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세계 총수 일가 계좌로 30억 흘러들어갔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11.12 20: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FIU, 60억 빠져나간 사실 확인…신세계 “연봉·배당금 등 정상적 자금”

검찰이 (주)신세계 명의의 계좌에서 약 60억원 상당의 돈이 사용처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빠져나간 혐의를 포착해 지난 3월부터 내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번 내사 과정에서 신세계 총수 일가의 계좌에 30억원 상당의 돈이 입금된 사실이 포착된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에서 단독 확인됐다. 결과에 따라 신세계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신세계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먼저 파악했다. FIU는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주)신세계 명의의 당좌계좌에 입금된 자금이 당좌수표로 인출된 직후 현금으로 교환되는 방법 등을 통해 조성된 사실을 확인했다. FIU는 지난 2월28일 이와 관계된 특정금융거래정보를 검찰에 넘겼다. FIU 자료를 접수받은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김후곤)에 배당하고, 지난 3월부터 특정금융거래정보와 공시자료 등을 분석하는 동시에 계좌 추적에 나섰다. (주)신세계 당좌계좌 관리자가 피내사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

또 다른 30억은 현금화돼 사용처 불분명

본지 취재 결과, 검찰은 내사 과정에서 신세계 총수 일가에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30억원 상당이 자기앞수표로 재발행돼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등 대주주의 계좌에 입금됐다. 정 명예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남편이다. 또 30억원 중 일부는 비서가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검찰은 아직 내사 중인 만큼 이 돈이 주주 또는 임원에게 주어진 정당한 돈인지 추가 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30억원은 현금화돼 사용처가 불분명한 곳에 쓰였다. 검찰은 사용처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검찰의 신세계 내사 사건이 언론에 알려질 당시에는, 신세계그룹 일부 임직원과 관련 업체들 간에 범죄 혐의가 있는 자금 거래 정보를 주고받고 횡령이나 탈세 등 불법 거래를 저질렀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신세계백화점 일부 사업부서 임직원들에게 관련 업체에서 구입한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이 대량으로 흘러들어가, 이 과정에서 거액의 회사 돈이 빼돌려졌다는 혐의였다.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입한 후 일정액의 수수료를 떼고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본지 취재에서 확인된 내사 범위는 단순히 신세계 몇몇 임직원들의 상품권깡에 그치지 않고 총수 일가에 지급된 자금의 출처까지 해당돼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에 앞서 롯데그룹의 홈쇼핑 납품 비리에 대한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해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 7명과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중개인 등 8명을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 중에는 2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하고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1억3000만원을 받아 챙긴 신헌 전 롯데홈쇼핑 대표도 포함됐다.

검찰, FIU 자료 받고도 8개월간 내사만

이번 내사에서 드러난, 신세계 총수 일가 계좌에 입금된 자금에 문제가 없으려면 배당금이거나 연봉 등 정당하게 지급된 돈이어야 한다. 하지만 배당금의 경우 정재은 명예회장은 신세계 지분이 없으므로 해당되지 않는다. 정유경 부사장은 2.52%를 보유하고 있다. 연봉은 수억 원대로 추정될 뿐이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연간 보수 5억원 이상인 등기이사의 개인별 보수를 공시하도록 했지만, 정 명예회장과 정 부사장 모두 미등기임원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검찰 내사 결과를 기다려 보겠다. (문제가 된 돈은) 연봉이나 배당금 등 정상적인 자금으로 알고 있다. 신세계 당좌계좌에 있던 돈을 꺼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신세계 내사 건에 대한 검찰의 공식 입장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을 말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이 너무 더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말 특정금융거래정보를 FIU로부터 접수받고 3월부터 내사에 착수했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식 수사로 전환하지 않았다. 특히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지난 8월 이전에 (주)신세계 계좌에서 60여 억원이 빠져나간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이 돈의 사용처와 금원의 성격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신세계 관계자에 따르면, 내사가 진행된 후 신세계 직원 누구도 소환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만 해도 재계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의 경우 대기업 총수 9명이 구속되거나 수사 선상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 9월 말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직접 나서 기업인 사면 가능성을 시사했다. 황 장관은 “잘못한 기업도 경제 살리기에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국민들의 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기회를 드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황 장관이 앞장서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기업인 사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재계를 대하는 박근혜정부의 달라진 분위기가 검찰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5월부터 ‘관피아’ 수사에 주력하면서 철도 민관 유착 비리(철피아) 사건을 맡았고, 최근에는 KB 비리 사건(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 비리, KB금융그룹 통신 인프라 고도화 사업 납품 비리)을 수사하느라  다른 수사를 진행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사 일정이 길어진다고 해서 ‘재벌 총수 봐주기’ 식으로 해석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