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만 봐도 벌벌 떤다
  • 정리·김회권 기자 ()
  • 승인 2014.11.0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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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의심 환자 발생한 일본·중국·태국 현지 분위기

미국에서 에볼라 감염자가 발생하자 아시아 국가들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조차 예방하지 못한 에볼라가 아시아에 상륙할 경우 빈곤 인구가 많은 아시아에서 참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아시아 각국이 초비상 상태에 돌입한 이유다. 최근 의심 환자가 발생한 일본·중국·태국의 경우에는 더욱 날이 서 있다. 그곳의 에볼라 관련 현지 분위기를 전한다.

일본-편명 비밀에 부쳤다 호된 비판

‘런던발 전일본항공 278편에 에볼라 출혈열로 의심되는 승객이 있다.’ 하네다 공항 검역소가 보낸 메시지가 국토교통성과 전일본항공에 접수된 때는 10월27일 오후 4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그런데 발열 증상이 있던 남성을 제외한 승객과 승무원은 어떠한 조치도 없이 하네다 공항을 빠져나와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그 숫자가 206명이었다. 같은 날 오후 8시20분, 시오자키 야스히사 후생노동상은 에볼라 감염이 의심되는 남성이 입국했다고 발표했다. 원래 감염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공표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지만 의심 남성이 입국한 지 5시간이 지나자 언론에서 관련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에볼라로 의심되는 환자’가 보도되자 일본 국민들 사이에 불안감은 급속히 확산됐다. 속보와 특집을 내보내는 TV 방송국에는 ‘공기로도 감염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시청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다행히 10월28일 해당 남성은 에볼라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제야 전일본항공은 비행기 편명을 공표했다. 국토성과 전본일항공은 “후생성이 발표할 때까지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다”며 그동안 편명을 비밀에 부쳤다. 의심 환자와 같은 날 전일본항공을 이용해 하네다 도착 비행기를 탔던 사람들은 모두 공포에 떨어야 했다. 국토성 항공국 과장은 “공표할 경우의 영향에 대해 무지했으며 판단이 서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번 소동은 일본 정부의 위기 대응과 정보공개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애림·일본 통신원

10월27일 에볼라 의심 환자 취재를 위해 도쿄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에 몰린 일본 취재진.10월23일 광저우에서 개최된 캔톤페어 입구에서 관람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관광객이 많은 방콕 수완나폼 공항은 일찌감치 체온 체크를 실시했다. ⓒ EPA연합·REUTERS


중국-구호 인력 증원에 국민 반발

10월15일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 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는 중국 최대 무역박람회인 제116회 캔톤페어가 개막됐지만 전시장은 평년보다 썰렁했다. 에볼라 공포로 세계 곳곳에서 온 바이어와 관람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캔톤페어 관계자는 “이번에는 4월 행사와 비교해 절반으로 줄었다”며 “특히 아프리카에서 온 바이어 수가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기 광저우에서는 에볼라 의심 환자 43명이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서아프리카에서 여객기를 타고 입국했는데 체온이 섭씨 37.3도 이상을 기록했다. 한동안 격리 조치됐지만 10월21일 전원 음성 판정을 받고 귀가했다. 일단 에볼라의 중국 상륙 위기는 별 탈 없이 조용히 넘어갔지만, 중국인들의 우려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아프리카 투자국이다. 특히 서아프리카에 51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미국보다 무려 10배나 많다. 서아프리카에 사는 중국인 수도 많다. 에볼라가 창궐하기 전인 지난 8월에 이미 2만여 명이 거주했다. 그 후 일부가 귀국했지만, 여전히 1만여 명이 남아 있다. 또한 중국은 아프리카로 향하는 직항편을 가장 많이 개설한 국가다. 광저우 한 도시에서만 일주일에 160편의 여객기가 아프리카를 오가고 있다. 서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여행객 중 70%가량은 광둥성을 통해 중국에 들어오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은 석유·천연가스 등 자원 확보와 시장 개척을 위해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이 에볼라 탓에 아프리카 투자를 줄이거나 자국민을 철수시키는 일은 없다. 오히려 에볼라 확산을 이용해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기니 등과 국제기구에 총 5억 위안(약 860억원) 상당의 현금과 물자를 제공하고 더 많은 방역 전문가와 구호 인력을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중국 정부의 움직임과 달리 중국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현재 SNS를 중심으로 ‘서아프리카에 파견할 구호 인력 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만약 서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대거 귀국할 경우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중국에서 에볼라 공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모종혁·중국 통신원

태국-인증서 못 받으면 입국도 못한다

10월23일 태국 푸껫 파통비치 콘도미니엄에 머무르던 한 영국인 남성이 숨졌다. 코피를 흘린 채 발견된 그 남성을 두고 에볼라 환자가 아니냐는 의심이 커졌다. 당장 태국 여행사들을 중심으로 에볼라 관련 문의가 늘어났다. 관광업이 주요 산업인 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에볼라가 발생한다면 그 어떤 국가보다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10월26일 영국인에 대한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 대체적으로는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군부가 집권한 태국의 폐쇄성을 이유로 “완벽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이미 뉴스가 나간 것 자체로 피해가 크다”는 우려도 있다.

만약 에볼라 감염국에서 온 여행객이라면 ‘에볼라 환자가 아니다’라는 인증서를 태국질병관리담당국(DDC)에서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입국 절차를 통과하지 못한다. 이런 과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올해 6월부터 약 2000명의 태국인이 에볼라 감염국에서 돌아왔지만 문제가 없었다는 게 DDC의 발표다.

그럼에도 여전히 위험 요소는 존재한다. 하나는 방콕의 빠뚜남 지역이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온 상인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최근 태국 정부도 이 지역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두 번째로 또 다른 의심 환자의 존재다. 방콕 동남부 트랏에 체류하던 한 호주인 남성은 최근 자택 연금을 당했다. 아프리카 콩고를 방문하고 10월17일 태국에 들어왔는데 갑작스러운 고열 증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그는 태국에 도착한 날부터 3주 동안 당국의 관찰 대상으로 분류된다. 방콕은 아프리카 여행객들의 입국 경로 중 하나다. 태국 정부가 일찍부터 경계심을 가진 이유다.

로자 한(태국 여행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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