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채우는 데 권력이 샌다
  • 김지영 팀장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4.11.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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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9대 국회에서 벌어진 성 스캔들

‘정치와 성(性).’ 유사 이래 주로 정사(正史)가 아닌 야사(野史)를 통해 정치인과 얽힌 섹스 스캔들은 회자돼왔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에도 이와 관련된 기록이 여러 군데서 발견된다. ‘정승 ○○○이 양반집 부인 누구와 통정했다’는 제법 구체적인 사실이 임금에게 보고됐고 이를 실록에 남겼다. 

역사의 단절은 없다. ‘입법 활동’의 전당인 국회에서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성 추문이 불거지고 있다. 가장 흔한 스캔들은 국회의원과 여비서의 부적절한 관계다. 특히 미모의 여성 의원들은 어김없이 추문에 시달려야 했다. ‘유력한 중진 의원 누구와 그렇고 그런 관계’ ‘남편과 별거 중(혹은 이혼)’이라는 등 확인되지 않은 괴소문은 삽시간에 국회 의원회관과 기자실로 퍼져나갔다. 그런 성 추문의 상당수는 음해성 악성 루머로 판명 나거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국회 본회의장을 나오는 국회의원들. ⓒ 시사저널 이종현
지자체장, 바람피우다 언론에 꼬리 밟혀

그럼에도 현재까지 정치권 일각에서 몇몇 추문은 제법 신빙성 있게 나돌고 있다. 그중에는 사실에 가까운 소문도 적지 않다. 이에 시사저널은 비교적 최근인 17대 국회에서 현 19대까지 정치권에서 나돌고 있는 성 추문을 따라가봤다. 이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 가운데는 국회를 떠난 이도 있고 현재도 ‘당당히’ 의정 활동을 벌이는 의원도 있다.

현직 국회의원과 얽힌 스캔들이 한동안 의원회관을 떠들썩하게 했다. 과거 A의원은 국회를 출입하던 한 여기자와 해외로 밀월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당시 A의원의 부인이 남편의 해외출장을 미심쩍게 여겨 출입국 기록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자 A의원의 비행기 옆 좌석에 앉았던 사람이 여기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해당 여기자는 이후 무슨 사유인지 분명하진 않지만 언론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 출신인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람’을 피우다 부인에게 덜미를 잡힌 적도 있다. 지자체장 B씨는 지역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미분양된 아파트로 솔선수범해서 이사하겠다고 언론에 공표했다. 실제로 그 아파트로 자신의 주소지를 이전하기도 했다. B씨의 부인과 나머지 가족들은 당시 다른 동네에 살고 있었다. B씨 부부는 본의 아니게 별거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B씨는 가끔 부인과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에 들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 아파트에는 그 지역 일간지 기자가 살고 있었다. B씨가 미분양 아파트에 살겠다고 발표한 지 6개월 정도 지난 후 기자는 실제로 B씨가 그 아파트에 사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소지로 갔다. 그런데 우편함에 세금고지서와 아파트 관리비 납입증 등 각종 고지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기자는 취재에 들어갔고 몇 개월 동안 전기요금이 거의 나오지 않았던 사실을 확인했다. B씨가 거주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에 ‘B씨가 미분양 아파트에 거주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론 거주하지 않았다’는 비판 기사를 썼다. 사단은 B씨 부인이 이 기사를 보면서 벌어졌다. B씨 부인은 남편이 미분양 아파트에 살면서 가끔 가족이 사는 집에 들르는 줄 알았는데, 그 아파트에 주소지만 옮겨놓았을 뿐 실제론 딴 곳에서 출퇴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B씨는 6개월여 동안 어디에서 먹고 자며 지냈던 것일까. 이에 대해 해당 지역 언론인은 “B씨는 그 기간 동안 ‘애인 집’에서 지냈던 것으로 안다. 이 사실을 B씨 부인도 알게 됐고 분노한 부인이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해서 소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결국 B씨가 부인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빌면서 유야무야 넘어갔다”고 말했다. B씨는 이후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자체장 직을 수행했다.

결혼 전제 동거한 의원 사기 혐의로 피소

18대 국회의원이었던 C의원의 여비서 스캔들도 한때 의원회관에서 입길에 오르내렸다. 스토리는 이렇다. C의원이 해외출장을 갈 일이 있어 오전에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예정된 출장이 취소됐다. 그래서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로 출근했다. 그런데 자신의 집무실 소파에 알몸의 남녀가 누워 자고 있는 걸 목격했다. 남자는 모르는 사람이었고 여자는 자신의 여비서였다. 황당한 광경을 C의원과 함께 목격한 C의원의 수행비서가 그 자리에서 여비서의 따귀를 때렸다. 여비서는 비서 직을 그만두면서 C의원의 수행비서를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그 여비서가 C의원실에서 남자와 자고 있었던 사연이 알려졌다. 여비서는 C의원의 해외출장 전날 저녁 나이트클럽에서 종업원과 눈이 맞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대담하게’ 의원실까지 데려갔던 것이다. C의원이 다음 날 해외출장이어서 다른 직원들도 휴가라 직원들이 의원실에 출근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얼마 후 C의원은 다른 여인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혼인을 전제로 수년간 동거했는데 C의원이 변심했다는 것이었다. 의원과 여비서가  동시에 추문에 휘말린 경우다.  

19대 국회 들어 제수 성추행 의혹을 샀던 김형태 전 새누리당 의원 사건은 세상 밖으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김 전 의원의 제수 최 아무개씨는 지난 2012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김 의원이 나를 오피스텔로 불러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김 의원은 최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최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2013년 1월 최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최씨가 제시한 전화 녹취록 등이 최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던 김 의원은 지난해 7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의원 직을 상실했다.

류여해 한국사법교육원 교수는 “국회의원 등 사회 지도층이 1980~90년대의 특권의식을 버리지 않은 데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범죄 의식이 없기 때문에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사회 지도층이 도덕성과 윤리성을 더 강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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