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차가운 시선
  •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
  • 승인 2014.10.1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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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달 동안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고 해서 비난을 들은 국회가 천신만고 끝에 정상화됐다.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하지만 국회와 정당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여당도 싫고 야당도 싫다는 무당파, 더 나아가 정치에 대해 혐오감을 갖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현상이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타임지 최근호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 공화 양당에 대한 전망을 담은 긴 기사를 실었는데, 거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여론 조사는 미국인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혐오하고, 공화당도 혐오하고, 의회에 대해선 전적으로 역겨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구절을 우리 경우로 바꾸어 놓으면, “박근혜 대통령을 혐오하고, 새정치민주연합도 혐오하고, 국회에 대해선 전적으로 역겨워하고 있다”는 표현이 될 것인데, 우리 사정이 바로 그런 꼴이다.

오바마 정부 들어 미국 의회가 법안을 처리하는 속도가 무척 늦어져 의회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도 우리와 닮았다. 사실 미국 의회는 총기 규제, 이민 정책, 세법 개정 등 중요한 쟁점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 의회 정치의 덕목인 대화와 타협은 사라졌고 민주당과 공화당은 거친 공방을 계속해 의회를 불신하는 풍조를 조장하고 말았다.

미국 정치가 이렇게 된 데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이어 오바마 대통령도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보지 않고 직접 국민을 설득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성숙하지 못한 대통령들이 의회 정치의 마비를 초래한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과는 물론이고 국민과도 ‘소통과 대화’를 아예 접어버린 사람이다. 존재감 없는 총리가 이끄는 정부의 모습은 ‘한심’ 바로 그 자체다. 새누리당의 모습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의 행태를 자세히 관찰하면 박 대통령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되는 사안이면 사생결단을 하고 덤비는 현상을 보게 된다. 이러다 보니 야당과 첨예한 대립을 초래하기 마련이고, 그런 분위기가 팽배한 국회가 제 구실을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야당은 내부 문제로 인해 원만한 의사결정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와중에 여야의 강경파 의원들의 철없는 돌출발언이 속출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면 도대체 어디서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 박근혜정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박 대통령은 바뀔 의지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어 보인다. 무기력한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은 위기를

만나면 모래알처럼 흩어질 운명이다. 새누리당은 내부 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덕분에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국민이 신뢰와 애정을 줄 만한 구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2011년에 갑자기 등장한 ‘안철수 현상’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안철수 의원은 자신에게 쏟아졌던 여망과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그의 정치실험은 현재 미완의 상태다. 하지만 그를 정치무대로 불러온 시대적 욕구는 여전할뿐더러 더욱 팽배해졌다고 봐야 한다. 결국 개혁과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을 누가 잡느냐가 문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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