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정제 주사 맞혀가며 임신시키는 애완견 번식장
  • 김포=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4.11.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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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번식장 3000곳 가운데 58곳만 신고

지난 11월13일,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한 애완견 번식장. 음식물 쓰레기 같은 사료가 개 밥그릇에 담겨 있었다. 케이지에 갇혀 있는 개들이 먹는 ‘짬밥’이다. 가장 대중적인 애완견으로 사랑받는 ‘말티스’라는 종이지만 펫숍에서 판매하는 개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털 색깔이 하얗지도, 애교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털이 누렇게 변한 개들은 ‘짬밥’을 먹다가도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드러내며 짖어댔다.

이곳에서 6㎞ 정도 떨어진 김포시의 또 다른 번식장. 개 짖는 소리가 수십 m 떨어진 곳까지 요란하게 들렸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번식장 주변에는 CCTV가 설치돼 있고, 입구에는 접근 금지 경고문이 부착돼 있었다. 큰 개 수십 마리는 마당에 갇혀 있고, 작은 애완견들은 번식장 오른편에 위치한 철제 케이지 속에 갇혀 있었다. 번식장 곳곳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개들의 배설물로 악취가 진동했다. 케이지에 갇혀 짖어대는 개의 배가 축 늘어져 있었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모견(母犬)이었다.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한 애완견 번식장. 위생상태가 엉망인 케이지에 갇혀 있는 모견의 털이 누렇게 변해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임신 기간이 2개월인 개들은 1년 동안 몇 번의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이곳에 있는 개들은 출산 후 휴식기도 없이 발정제 주사를 맞고 다시 임신을 한다. 출산 과정도 녹록하지 않다. 불법 번식장을 밝혀내기 위해 전국의 번식·경매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 따르면, 번식업자들은 단 한 마리의 강아지도 죽이지 않기 위해 제왕절개를 반복한다고 한다. 자연분만의 경우 분만을 하다가 모견(새끼를 낳는 어미 개)이 사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번식업자들은 “야간 분만을 하는 경우 응급병원에 가기 힘들다. 분만 중에 사고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제왕절개를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개에게도 제왕절개는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3회 이상 제왕절개를 한 개들은 다시 출산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새끼를 낳지 못하게 된 모견은 유기되거나, 폐견으로 분류돼 경매장 등에서 식용으로 팔려나간다. 애완견도 식용으로 팔리고 있는 것이다. 

전국 번식장 3000곳 가운데 58곳만 신고

개들이 갇혀 있는 케이지는 밑바닥이 철창으로 돼 있고 공중에 떠 있는 구조다. 개들의 배설물을 일일이 치우기 힘들기 때문에 배설물이 바닥으로 바로 떨어지게 하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개들은 발로 밟고 설 땅이 없다. 철창 사이를 맨발로 지탱하고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발바닥이 짓무르고 상처가 난다. 자칫 다리가 철망 사이에 빠지면, 버둥거리는 과정에서 다리가 부러지는 일도 있다고 한다.

사육장 면적이 60㎡(18평) 이상인 경우와 사육 케이지의 면적 총합이 60㎡ 이상인 경우에는 ‘가축 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뇨의 분리 저장 시설을 설치하고 신고해야 한다. 번식장 업주들은 시설 설치나 신고를 하지 않기 위해 케이지 크기를 작게 줄이고 2단, 3단으로 쌓는다. 동물들이 협소한 면적에서 밀집 사육을 당할 수밖에 없다. 심한 곳은 개가 일어서서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다.

200여 마리의 애완견이 있는 김포시의 또 다른 번식장. 이곳은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철제 슬레이트로 외부를 높게 둘러쌌다. 개 짖는 소리만 안 들리면 이곳의 용도가 번식장임을 알 수가 없다. 번식장 안에는 여러 마리의 포메라니안과 시추, 말티스 등 애완견이 있었다. 취재진이 ‘내부를 보고 싶다’고 하자, 번식장 종업원은 “그냥 가라. 볼 것 없다”며 철문을 닫아버렸다.

잠시 후 철문을 열고 나온 번식장 업주는 “우리는 위생적으로 (사육)하고, 애기(강아지)들을 위해 방석도 깔아준다. 아프면 격리시켜서 따뜻하게 보살펴준다”며 “소나 돼지를 키우는 경우에는 정부가 허가를 내주면서 축사를 지을 보조금도 지원해준다. 그런데 우리(애완견 번식장)는 아직 (관련된) 법도 없기 때문에 신고를 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영세하고 지저분하게 운영한다고 매도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새끼 못 낳게 된 개를 보신탕집으로 보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보신탕) 한 그릇도 안 되는데 왜 데려가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내부 견사를 보고 싶다’고 하자 거절했다.

하지만 이 번식장 업주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영업자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번식업 신고를 해야 하고, 동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청결을 유지하는 등 시설 운영에 관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판매 가능한 월령도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전국의 번식업 신고 영업장 수는 극히 적다. 카라에 따르면 실제 번식 사업장은 3000~4000곳에 이르지만 2014년 11월 기준 번식업 신고 사업장은 58곳에 불과하다. 비용 절감과 납세 회피가 그 이유다.

김포시에 위치한 이 번식장은 컨테이너 건물 주변을 슬레이트로 둘러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 시사저널 구윤성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생명”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번식장이 운영되고 있는 건축물들은 거의 불법이다. 불법의 영역에 있는 번식장을 단속하지 않고 행정지도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제도를 사문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번식장 업주들이 ‘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된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네트워킹이 다 돼 있다. 인터넷을 활용해 판매하는 사람들은 이미 정보력이 있는 사람들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경매장에서 만나는 업자들끼리도 정보 교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직거래’도 가능했다. 한 번식장 업주에게 ‘되도록 어린 강아지를 사고 싶다’고 하자 “이번 주 일요일에 경매장에 나가는 어린 강아지가 있다”고 했다. 태어난 지 37일 된 푸들이었다. 또 다른 번식장 업주는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 돼 눈도 못 뜨는 ‘젖먹이’ 강아지가 있다”고 했다. ‘그렇게 어린 강아지를 사도 문제가 없느냐’고 묻자 “2주쯤 뒤에 오면 바로 데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2개월 미만의 강아지는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어린 강아지’들은 신고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번식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카라의 김나라 간사는 “태어난 지 40일도 안 돼 어미 개와 생이별한 강아지는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죽을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이 강아지를 펫숍에서 계속 구매한다면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불법 번식업은 근절되지 못한다.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생명이기 때문에 ‘매매’할 것이 아니라 ‘입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치·운영뿐 아니라 직접적인 판매까지 모두 불법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대다수 번식장의 실상이다. 취재진이 김포시에 있는 세 곳의 번식장을 방문했지만,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된 김포시 번식장은 한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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