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롯데마트 ‘펫가든’, 생후 2개월 미만 강아지 불법 판매해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4.11.1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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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 수도권 13곳 중 4곳 동물보호법 위반 확인

11월12일 롯데마트 송파점 내에 위치한 ‘펫가든’. 매장 가운데 강아지 두 마리가 진열돼 있다. 하지만 진열장에 붙은 종이 표에는 판매 가능한 9마리의 강아지 목록이 쓰여 있었다. 그중에는 9월21일생 포메라니안 두 마리와 9월26일생 말티스 다섯 마리가 있었다. 기자가 ‘어린 말티스를 구입하고 싶다’고 하자 펫가든 관계자는 안쪽에 마련된 공간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태어난 지 두 달이 안 된, 어른 주먹 두 개만 한 작은 말티스들이 있었다. 이제 1차 예방접종을 마친 강아지들이었다. ‘아직 새끼인데 데려가서 아프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일주일쯤 지켜보고 데려가는 게 좋다. 그러나 데려간다고 하면 바로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들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강아지들이 진열장 속에서 꼬물거리는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마트를 찾은 손님들은 “너무 귀엽다”고 감탄을 연발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롯데마트 송파점의 펫가든. ⓒ 시사저널 구윤성

그러나 가장 인기 있는, 생후 2개월 미만 강아지를 판매하는 것은 위법 행위다. 동물보호법 36조에 따르면, 개나 고양이는 생후 2개월 이상 됐을 때 거래가 가능하다. 2개월 미만 강아지를 팔다 적발되면 동물보호법 38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해당 영업자에게 6개월 이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고, 심한 경우 업체 등록 취소까지 가능하다. 2012년 10월 이마트가 운영하는 애견복합매장인 ‘몰리스 펫샵’의 세 지점이 생후 2개월 미만의 강아지를 판매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행정처분(경고 조치)을 받았다.

 

그 후 2년이 지난 지금, 시사저널은 롯데마트가 2012년 3월 문을 연 애견복합매장인 펫가든 지점 중 서울·경기 지역에 위치한 13곳을 일일이 방문했다. 이 중 네 군데 매장에서 생후 2개월 미만 강아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11월12일 펫가든 송파점의 분양 가능한 강아지 목록(왼쪽)ⓒ 시사저널 조유빈 . 롯데마트 측의 확인 이후 11월14일 다시 방문한 송파점에는 2개월 미만 강아지들의 정보가 사라졌다. ⓒ 시사저널 구윤성

2개월 미만 판매 강아지 건강 ‘적신호’

 

펫가든 송파점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9월21일 방문했을 때도 생후 2개월 미만 강아지를 판매하고 있었다고 한다. 펫가든 송파점에는 애완견들의 정보도 표시돼 있지 않았다. 당시 카라 관계자가 손님으로 가장하고 “닥스훈트는 태어난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묻자, 펫가든 직원은 “한 달 반이 조금 넘었다”고 했다는 것이다. 11월12일 기자가 방문한 펫가든 송파점은 출생 시기, 성별, 가격, 예방접종 여부 등을 적은 종이 표를 게시해둔 상태였다. 그러나 여전히 2개월이 안 된 강아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11월6일에 찾은 롯데마트 구리점 내의 펫가든 역시 2개월이 안 된 강아지들을 팔고 있었다. 이곳은 외부에 애완견들의 출생 일자를 기재해두지 않았다. 분양을 문의하는 경우에만 확인이 가능했다. 내부에 붙어 있는 정보를 확인하자, 9월17일에 태어난 요크셔테리어와 말티스가 눈에 띄었다. 펫가든 관계자는 “말티스는 1차 예방접종을 하루 전(11월5일)에 했기 때문에 바로 데려가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11월10일 방문한 롯데마트 펫가든 판교점. ‘가장 어린 강아지를 찾는다’고 하자 펫가든 직원은 애프리콧 푸들 두 마리를 보여줬다. 9월24일생으로 태어난 지 7주가 채 되지 않은 된 강아지였다. 1차 예방접종이 끝났기 때문에 바로 분양(판매)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매장 관계자는 “어차피 5차 (예방)접종까지 끝나야 건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때까지는 조심해야 한다”며 “예전에는 (생후) 30~40일에도 데려가곤 했다. 2개월을 채우고 나서 데려가는 게 법적으로 맞지만 고객이 괜찮다면 사인만 하면 된다”고 했다. 생후 2개월 미만의 강아지를 판매하는 것이 동물보호법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11월10일 찾아간 펫가든 송도점 역시 두 달이 채 안 된 9월15일생 말티스가 ‘진열’돼 있었다. 이 말티스는 이곳에 들어온 지 3일 정도 됐고, 일주일 정도 안쪽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지켜보다가 내놓았다고 했다. 진열장 안에 피가 섞인 듯한 무른 변이 보였다. 펫가든 관계자는 “어린 아이들(강아지들)은 변이 괜찮았다가 무르다가 한다. 오늘 데려가시면 새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 3일 정도 지켜본 다음에 데려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금 데려가도 큰 이상은 없다”며 “이 시기쯤 분양을 많이 한다. 사회화 시기가 있기 때문에 3개월이 넘으면 안 된다. 3개월 정도 되면 (크기가) 쑥쑥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 펫숍은 강아지가 오자마자 내놓지만 우리는 일주일 정도 지난 다음에 변 검사 등으로 건강을 확인한 후 강아지들을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체 관계자들의 말과 달리 생후 2개월 미만 강아지는 건강할 수 없는 상태다. 카라동물병원 이혜원 부원장은 “강아지들은 예방접종을 한 어미 개의 모유를 통해 항체를 받는다. 어미 젖을 두 달 이상 먹어야 하고, 너무 어릴 때 모유를 통해 항체를 받지 못하거나 좋지 않은 환경에 놓일 경우 강아지의 항체가 없어질 수 있다”며 “피가 섞인 듯한 무른 변을 보는 강아지라면 입양을 시킬 게 아니라 당장 입원을 시켜 치료해야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태어난 지 2개월이 안 된 강아지를 분양하면 건강뿐 아니라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부원장은 “강아지가 두 달 이전에 어미와 떨어지면 사회성을 배울 수 없다. 좁은 곳에서 동물이나 사람과 접촉이 없다가 입양됐을 경우 갑자기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하다고 믿고 구입한 강아지가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이거나 죽는 경우도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강아지를 입양하고 한두 달 지난 후에 질병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원에 애완동물 담당까지 생길 정도”라고 밝혔다.

