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30억 내고 누가 살지?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4.11.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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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마크힐스’ 전국 최고가

전세 시장의 주인은 이제 ‘서민’들이 아니다. 전셋값을 올려주지 못하는 서민들은 월세 시장으로 떠밀려갔다. 집이 있으면 부자라는 말도 옛말이다. ‘세입자’지만 ‘부자’인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들이 있기 때문이다. 집값을 능가하는 정도가 아니다. 아파트를 여러 채 살 수 있는 돈으로 ‘전세’를 산다.

 지난 10월20일 국회 교통위원회 이노근 의원이 공개한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최고가 전세 아파트는 올해 4월 초 23억원에 계약된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전용면적 244.66㎡(74평))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가구당 평균 전셋값(3억3000만원)의 7배에 달한다. 강남구 삼성동의 아이파크와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2차, 서초구 잠원동 빌 폴라리스도 전셋값 20억원에 거래됐다. 반면 서울에서 가장 싼 전세 아파트는 동대문구의 센시티(14.24㎡(4.3평))로 2000만원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마크힐스. ⓒ 시사저널 임준선
CEO·대기업 임원 등 거주

타워팰리스를 포함한 초고가 전세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집중돼 있다. 전셋값이 28억원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마크힐스는 지난 9월 최근 4년간 아파트 실거래 중 가장 높은 매매가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전용면적 193㎡(58평)가 65억원에 거래됐다. 3.3㎡(1평)당 거래가가 1억1122만원인 셈이다. 현재 30억원짜리 전세 매물도 나왔다.

마크힐스는 오리온그룹의 건설사인 메가마크가 지었다. 20층짜리 두 동(EAST윙·WEST윙)으로, 2층부터 20층까지 한  층에 한 세대씩 거주하고 있다. 한 세대는 거실, 다이닝룸, 주방, 파우더룸과 드레스룸 등 5개의 방과 3개의 욕실로 구성돼 있다. 보안요원이 24시간 상주하면서 거주자들의 출입을 관리하고 모니터링 한다. 높은 천장과 화이트톤의 인테리어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집을 연상시킨다. 단지 내 공원과 피트니스 센터, 세대별 개인 정원과 개인 창고가 있다.

왜 이들은 ‘전세’로 사는 것일까. 고가 전세 아파트에 사는 세입자는 다른 지역에 자기 집을 따로 소유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전세를 선택하는 것은 ‘세금’과 ‘기동성’ 때문이라고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전세는 등기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재산세·취득세·등록세와 같은 세금을 피할 수 있다. 집을 갖고 있으면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이 오른다는 점에서도 전세가 훨씬 유리하다. 살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사정이 생겼을 경우 다른 아파트로 이사하는 게 용이하다는 점도 또 하나의 이유다.

마크힐스 인근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마크힐스에 사는 사람은 중소기업 CEO, 자영업자, 대기업 임원들”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인기가 하락했을 때도 수십억 원대 최고급 아파트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전세금이 10억원이 훌쩍 넘어도 ‘매물이 없어 못 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상위 1%의 고가 전세 아파트는 ‘전세 전쟁’에서도 비켜나 있다. 고가 전세 아파트 세입자들은 전셋값이 몇 억 원 오른다고 해서 대출을 받거나 이사할 필요가 없다. 언제라도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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