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속실이 민정 컨트롤하려 하니 제대로 될 리 있나”
  • 조해수·엄민우·감명국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12.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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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지각변동 몰고 올 진앙지로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주목

“3인방이 무슨 권력자냐, 그들은 일개 내 비서관이고 심부름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월7일 청와대에서 가진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비선 실세 논란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른바 ‘정윤회 파문’이 연말 정국을 뒤흔들고 있지만 “실세는 없다. 실세는 청와대 진돗개”라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고 한다.

비선 실세 논란의 주인공인 정윤회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이에 진실 공방이 팽팽한 가운데, 향후 정국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또 하나의 진앙지로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이 주목받고 있다.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3인으로 이들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인 의원 시절부터 ‘친박(親朴)’ 의원들 사이에서 막강한 ‘문고리 권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와 동시에 의원들이 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다가서기도 했다. 과거 ‘박근혜 의원’ 시절, 핵심 측근이었던 친박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에 와서 의원들이 3인방을 가리켜 문고리 권력이니 어쩌니 하고 공격하고 있는데, 사실 그들의 힘은 의원들 스스로가 키워준 측면이 있다. (박) 대통령과 직접 마주할 자신이 없으니, 비서들을 활용하려 한 것 아니냐”며 기자에게 최근 동료 의원들의 이중적 행태를 비난하기도 했다.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오른쪽)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 뉴시스
아무튼 3인방은 막강한 주군(박 대통령)을 모시는 최측근이란 위치만으로 주변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아왔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1월께, 대선 승리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았던 상황에서 박근혜 캠프에서 조직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런 걱정을 한 적이 있다. “총리가 누가 되고, 비서실장이 누가 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측근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박 대통령이 3인방을 어떻게 정리하고 (청와대에) 들어가실 것인지가 관심이다. 밖에 두고 (청와대에) 들어가자니 그것도 불안할 테고, 데리고 들어가자니 그 또한 분란을 낳을 우려가 있다.”

얼마 후 청와대 비서실 인사가 발표됐고, 3인방은 결국 모두 청와대로 입성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것도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관 자리였다. 이 관계자의 우려는 그때부터 현실화돼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안봉근 비서관의 제2부속실 역할에 의문

제1부속실과 제2부속실은 박 대통령의 일정과 독대·면담 시간을 관장한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서를 관리하는 것도 부속실이다. 이들을 거치지 않고는 장관조차도 대통령을 만날 수 없다고 한다. 3인방 중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다. 보통 권력과 가까운 인사들에게 ‘측근’이라는 수식이 붙는다. 그런데 안 비서관에게는 여기서 더 나아가 ‘최측근’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실제로 3인방 가운데서도 박 대통령(또는 박 의원)을 최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인사다. 물리적 거리도 가장 가까운, 그야말로 ‘그림자 실세’라는 점에서 다른 두 3인방 멤버와도 차별성을 갖는다.

안 비서관의 이러한 ‘근거리 보좌’는 청와대 입성 전부터 유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박근혜 의원 시절, 그를 마주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다음과 같이 당시 상황을 회고한다. “예전에 심지어 의원들이 박(근혜) 대표에게 인사하러 갈 때마다 (박 대표와) 같이 다니는 한 남성이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도 그러길래 ‘대체 누구냐’고 알아봤더니 안봉근이더라.” 그의 이런 모습은 2006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표가 신촌에서 ‘커터칼 피습’을 당한 후 더욱 심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친박계 핵심 인사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가 이처럼 지근거리 보좌를 하다 보니 과거엔 의원들이 그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비서관이 청와대 파견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조 전 비서관은 “당시 경찰 인사는 제2부속실에서 다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여 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는데, (이 지시가) 결국 제2부속실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부감찰 행정관이었던 박관천 경정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민정 내부감찰팀에 있었다. 그런데 민정 내부감찰팀을 부속실이 컨트롤하려고 했다. 내부감찰팀은 청와대의 권력을 감찰하는 곳이다. 부속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감찰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재만 총무비서관 ⓒ 시사저널 이종현,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 시사저널 자료사진
제2부속실의 역할도 의문투성이다. 원래 제2부속실은 영부인을 담당하는 곳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에서는 영부인이 없기 때문에 인수위 시절 제2부속실이 폐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소외 계층의 민원 창구’라는 명분을 내세워 제2부속실을 존속시켰다. 문제는 얼마 가지 않아 불거졌다.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내 피트니스클럽에서 장기간 퍼스널 트레이너로 근무했던 윤전추씨가 제2부속실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윤씨는 3급 공무원 가운데 최연소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제2부속실이 억대의 운동기구를 구매한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제2부속실이 소외 계층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건강과 몸매 관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호성은 정윤회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인물”