롯데마트 “절대 그런 일 없을 것”

“어린 강아지는 주문하면 구매가 가능하다”라거나 “곧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얘기한 대다수 매장과 달리, 두 군데 매장은 2개월 미만 강아지가 진열돼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법적으로 입양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펫가든 중계점의 경우 ‘2개월 미만 강아지와 고양이는 분양하지 않고 예약만 받는다’는 내용을 매장 내에 크게 표기해뒀다. 펫가든 영등포점 관계자도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2개월 미만 강아지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재작년에 이마트의 몰리스 펫샵이 그로 인해 행정처분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펫가든은 2012년 10개였던 지점이 2014년 11월 현재 총 28개점으로 늘었다. 펫가든 일부 지점에서 생후 2개월 미만 강아지가 불법 판매되고 있는 것에 대해 롯데마트 측 입장을 들어봤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펫가든 담당자가 지점들로부터 ‘생후 2개월 미만의 반려견을 분양하지 않는다’는 1차 답변을 받았다. 이번에 생후 2개월 미만 강아지를 판매하고 있다는 4개 지점을 대상으로 다시 확인했지만 각 지점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계약 위반으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최악의 경우 철수시킬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또 “반려견 숍을 운영하면서 동물보호법을 준수하지 않는 게 말이 되나. 법을 위반할 경우 영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도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11월14일 롯데마트 측의 해명을 들은 후 취재진이 다시 방문한 펫가든 송파점에는 이틀 전인 12일 방문했을 때 목록에 있던 9월21일생 포메라니안 두 마리와 9월26일생 말티스 세 마리가 진열돼 있었다. ‘일주일 동안 상태를 지켜보고 다음 주에 진열장으로 나가게 된다’는 강아지들이었다. 8월생의 다른 강아지들은 개체별 정보를 새로 부착해 놓았으나 2개월 미만 강아지들은 아무 정보도 기재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취재진이 말티스를 가리키며 ‘태어난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묻자 펫가든 관계자는 “9월 말에 태어난 강아지로 한 달 반 됐다”고 답했다. ‘절대 그런 일이 없다’던 매장에서는 여전히 2개월 미만 강아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주인 못 만난 ‘큰 강아지’ 50% 폭탄 세일 

 

‘어린’ 강아지들에 밀려 잘 팔리지 않는 4~5개월 된 강아지들이 있다. 이 강아지들은 몇 달째 마트 진열장 안에 갇혀 있는 상태다. 11월10일 방문한 펫가든 의왕점에서는 분양이 안 된 강아지들을 ‘할인 판매’한다는 표시를 해뒀다. 7월에 태어난 흰색 말티스는 50% 세일 행사 중이었다. 심지어 ‘무료 분양’도 있었다. 6월생인 슈나우저였다. 일부 펫가든 지점은 동물병원과 함께 운영되는데, 이 동물병원에 예방접종비를 선납한다는 조건에서다. 펫가든 관계자는 “이 강아지들이 여기 있는 것보다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입양시키는 게 낫다. 입양된 후 예방접종을 하거나 미용·검사를 받는 등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강아지나 우리에게 모두 이익”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 따르면 펫숍에서 오랫동안 판매되지 않는 강아지들은 경매장으로 되팔려가거나 번식장에 팔려가 ‘모견’(새끼를 낳는 어미 개)이 된다고 한다. 또 설령 ‘할인 판매’로 입양된다 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혜원 카라동물병원 부원장은 “사람으로 치면 사회성이 성립돼야 할 3~4세 아이들이다. 이때 그 아이들을 몇 달 동안 가둬놓고 매일 구경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쇼윈도에 오래 갇혀 있으면 정신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입양 후 행동장애가 오는 바람에 이상한 행동을 하다 주인에게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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