개의 전쟁 전략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두 곳의 전면전 대신 한 곳에서의 전면전과 동시에 다른 곳을 억제하는 ‘원-플러스’ 전략을 택했다. 페네타는 북한의 남침으로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작전계획 5027’에 따라 핵무기 가용 계획이 있다는 점도 이번 회고록에 분명히 밝혔다.

페네타 전 장관이 발간한 회고록 .
“두 개의 전쟁에 한반도는 반드시 포함됐다”

미국이 북한 때문에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회고록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페네타 역시 재임 중 방송에 출연해 “북한 때문에 잠을 설친다”고 말한 적이 있다. “3만여 명에 이르는 미군이 북한의 침입을 물리치기 위해 배치돼 있다. 체제의 불안정을 덮으려 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그런 국가가 쉽게 유지될 수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후진적인 국가가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가장 위험하고도 위협적인 국가라고 칭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라는 게 페네타의 자기고백이다. 그는 “우리가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북한의 잠재적 위협을 예측하는 데 쓰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불확실성은 이 시간에도 진행 중이다. 최고 지도자가 한 달 이상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여러 설이 파다하게 돌고 있지만, 페네타의 고백대로라면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들 역시 한 달 이상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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