이재만 총무비서관도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총무비서관은 인사와 재무를 관장하기 때문에 청와대 내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자리다. 이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초기 ‘밀봉 인사’의 당사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아무도 알 수 없었던 새 정부 조각이 이 비서관의 손을 거쳐 나왔다는 것이다. 이 비서관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자식 논란에도 이름을 올렸다. 혼외자로 지목된 채 아무개군의 가족관계등록부 불법 조회를 요청한 인물이 총무비서실 소속 조오영 전 행정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비서관은 검찰 소환조사를 받지도 않았고, 조 전 행정관도 1심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반면 정호성 비서관은 다른 두 명의 비서관과 달리 비선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관천 경정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윤회씨가) 정호성 비서관은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고리 3인방 중 정씨와 가장 거리를 두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 비서관의 영향력이 다른 두 명에 비해 약한 것은 결코 아니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진 그는 오히려 굵직굵직한 정무에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정호성 비서관이 8월1일 중국에서 북한 국방위원회 소속 고위 관계자를 만나고 왔다”며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남 원장과 청와대의 공식 부인으로 일단락됐지만, 남북한 비밀 접촉에 정 비서관이 실무자로 거론된 것은 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직후 정가에서는 “청와대는 국회 의원회관 545호의 복사판이다”라는 말이 회자됐다. 박 대통령의 주위에 있는 핵심 실세는 ‘3인방’ 그대로라는 것이다. 곧이어 ‘불통’ ‘인(人)의 장막’ 논란이 이어졌다. ‘정윤회 파문’이 터진 최근에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48%)와 긍정적 평가(41%)가 최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레임덕이 이미 찾아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문고리 3인방 비선 조직 ‘포럼동서남북’ 


‘포럼동서남북’은 대선 전부터 이른바 ‘비서관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관리했던 외곽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깜짝 발탁’ 배경으로 포럼동서남북이 지목되기도 했다.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포럼동서남북은 박 대통령의 외곽 조직을 담당한 고 이춘상 보좌관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지난해 초 청와대 행정관 인사가 끝난 후, SNS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가 찾아와 ‘포럼동서남북 출신들만 청와대에 입성했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이 파악한 포럼동서남북 출신 청와대 인력은 행정인턴부터 행정관까지 다양했다. 주로 홍보수석실에 배치됐는데, 일부는 민정수석실에 들어간 사례도 발견됐다. 포럼동서남북은 지난 18대 대선 때 새누리당 직능총괄본부 아래서 SNS 부문을 담당했다. 문제는 대선 때 불법적인 SNS 활동을 펼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하루 전날인 2012년 12월18일 서강바른포럼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퍼나르다가 적발됐는데, 포럼동서남북도 여기에 연루돼 있다.

당시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포럼동서남북 회원이 포함된 대응팀(55명)을 구성하고’ ‘포럼동서남북 일부 회원 등으로 신지식인 카페팀을 구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위한 인적 시스템을 구축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서강바른포럼과 포럼동서남북의 공동 서버를 이용해 스마트폰에 뉴스 앱을 설치한 서강바른포럼 회원 약 106명 및 포럼동서남북 회원 약 277명에게 박근혜 후보자에 대한 긍정적인 글과 부정적인 내용에 대한 대응 글, 상대방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글 등 약 775개의 글을 전파하게 하였다’는 내용도 적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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